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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Apr 26. 2022

심리상담을 받으며 늘어나는 자기 의심

의심은 원 팀 원 스피릿의 포문을 연다.

심리상담을 받다 보면 내가 알던 내가 나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처음에는 나를 잘 몰라서 그러려니 하는데 심리상담을 받을수록 나 자신에 대해 의문이 많아집니다. 이게 진짜 나인지 저게 진짜 나인지 헷갈리고 혼란스러워집니다. 흥미롭게 여겼던 자기 탐색 과정 자체가 의문의 구덩이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요? 이런 질문이 절로 나오지요.


그런 분들에게 꼭 들려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느낌을 소중히 여기세요.'


사실 의문을 품지 않고 사는 건 쉬운 일입니다. 세상과 사회가 떠드는 대로 적당히 맞추고 살면 큰 탈이 없습니다. 주류 문화가 요구하는 대로 살면 딱히 의문이 들 것도 없습니다. 세상과 사회와 문화가 내 안에 무엇을 유발하는지 내 안에서 어떤 반응이 올라오는지 하나씩 검토하는 일이야말로 성가시기 짝이 없는 일이고 일면 괴로운 일입니다. 하지만 또 그래서 심리상담을 받으며 나를 온전히 알아가는 것이 희귀한 것이고 그만큼 가치 있는 일입니다.


의심되지 않은 신념은 신념이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고는, 그 의문의 통과의례를 거치지 않은 나 역시 온전한 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정말로 어떤 모습이 나라고 확신한다면 심리상담이 아니라 그 무엇이 나를 자극한다고 해도 나 자신에게 의문이 들지 않았을 테니까요. 이미 안에 잠복해 있던 의문이 살아난 것일 뿐. 심리상담이 찌르기 전에 자기에 대한 의문은 내 안에 있었던 것입니다.


상담을 받으면서 나를 알기보다는 나를 점점 더 모르겠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것은 청신호입니다. 기존의 관념, 내가 구축해 온 나의 틀에서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 '모름'을 껴안을 수 있다면 삶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어떤 혼란도 그다지 혼란스럽지 않을 겁니다. 그동안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 자체에 호기심을 갖는다면, 발견된 새로운 내 모습들을 하나씩 포용해 나간다면 삶이 아니 즐거울 수 있을까요?


이런 관점에서 자기 의심은 '열림'입니다. 나에 대해 열려 있는 마음. 안다고 생각하는 동안 꽉 닫혀 열릴 수 없었던 내적 세계가 자기 의심 덕분에 활짝 열리는 것입니다. 이 열림 속에 내가 몰랐던 수많은 나를 만날 가능성이 생깁니다. 그 수많은 나의 힘이 온전히 내 것이 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자기를 의심하는 당신, 축하합니다. 축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이 한 목소리로 한 팀을 응원하듯 수많은 내가 힘을 합쳐 나를 응원하는 날을 곧 만나게 될 것입니다. 원 팀 원 스피릿. 그 기운이 어마어마하겠지요?


그러니 어찌 자기를 의심하지 않겠어요?

기꺼이 그 탐험을 계속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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