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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Apr 27. 2022

상담사를 의식하는 마음이 들 때

의식하는 마음 자체를 의식할 수 있다.

심리상담은 쉽게 말하기 어려웠던 내면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입니다. 그러다 보니 내담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상담사가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애써 이야기했는데 상담사가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사를 의식하게 되는 것은 심리상담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전문 상담사라면 그런 이야기를 잘 들어줄 것입니다. 한 사람 안에 오가는 생각과 감정, 내적인 흐름은 그 자체로는 아무 잘못도 없으니까요. 그런 것들을 있는 그대로 듣도록 훈련된 사람이 상담사입니다. 비록 인간적인 한계는 있겠지만 그래도 상담사는 마음을 기울여 들으려고 합니다. 회기가 더 진행이 되고 조언이나 기술 훈련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적인 개입을 하겠지만 일단은 듣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 것이 상담사의 일입니다. 


그런 상담사와 함께 하는 것이 심리상담이기에 일단은 믿고 이야기를 해 보는 것이 좋겠지요? 그래도 의식하는 마음이 많이 든다면 내담자 입장에서는 이런 점을 살펴보면 좋습니다. 나는 이 상담사를 유독 의식하는 것인지 아니면 타인을 의식하는 것이 몸에 밴 것인지. 그리고 이런 의식하는 마음 자체를 상담사에게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상담사와 함께 원인을 더 깊이 살펴볼 수 있고 그 원인을 알게 되면 문제로부터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 상담사를 유독 의식하는 경우라면 이 상담사의 어떤 점이 마음에 걸리는지 분명한 포인트가 있을 테지요. 그런 점을 용기 내서 상담사에게 직접 말하는 것만으로도 치유 과정이 진일보하는 것입니다. 내가 어떤 포인트가 더 민감한지 알 수 있게 되고 그럼에도 상대와 직접 이를 논의하면서 나는 문제를 휘어잡을 능력이 커집니다. 내가 문제를 다루는 능력이 커지니 문제 자체도 상대적으로 작아집니다. 결국은 상담사를 의식하는 마음이 줄어들겠지요. 


전반적으로 타인을 의식하는 경우라면 심리상담은 그 태도를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내 몸에 밴 그 태도로 인해 괴로웠던 기억과 감정들, 현실에서의 실질적인 이해득실을 상담사와 함께 면밀히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은 내가 되어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욕구로 심리상담을 받으러 왔으니 이제 그 문제를 직접 다루는 것입니다. 상담사와 함께 나의 성격화된 태도를 들여다보고 나의 한계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변화 가능한 부분은 변화하도록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적당한 기술을 함께 연습할 수도 있습니다. 고착되어 삶의 기쁨을 제한하고 나의 성장을 저해하던 태도도 점점 유연해질 수 있습니다. 


문제를 회피하기보다는 대면하겠다는 용기를 내는 내담자에게 상담사는 어떤 마음이 들까요? 두 팔 벌려 환영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어떤 경우든 상담사와 함께 이야기를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심리상담은 바로 그런 애매한 마음을 다루라고 있는 것입니다. 상담사가 의식하는 마음이 들 때 의식적으로 그 마음을 꺼내 보세요. 내 마음을 의식하는 그 시야 덕분에 치유의 여행길이 선명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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