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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둘 Apr 28. 2022

상담사의 리듬을 흡수하기

심리상담은 쿵짝을 맞추는 연습이다.

심리상담은 공감과 이해를 기본으로 합니다.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 잘 소통하는 경험을 하는 장면이 심리상담입니다. 관계에 대한 경험을 늘리고 관계 방식을 체득할 수 있는 시간이지요. 세상의 모든 문제가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에서 온다고 하지요. 관계를 맺는 다른 방식을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심리상담입니다. 


심리상담을 100% 활용하고 싶다면 상담사가 나에게 주는 이해와 공감을 받는 것에만 머물면 안 됩니다. 상담을 통해 깨닫게 된 내용, 메시지에만 주목한다면 그 또한 다소 아쉽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내담자 입장에서 내가 상담을 통해 가져 갈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상담사가 나와 대화를 주고받는 매너 자체를 가져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해와 공감을 받아서 좋다고만 느낄 것이 아니라 상담사가 어떤 자세, 몸짓, 눈빛, 말투, 침묵으로 나를 대했길래 내가 수용받는 느낌이 들었는지 알아차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들을 알아차리고 상담사의 전반적인 매너를 내가 흡수하는 것입니다. 치료받는 수동적인 객체로 자리에 앉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주체의 입장에서 상담을 함께 진행하는 것입니다. 마치 장인에게 도제식 수업을 받는 학생처럼 언젠가는 내가 장인이 될 마음가짐으로 상담사의 매너를 바라보고 배우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상담사가 주로 주는 쪽이 되겠지만 회기가 진행될수록 내가 주는 입장에 설 줄도 알아야 크게 배울 수 있습니다. 상담 자체를 주도하는 사람이 나 자신이 되는 것입니다. 상담사가 내 리듬을 맞춰주기를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상담사라는 타인의 리듬에 호응하는 법을 터득해 나가는 것입니다. 상담사와 관계 경험을 통해 인간관계에서 리듬을 타는 법 자체를 배우는 것이지요. 


상담 관계 안에서 리듬 타기에는 실수도 얼마든지 용인이 됩니다. 한쪽이 밀면 다른 한쪽이 밀려야 하고, 한쪽이 당기면 다른 한쪽이 당겨져야 리듬이 맞는 것이니까요.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실수하면서 리듬에 다시 복귀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로 주고받는 연결이 부드럽게 계속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담사도 인간인지라 실수할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럴 때는 내가 그동안 터득한 리듬으로 이끌면 되겠지요. 그때 상담사도 아차 하는 마음으로 다시 둘 간의 리듬으로 돌아올 겁니다. 이렇게 모든 흐름이 리듬을 배우는 과정이 됩니다. 


상담 장면에서 관계 연습이 충분히 됐다면 이제 내가 흡수한 적절한 리듬을 실제 내 삶에서 적용해 볼 차례입니다. 이렇게 하면 소통이 잘 되는구나. 이렇게 하면 서로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할 수 있구나. 직접 실험해보며 나의 인간관계가 바뀌는 체험을 하는 것이지요. 


쿵짝 쿵짝. 

리듬 속에 인간관계의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심리상담 중에 상담사와 리듬을 맞추는 연습을 해보세요. 맞춰주기만 바라지 말고 내가 맞추는 연습도 해보세요. 엇박자도 연습이라 생각하고 얼마든지 실수를 해보세요. 파도타기에서 노련한 서퍼가 되려면 수도 없이 바다에 빠지는 시행착오가 있어야 합니다. 관계의 리듬을 타는 것도 수많은 실수를 통해 점점 더 능숙해지고 편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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