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그날
백담사에 가기 위해 걸어가는 한 시간 넘는 길,
그 길을 걷기 위해 백담사에 갔다.
벚꽃도 지고 조팝나무 흰꽃도 떨어진 5월은
움트는 새싹들로 연초록 세상이 된다.
조금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걷기 시작한다.
다리를 건너 식당가를 지나면 길이 시작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는데 길 한가운데를 천천히 지나가는 뱀을 보고 한바탕 소리를 질렀더니 생각들이 모두 달아나 버렸다. 저만치 쉬고 있던 사람들이 길 위를 유심히 보며 묻는다 "뱀이에요?"
오르막길에서는 덥지만 나무 그늘과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있어 걸을만하다.
몇 년 전쯤 늦가을에 이 길을 걸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을의 백담사 길이 좋다. 그 스산하고 쓸쓸한 느낌... 바스락 거리는 소리들
새소리와 물소리가 들리고 푸른 하늘 위로 구름이 지나간다.
"해를 보고 달을 보고 바다를 봐라. 그래야 산다" 문득 떠오르는 말... 그래야 산다!
나는 살고자 이렇게 역마살 낀 사람처럼 돌아다니고 있는 거였나
대청봉에서 절까지 웅덩이가 백개 있어 백담사라고 한다.
며칠 있으면 부처님 오신 날.
엄마는 아픈 다리로 절에 올라 자식들 이름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절을 하실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엄마의 기도발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백담사에 대한 설명이 있다.
절 배치도와 역사를 읽어 두면 뭔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밤에 연등이 켜지면 아름다울 것 같다. 고즈넉한 산속에 희미하게 빛나는 연등
차를 마시고 땀을 식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무벽에 기대어 잠깐 졸았다.
평화로운 오후, 창문 없는 커다란 창에는 밖으로 나가지 못한 벌이 웅웅거린다.
바로 어제의 내 모습처럼
만해 한용운이 수도하며 "님의 침묵"을 쓴 곳.
그 시를 참 좋아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이 얼마나 비장하고 멋진가!
건물과 담장과 나무, 다리가 연결된 선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돌 하나를 얹으며 가족의 건강을 자식의 평안을 빌었으리라.
내려올 때는 버스를 탔다.
걸었던 길을 속성으로 되돌아 가는 기분은 특별했다.
시작했던 곳으로 돌아왔다. 어둑어둑 해가 지고 있었다.
“사람들의 증오는 사라질 것이고, 독재자는 죽을 것이고,
사람들로부터 빼앗았던 권력은 다시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고,
자유의지는 결코 소멸하지 않을 것이다" -찰리 채플린
1977년 크리스마스에 세상을 떠난 찰리 채플린.
그가 백담사와 뭔 관계인 것일까.
차근차근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