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섬진강, 산에 사네, 화개 장터

by 정안


걷고, 조용히 쉬고, 정성 가득한 아침밥을 먹고 싶을 때
구례에 간다


가는 길

구례구역 - (걸어서) - 오미마을(산에 사네, 곡전재, 운조루) - 화개장터 - 섬진강길

*화엄사에 들르고 싶다면,

구례구역에서 택시를 타고 화엄사에 갔다가 지리산 둘레길을 걸어서(9.2km) 오미마을까지 가면 된다.


구례구역,

역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긴 다리를 건너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걷는 길이 나온다.



섬진강을 오른쪽에 두고 쭈욱 걸으면,

마을과 대나무 숲, 강둑길, 논둑길을 지나는 9km 정도의 아름다운 길을 만나게 된다.



숙소인 오미마을 "산에 사네"에는 밤에 도착했다.
소리를 듣고 주인장께서 나오셨다. 입구의 카페도 반갑게 맞아주듯 불이 환하다. 카페는 산에 사네에서 운영하고 있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그날 밤 우리는 이곳에서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새소리, 꼬끼오 소리와 함께 눈을 뜬다.
향기로운 편백나무 냄새와 방을 나서면 펼쳐지는 풍경이 평화롭다.



텃밭과 지리산 자락에서 수확한 야채들로 가득한 아침 밥상, 노고와 정성에 감사하며 맛있게 먹는다. 이 밥상이 그리워 구례에 올 때도 있다.

주인장께서 함께 아침을 먹으며 밥상에 오른 채소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우리가 먹는 아침밥의 소중함을 두배로 느끼는 시간이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노닥노닥.
낯선 곳에서는 시간에 대해 한없이 너그러워진다. 여행을 떠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카페에서 무심히 바깥 풍경과 햇살을 바라본다.
널어놓은 이불이 기분 좋다. 끄적끄적 각자의 방식으로 논다. 무거운 무엇인가를 놓아버린 기분, 가볍고 자유롭다.



텃밭에서 캐모마일 꽃을 따다 차로 만들어 주시는 주인장 모습이 예뻐서 사진으로 남겼다.

텃밭을 정원처럼 생각하는 "정원에서 식탁까지" 라는 어록을 남기셨다.



마을을 둘러보러 나왔다.
한옥들이 보이고 앞에 펼쳐진 넓은 들판과 논,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여행자가 저 멀리 홀로 걸어 간다. 우리 곁을 스쳐갈 때 인사를 건네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배낭이 삶의 무게처럼 느껴졌는데...



곡전재(穀田齋)

산에 사네에서 2분 정도 걸어가면 곡전재가 나온다.


1929년 건립한 조선 후기 한국 전통 목조 주택으로 이교신(호-곡전)의 후손들이 지금까지 살고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문간채와 사랑채가 나오고 그 뒤로 안채가 있다. 사랑채 마루에 앉아 물이 흐르는 정원을 보고 있는 것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었다. 숙박도 가능하다. 졸졸졸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 수 있다.



햇빛에 나물을 말리고 계신다.
작은 연못이 있고 안채 뒤쪽으로는 대나무 숲이 있다.



곡전재에서 나와 마을 쪽을 보며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실감한다.
논에는 모내기를 위해 물을 대어 놓았고 지리산 자락이 부드럽게 마을을 감싸고 있다.



운조루(雲鳥樓)

1776년(영조)에 무신 유이주가 지은 집이다.

금반지의 가운데 구멍과 같은 곳이라는 금환낙지(金環落地)의 명당자리라고 한다.



들어서는데 빨갛게 익은 앵두나무가 보인다.
안채의 누마루가 높아 이 곳에 앉으면 하늘이 가까이 있고 앞산과 들판, 집안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안채로 들어가는 작은 마당에 보관되어 있는 나무 쌀독.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누구나 뒤주를 열 수 있다'는 뜻이다. 흉년이 들어 먹을 게 없을 때 누구나 쌀을 퍼 갈 수 있도록 쌀을 이 뒤주에 넣어 두었다고 한다.



9대 종부이신 할머니가 이곳에 살고 계셨다.

오미마을 산책을 마치고 화개장터에 가려고 길을 나서는데 산에 사네 주인장께서 텃밭에서 딴 캐모마일 꽃을 흰 종이에 싸서 주신다.



화개장터
너무 깔끔해져서 장터의 옛맛이 사라진 아쉬운 곳.
그래도 금방 따온 듯 싱싱한 고사리며 다양한 나물과 먹거리들이 한가득이라 보는 재미가 있다.



화개장터에서 섬진강길로 들어섰다.
녹차밭이 곳곳에 펼쳐져 있고 테크 길과 나무 그늘, 강바람이 있어 걷기 좋다.



매실이 가지가 휘도록 열려 있다. 산과 강의 조화로움이 감탄스럽다.



물을 보면 발을 담그고 싶어 진다.

뜨거운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어 야트막한 물속에 발을 담그니 재첩, 조개 같은 것들이 바닥에 나와 있다. 오후가 되면 모래 위로 올라온다고 한다. 흐르는 물 위에 서서 햇살과 나무와 바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아무 걱정 없이.



발을 말리며 무심히 앉아 있는다.
대바람 소리... 가야 하는데 일어서지지가 않는다. 이곳에서 아주 한참을 머물렀다.



다시 길을 나선다.
기차 시간이 다가와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버스는 이미 지나갔고 택시를 타고 구례구역으로 갔다. 기다리던 버스가 때마침 왔던 기억이 별로 없는 건 확률의 문제였을까...




기차가 온다.
나를 익숙했던 세상으로 다시 데려다 줄 기차가 소리를 내며 멀리서 다가온다.




이전 08화가을날, 선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