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봉지 공주"

넌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야

by 정안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알게 모르게 크고 작은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사람에 대한 것도 사물에 대한 것도 사회현상에 대한 것도 포함해서 그렇다.


이러한 각자만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고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지 않는 것

그것이 평화롭게 함께 살아가는 기본 조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성과 여성,

세상의 절반씩인 각각이 가진 생각들이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질 때 우리는 많은 갈등과

상처에 직면하게 된다.러나 우리는 반드시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들인 것이다.


각각의 성역할을 규정 지어 놓고 그것에 어긋나는 사람을 보았을 때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수많은 말들은 폭력적이기조차 하다.


아이들이 남성과 여성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동화책 "종이봉지 공주"는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다.

(마지막 장면이 주는 유쾌함!!!)


아이들의 마음으로 읽어보자


엘리자베스는 로널드 왕자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는 아름다운 공주였다.


그런데, 어느 날 무서운 용이 나타나 성을 불태우고 왕자를 잡아가 버렸다.


공주는 옷이 모두 불에 타서 종이봉지를 주워 걸치고 왕자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이 지나간 길은 불에 타고 말뼈들이 수북이 쌓여 있어서 용을 찾기는 쉬웠다.


용의 동굴 앞에서 커다란 문을 두드리니 용이 나와서 하는 말이

"공주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오늘은 성을 통째로 삼켜서 배가 부르니 다음에 다시 오라"고 한다.


공주는 용에게 묻는다.

"네가 한번 불을 내뿜으면 숲 열 군데가 한꺼번에 다 탄다고 하는데 정말이니?"

"네가 하늘로 날아오르면 십 초 안에 세상을 한 바퀴 다 돌 수 있다는데 그것도 정말이니?"


용은 자신을 뽐내기 위해 이 모든 일을 한다.

그때마다 공주는 용에게 한 마디씩 한다.


너 참 무시무시하구나
너 참 멋지구나


가지고 있던 불도 모두 뿜고 세상을 두 바퀴나 돈 용은 탈진해 쓰러져 버린다. 이때 비로소 공주는 왕자를 구하기 위해 동굴로 들어간다.


그러나,

자신을 구하기 위해 온갖 고난을 물리치고 온 공주에게 왕자가 하는 말


엘리자베스 너 꼴이 엉망이구나. 더럽고 찢어진 종이봉지나 걸치고 진짜 공주처럼 챙겨 입고 다시와


이 말을 들은 공주가 말한다.


로널드 너는 옷도 멋지고 머리도 단정해. 진짜 왕자 같아. 그러나 너는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야!


두 사람은 결혼하지 않았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은 언제 봐도 기분 좋다.


머리는 불에 탄듯 바짝 서고 종이봉지를 입고 발바닥은 시커먼 맨발의 엘리자베스가

태양빛을 향해 두 팔 벌리고 씩씩하게 달려 나가는 모습이 주는 그 자유로움과 패기, 신선함!


내 안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나를 본 듯 반갑다.



*참고도서

종이봉지 공주, 로버트 문치 글, 마이클 마첸코 그림, 김태희 옮김, 비룡소 출판사, 199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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