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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안 Jun 06. 2024

콘월 세인트 아이브스

아름다운 바다와 작은 마을

아침에 숙소를 나와 펜잰스 역 근처 호텔 짐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기차로 세인트 아이브스로 갔다.


세인트 아이브스(St.ives)는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 콘월주에 있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과거에는 어업과 광업이 발달한 지역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온화한 겨울과 덥지 않은 여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휴양지가 되었다.


해변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조각가 바바라 헵워스를 비롯하여 도예가 버나드 리치,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 등 많은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영감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기차역에서 바라보는 영국의 시골풍경이 수채화 같다.


펜잰스 역에서 기차로 20분 정도 가는데 St.earth역에서 한번 환승을 해야 한다. 환승은 어렵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곳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기차 차창으로 펼쳐지는 바다를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마을에 가려면 세인트 아이브스역에서 내려 15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맑고 시원한 해변 풍경이 펼쳐진다.


해변을 오른쪽으로 끼고 걸어가면 마을이 나온다. 가는 길에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있어 구경하면서 쉬엄쉬엄 가면 어느새 도착한다.



마을입구에는 세계 1차 대전과 2차 대전에 나가 전사한 이 마을 젊은이들에 대한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일찍 스러진 그들의 젊음을 아쉬워하듯 추모비는 화려한 꽃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낮은 언덕에 위치한 아기자기한 마을이다.



파머스 마켓도 열리고 있다.

마을사람들이 직접 만든 각종 물건들과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포스 미어 비치

바닷가에서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갈매기는 사람들이 손에 들고 있는 먹을 것에 관심이 많았다. 기회가 되면 낚아채 가기도 하니 손에 음식을 들고 있을 때 조심해야 한다.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 미술관은 세인트 아이브스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포함하여 주로 이곳에 살았던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영국 근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테이트 미술관은 런던의 테이트 브리튼과 테이트 모던,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가 있다.



미술관에 있는 카페에서 차와 간식을 먹었다.


의자 배치가 이 마을의 자연풍경을 볼 수 있도록 배치가 되어 있었다. 창문은 액자처럼 풍경을 담고 카페는 커피 향이 나는 미술관 속 미술관 같았다.



크지 않은 미술관이라 느긋하게 작품을 볼 수 있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미술관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이었다.

풍경을 잘 있도록 계단식 의자를 만들어 놓은 세심함에 감사했다.



테이트 미술관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바바라 헵워스 박물관과 조각공원이 있다.

테이트 미술관 관람권으로 이곳도 관람할 수 있다.


조각가 데임 바바라 헵워스(Barbara Hepworth, 1903년~1975년)는 리즈 미술학교와 런던 왕립 미술 칼리지에서 공부했다. 리즈에서 알게 된 조각가 헨리 무어와 그녀의 두 번째 남편인 추상화가 벤 니콜슨과 함께 1930년대 영국 추상 회화를 선도했다.


그녀는 전쟁을 피해 세인트 아이브스로 왔으며 이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삶을 마감했다. 박물관과 조각공원은 그녀가 살던 집과 정원이다.


돌과 나무로 만든 자신의 조각 작품에 구멍을 뚫어 덩어리와 공간이 상호작용을 하게 하고 구멍을 통해 생긴 공간이 덩어리 못지않게 중요해지는 작품을 만들었다.


헵워스의 조각들을 보며 문득 이런 말이 떠올랐다.

"금반지에게 금이 본질인 것처럼 구멍 또한 본질인 것이다"



한나절만 돌아보기에는 아쉬웠던 세인트 아이브스.


기차를 우리는 노을이 서서히 지기 시작하는 창밖 풍경에 취해 최면이라도 걸린 아무도 기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친 것이다.


그때 젊은 역무원이 당황하고 영어도 잘 안 되는 우리에게 알아들을 때까지 몇 번이고 설명해 주고 심지어는 우리가 다른 길로 갈까 봐 기차 출발을 유보하고 서서 우리를 끝까지 지켜봐 줬다.


가다가 뒤돌아보니 그가 우리를 지켜보며 서있었을 때의 뭉클함은 잊지 못할 것이다.



세인트 오스틀의 숙소

우리는 펜잰스에서 짐을 찾아 다시 기차를 타고 세인트 오스틀로 갔다.


기차역에 내려서 마켓에서 장을 보고 숙소까지 걸어서 30분 정도라 걸어가려고 했는데 길이 울퉁불퉁한 돌길이라 캐리어를 끌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대중교통도 복잡하고 어려웠다.


그래서 택시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택시가 오지 않았다.

마침 젊은 여자분이 택시를 타려고 와서 물어보니 이곳은 택시가 많지 않고 거의 호출형으로 불러야 온다는 거였다. 우리는 몹시 당황했다. 시간이 늦어 어두워지려고 할 때였기 때문이다.


방법을 물어보니 그 여자분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택시를 불러주겠다고 했다. 너무도 고마웠다.


택시를 탔는데 기사분이 아주 유쾌한 분이었다. 이 지역 토박이라 내비게이션 없이도 길을 잘 알았다. 근데 우리와 신나게 수다를 떨다 길을 잘못 들어 헤매게 됐다. 기사분은 걱정 말라고 내가 이곳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고 있으니 오늘 안에 숙소에 도착할 거라고.


기사분 말대로 숙소에 잘 도착했고 주인장 자네트와 남편은 우리가 오지 않자 걱정스러운 메시지를 보내다 집 앞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택시기사님이 우리 짐을 내려주려고 차에서 내렸는데 주인장 부부를 보더니 서로 무척 반가워했다. 그들은 잘 아는 사이였고 이런저런 이유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 덕분에 만났다고 기사분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갔다.


주인장 자네트는 인상적이었다. 이사도라 던컨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였다. 맨발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집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자신들은 우리 숙소와 붙어 있는 바로 옆에 거주하고 있으니 언제든 필요할 때 불러달라고 했다.


마켓에서 사 온 재료로 만든 소박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모두 말이 없었다.


바다 위로 퍼지는 노을을 보며 하루를 돌아보는데 낯선 곳에서 만난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마음을 가득 채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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