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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안 May 23. 2024

야간열차 타고 콘월로

영국 남서부 포스 큐르노 해변

런던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콘월지역을 여행하기 위해 야간열차를 탔다.


런던 패딩턴역에서 밤 11시 45분에 출발해서 아침 8시 펜잰스 역에 도착하는 콘월행 열차이다. 

물론 잠은 기차에서 잔다. 그래서 침대칸을 예약했다. 숙박비도 절약하고 이동하는 시간도 절약하자는 나름의 계획이었다.


야간열차(GWR Sleeper & Connections)는 2층 침대와 세면대가 있고 아침 6시에 조식도 준다. 

그러나 열차라서 몹시 좁고 세면대는 세수만 겨우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그나마 쾌적한 기차역에서 씻고 타는 것을 권장한다


좁은 공간이지만 어찌어찌 정리하니 짐이 모두 안성맞춤으로 잘 들어갔다. 게다가 침구가 기대이상으로 깨끗해서 기분 좋게 잠들었다. 아침은 객실이 아닌 기차 안 별도 라운지에서 먹는데 수프와 빵, 샐러드가 나왔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아침을 먹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사전예약을 해야 하고 비용은 1명에 15만 원 정도이다. 열차표는 사전 예약할 때 결재한 카드로 기차역 발권기에서 발권하면 된다. 


패딩턴역에서 야간열차를 타려면 기차가 나를 향해 들어온다고 봤을 때 맨 왼쪽에 가서 타면 된다. 우리는 그걸 몰라서 전광판에 뜨는 열차 도착 정보를 기다리다 기차를 못 탈 뻔했다.



다채로운 아침풍경이 기차 차창으로 지나간다.


야간열차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기분 좋다. 창문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오고 스치는 풍경은 아름답다. 부드럽게 덜컹이는 기차의 감각은 우리를 참으로 느긋하게 해 주었다.


콘월 지역을 3일 동안 여행했다.

포스 큐르노 해변, 미낙극장, 렌즈앤드 - 세인트 아이브스 - 에덴 프로젝트


콘월(Cornwall)은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 지역으로 해안과 자연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잉글랜드의 주 가운데 가장 외진 곳이며, 런던에서 320㎞ 이상 떨어져 있다. 남부지역에는 강 하구가 물에 잠겨 생긴 리아스식 해안이 있어 휴양과 관광객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해안가의 팰머스·펜잰스·포웨이 등은 활발한 항구이다.


우리가 간 곳은 콘월 펜잰스 지역이다.



기차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아침에 펜잰스 역에 도착했다. 작은 역이다. 

기차역 바로 옆에는 버스터미널도 있는데 이곳에서 미낙 극장, 세인트 아이브스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에어비앤비 숙소 체크인이 오후 4시라서 짐 맡길 곳을 찾다 보니 역 근처 호텔에서 유료로 짐을 맡아주고 있었다. 짐을 맡기고 포스 큐르노 해변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층 버스는 좁은 시골길을 달린다.


길 양쪽 나뭇가지들이 차를 스칠 정도로 좁은 길,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신기하게도 차가 한대도 안 왔다.


지붕이 없는 이층 버스는 도시보다는 이렇게 자연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곳에서 타는 것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드러운 햇살은 노곤하게 내리쬐고 시원한 풍경은 눈앞에서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이층 버스에 타고 있는 동안 생각이라는 것은 출장 가고 머릿속은 시원한 바람이 오갈 정도로 텅텅 비어갔다. 늘 머릿속에 무언가 가득 담아두고 다니는 기분이었는데 오랜만에 가벼워졌다.


40분 정도 달리니 포스 큐르노 정류장에 도착한다.



정류장에서 해안가 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포스 큐르노 해변 간판이 보인다. 


그 언덕길을 내려갔을 때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어머니의 품처럼 낮은 산이 빛나는 바다를 품고 있었다.

갑자기 들어온 유토피아 같은 기분...


일단 포스 큐르노 해변 모래사장에 서서 푸른 하늘과 바다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


망망한 바다에 맑은 햇살이 사정없이 부서지고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과 연인들은 모래사장에 자리를 잡고 햇살을 마음껏 즐기며 물놀이를 하고 있다. 


이 아득함은 무엇일까...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운동화와 양말 속에 종일 갇혀 있던 발을 해방시키고 맨발로 모래 위를 걸어 얕은 바닷물로 들어갔다.

물은 맑고 차가웠다. 비현실적으로 푸르고 파도와 햇살이 친구처럼 어울린 수평선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있었다.



미낙극장으로 가기 위해 언덕을 올라와서 다시 한번 포스 큐르노 해변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제까지 무엇을 위해 달려왔나....

뭐 이런 질문이 그냥 파도처럼 밀려왔다. 마음이 허전하기도 하고 벅차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했다.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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