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경계를 넘어 이어지는 삶

by 청개구리


기록과 배움은 설렘을 주지만, 그만으로 모든 날이 단단해지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이제 그만 모험을 멈추고 안정을 택하라고 말한다. 나이와 상황을 생각하면, 그 말은 어쩌면 틀리지 않다.


만약 공무원으로 남았다면 연금이라는 든든한 보장이 있었을 것이다.

강사로 자리를 잡았다면, 입소문이 쌓이며 더 많은 이들이 나를 찾았을지도 모른다.

조금만 더 머물렀다면, 지금쯤은 생활의 무게를 덜어주는 안정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가끔은 나도 그 길을 상상해본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

크게 변하지 않는 무난한 일상,

미래에 대한 불안이 줄어드는 삶.


하지만 동시에 그 삶이 나를 점점 가두었을지도 모른다. 내 안의 갈증을 외면한다면 언젠가 더 크게 흔들릴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다른 선택을 했다. 정규직 제안을 거절했고, 불안정한 계약직을 택했다. 직후에는 “괜히 고집을 부린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몰려오기도 했다. 퇴근길 지하철 유리에 비친 얼굴은 늘 어웠고,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 밤이 이어졌다. 미래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으니, 한밤중 이불 속에서 스스로에게 끝없이 물어야 했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이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주변의 시선은 불안을 더 크게 만들었다.

왜 안정적인 길을 두고 자꾸 돌아가?
이제는 자리 잡아야 하지 않겠어?


충고를 빙자한 압박은 어김없이 따라다녔다.


그 말들은 나를 흔들리게 했지만, 내가 왜 이 길을 가고 있는지 되묻게 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안정보다는, 살아 있다는 실감이었다. 보장된 내일 대신 불확실한 오늘을 택했지만, 바로 그 불확실함이 삶을 더 진하게 만들었다.




안정은 늘 매혹적이지만, 동시에 족쇄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흔들리는 길을 선택한다. 잠 못 이루던 밤과 불안한 순간들 속에서만 끝내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삶은 단순하다. 한곳에 뿌리내리고 안주하기보다, 스스로 선택한 길 위에서 배우고, 흔들리고, 다시 일어서는 삶이다. 누군가는 늦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내 삶을 더 확장할 때라고 믿는다.


뭐 어떤가. 좀 흔들려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나를 지탱하는 힘은 안정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나답게 살아내려는 의지다.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