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이권 Nov 15. 2015

거대한 해저 숲을 유지해 주는 장난꾸러기 해달

전 세계에 수많은 동물원과 수족관이 있지만 이 중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몬테레이베이 수족관'이다. 이 수족관은 캘리포니아에서도 절경으로 소문난 몬테레이베이에 위치하고 있다. 조금만 세게 휘두르면 공이 바다로 빠질 듯한 골프장으로 유명한 페블 비치,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17-mile drive, 제왕나비가 월동 하는 퍼시픽 그로우브, 카멜 미션이 있는 카멜시 등이 근처에 있다. 몬테레이만은 대왕고래, 혹등고래, 귀신고래, 범고래, 큰돌고래 등의 고래들이 자주 출몰한다. 또 바다표범, 바다사자, 코끼리바다물범과 같은 해양포유류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몬테레이 만 앞바다는 바로 수심 4000m 의 해저 협곡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근처에 해양학으로 유명한 사설 연구소 Monterey Bay Aquarium Research Institute (MBARI)도 있다.      


몬테레이베이 수족관에서 가장 공을 들인 전시는 '켈프 생태계'이다. 캘리포니아 앞바다에는 거대한 해저 숲이 있다. 이 숲은 '켈프'를 중심으로 다른 생명체들이 살아간다. 켈프는 갈조류에 속하는 원생생물인데, 미역을 연상하면 된다. 다 자란 켈프는 높이가  30-80m에 이른다. 켈프의 잎에는 가스가 채워진 주머니가 있어서, 켈프가 수면까지 수직으로 뻗게 한다. 비록 식물은 아니지만, 켈프는 나무와 같이 뿌리, 줄기, 잎에 해당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켈프는 이 숲에서 나무 역할을 하고, 이 해저 숲을 '켈프숲'이라고 한다. 캘프숲은 바다에서 3차원의 구조물을 제공해 주고, 높이에 따라 생명체가 수직분포를 보여주기 때문에 흔히 열대우림과 비유된다. 덕분에 수많은 어류, 조류, 해양포유류, 갑각류, 연체동물 등이 이 숲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켈프숲은 지구에서 가장 생산적이고, 역동적인 해양생태계로 알려졌다. 몬테레이베이 수족관을 들어가면 켈프 생태계를 전시하는 높이  8.5m의 거대한 탱크가 바로 보이는데, 반드시 여러 층의 높이에서 관람해야 한다. 이 수족관은 켈프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몬테레이만에서 직접 끌어온 바닷물을 순환시킨다.      


켈프 생태계는 남획, 온수의 유입, 상위 포식자의 감소로 인해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켈프숲을 파괴하는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해달의 사냥이었다. 해양포유류는 찬 바닷물로부터 따듯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두꺼운 지방층(blubber)이 있다. 그러나 해달은 이런 지방층이 없고, 대신 동물 중에서 털이 가장 촘촘한 모피를 이용하여 체온을 유지한다. 촘촘한 털 사이로 공기층이 형성되어 있어 차가운 바닷물로부터 몸을 절연시킨다. 해달은 종종 몸을 빙그르 돌면서 장난을 치는데, 이것은 식사를 할 때 먹이가 모피에 묻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해달의 모피를 얻기 위해 1911년 이전까지 해달을 마구잡이로 사냥했다. 그래서 20세기 초에는 해달은 야생에서 1000-2000 마리 정도만 남아 있었다. 해달은 수면에서 먹이를 먹거나 휴식을 취할 때 해류에 떠내려가지 않게 하기 위해 켈프를 몸에 휘감는다. 해달의 주요 먹이는 성게이다. 성게를 잡은 해달은 종종 수면 위로 떠올라 켈프를 돗자리 삼아 누워서 식사를 하는데, 이는 켈프 생태계를 대표하는 가장 잘 알려진 모습이기도 하다. 해달의 감소는 해달의 먹이인 성게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게 하였다. 성게는 바다의 바닥에서 켈프를 먹어 치운다. 특히 켈프의 밑동을 먹어 버리기 때문에 포식당한 켈프가 해류에 유실되곤 한다. 그래서 해달이 사라진 캘리포니아 전 해안에서 켈프 생태계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해달과 같이 생태계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위 포식자를 핵심종(keystone species)이라 한다. 1911년 해달의 사냥을 금지하는 국제협약 이후 지속적으로 해달을 보호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해달은 원서식지의 2/3의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고, 이에 따라 켈프 생태계도 복원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동해에도 성게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연안에 서식하고 있는 해조류가 사라져서 생명체가 별로 없는 불모 상태로 바뀌는 '갯녹음'도 심하다. 또 수온의 상승은 세계 평균보다도 급격하게 높아져서 아열대 바다로 바뀌고 있다. 어쩌면 이 모두가 개별적인 사건처럼 보이지만,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 동해에서 상위 포식자의 감소는 일차 소비자인 성게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왔고, 해저의 식물은 점점 사라지고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 동해에는 강치와 같은 상위 포식자가 없는데, 상위 포식자의 부재는 앞의 모든 생태계 파괴의 근원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무성한 켈프숲은 해류의 흐름이나 속도를 바꿀 수 있고, 이에 따라 수온상승도 완화한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나라 동해의 수온 상승과 생태계 파괴는 상위 포식자의 부재로 인한 연쇄반응의 결과일 수 있다.     




첫 발행일: 2015년 5월  25일





작가의 이전글 사고로 생성되었지만 물새들의 안식처가 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