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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이권 Nov 16. 2015

안개를 마시고 자라는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흔히 금문교, 꽃길, 차이나타운, 알카트라즈, Fisherman's wharf를 주로 방문한다. 물론 케이블카도 타야 하고. 그러나 나는 샌프란시스코 하면 Muir Woods National Monument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Muir Woods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를 지나 북쪽으로 19km 거리에 있다. 이곳은 캘리포니아 레드우드(또는 Coast Redwood)의 자연림(또는 일차림, 노령림)이 자랑거리이다. 캘리포니아 레드우드는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로 알려졌는데,  그중 가장 큰 나무는  115m가 넘는다. 캘리포니아 레드우드는 해안선에서 가까운 곳에 남북으로 길게 서식한다. 남쪽으로는 캘리포니아  몬테레이에서부터 북쪽으로는 오리곤 남쪽까지 무려 750 km에 걸쳐 있다. 그렇지만 폭은 겨우 8-75km 에 불과하다. 

     

캘리포니아 레드우드가 해안선에 붙어서 길고 가느다란 조각과 같은 분포를 보이는 이유는 태평양에서 매일 불어오는 안개를 들이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레드우드와 같이 큰 나무는 성장하는데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이 매일 필요하다. 높이 45 m 정도의 나무라면 여름에 성장할 때 하루에 600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는 매우 건조한 지역이다. 지중해성 기후이어서 여름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는다. 이렇게 건조한 지역에서 이렇게 큰 나무가 어떻게 자랄 수 있을까? 과학자들도 처음에는 레드우드 성장의 비밀을 알지 못했다. 비밀은 해무에 있었다. 이 곳 캘리포니아의 해안선에 가까운 지역은 매일 이른 아침이면 바다에서 안개가 몰려온다. 그렇지만 몇 시간 지나면 하늘은 다시 파랗게 바뀐다. 나무는 뿌리에서 물을 흡수하여 잎으로 수송한다. 이 물은 잎에서 광합성을  하는 데 사용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산소를 기공을 통해 외부로 내보낸다. 캘리포니아 레드우드는 잎에서도 기공을 통해 물을 들이마셔서 뿌리 방향으로 수송할 수 있다. 즉 물을 잎과 뿌리 양방향으로 수송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레드우드는 여름에 필요한 물의 40%까지 안개에서 얻는다. 심지어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의 잎은 안개를 잘 낚아채기 위해 야구에서 사용하는 미트처럼 생겼다.     

 

캘리포니아 레드우드는 목재로 최상급이다. 태닌이 많은 수피 때문에 방충성이 강하고, 송진이 적어서 화재에도 잘 견딘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지진 후 발생하는 화재가 대부분의 가옥을 집어 삼켰다. 그러나 레드우드로 지어진 집은 화재의 피해가 별로 없었다. 이런 목재로써 뛰어난 특성 때문에 19, 20세기에 걸쳐 레드우드의 전 분포지역에서 벌목이 일어났다. 그래서 원서식지의 95%가 벌목되었다. 현 Muir Woods National Monument가 있는 지역은 접근하기가 어려워 다행히도 벌목에서 무사했다. 1905년 당시 미국 하원의원 이었던 윌리엄 켄트와 부인 엘리자베쓰 켄트는 이 지역을 발견하고, 레드우드를 보전할 목적으로 이 지역을 구입하였다. 그런데 인근에 있는 한 수력 회사가 이 지역에 댐을 건설하려고 하였고, 켄트 하원의원은 그렇게 되면 레드우드가 있는 지역이 물에 잠기므로 이 계획을 거부했다. 그러자 그 회사는 토지수용을 하겠다고 법원에 소송할 뜻을 내비쳤다. 토지수용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켄트 하원의원은 레드우드가 있는 지역을 연방정부에 기증해 버렸다. 그리고 자연보전에 관심이 많았던 띠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이 지역을 National  Monument로 선포하였다. 원래 이 Monument을 켄트 하원의원 이름으로 명명하려 했는데, 이 하원의원은 자기 이름 대신, 환경운동으로 존경받고 미국의 국립공원 제도를 설립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 John Muir의 이름을 따를 것을 강하게 요청하였다.      


나는 2012년부터 멸종위기에 처한 수원청개구리를 보전하기 위한 노력으로 수원청개구리탐사대를 조직하여 일반인과 같이 연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여러 가지 성과를 내고 있다. 기억에 남는 팀들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는 화성시에 있는 한 환경단체이다. 이 단체는 장지리 저수지와 인근 지역에서 수원청개구리 탐사를 하였다. 내가 그 곳을 처음 갔을 때 수도권에 가까이 있는데 이렇게 잘 보전된 곳이 있을까 하고 놀랐다. 그런데 어느 대기업이 이 지역과 인근 마등산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환경단체는 이 지역에 수원청개구리를 발견되면 골프장 계획을 저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탐사활동을 하였다. 아쉽게도 이 지역에서 수원청개구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골프장 계획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하고 있다. Muir Woods National Monument의 역사를 알게 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는 윌리엄 켄트 같은 멋있는 분은 없을까? 혹시 그 대기업 회장님은 윌리엄 켄트 같은 멋있는 분이 되고 싶지 않을까? 




첫 발행일: 2015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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