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이권 Nov 18. 2015

수적 우위로 포식자를 압도하는 주기매미

1980-90년대에 미국의 많은 대학교에서 학과가 통폐합되었다. 내가 졸업했던 캔자스대학교의 곤충학과도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과로 통폐합되었다. 곤충 분류학에 대한 오래된 전통 때문에 아직 대규모의 곤충박물관을 유지하고 있고 활발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대학원을 다닐 때와 같이 교수와 대학원생 또는 대학원생 간에 '벌레학자'라는 유대감은 훨씬 떨어진다. 나도 최근에 청개구리 연구에 치중하여서 곤충 연구는 소홀히 하였다. 그렇지만 6월 첫 주말에 있었던 캔자스대학교 곤충학과 동문회에서 내가 벌레학자임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곤충학과의 동문회답게 야외채집을 중요한 행사로 치렀고, 일정도 주기매미(periodical cicada)의 출현에 맞춰 잡았다. 이 지역에서 주기매미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겐 2015년은 아주 특별한 해이다. 왜냐하면 13년 주기매미와 17년 주기매미가 동시에 출현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매미는 곤충 중에서 중대형에 속한다. 크기에 비해 매미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방어력은 거의 없다. 보통 곤충은 큰턱을 이용하여 방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매미는 나무의 뿌리에서 수액을 먹고 자란다. 그래서 매미의 주둥이는 마치 빨대처럼 생겼고, 이런 주둥이는 방어행동에 쓸모가 없다. 또 대부분의 매미는 독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매미는 화학방어를 할 수도 없도, 동시에 조류, 파충류, 작은 포유류 또는 다른 곤충에게 먹이로 가치가 있다. 뿐만 아니라 매미는 주행성이고 큰 소리로 노래를 하기 때문에 포식자의 관심을 쉽게 끌 수 있다. 이렇게 방어력이 없고,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곤충이 취할 수 있는 포식자 방어법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한 가지 방법은 포식자 배부르게 먹이기 (predator satiation, 보다 좋은 표현 있으면 알려주세요)전략이다. 엄청나게 많은 수의 매미가 동시에 출현하면 근처에 있는 포식자를 배부르게 먹이고도 충분한 수의 매미들이 살아날 을 수 있다. 이 방법은 아주 많은 곤충이 아주 짧은 기간에 출현하여 동시에 짝짓기를 하면 가능하다. 많은 수의 개체들이 포식자에게 속절없이 당하겠지만, 그 보다도 더 많은 개체들이 성공적으로 짝짓기를 하고 산란할 수 있다. 주기매미는 포식자 배부르게 먹이기 전략에 따라 생활사와 행동이 강하게 동기 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주기매미는 일정한 장소에 아주 많은 수가 출현한다. 그래서 밀도가 높은 곳에는 주기매미의 사체를 쓰레받기도 주워 담을 정도이다. 그리고 땅속에서 13년 내지 17년을 보냈지만, 땅 위에서는 그 지역의 모든 주기매미가 동시에 출현하여 겨우 3-4주 정도만 활동한다. 게다가 수컷 주기매미들은 동시에 노래를 한다. 이들이 합창하는 곳에 가면 제트 비행기의 엔진 소리에 비유할 정도이다.
 
 주기매미와 비교하여 연례매미(annual cicada)가 있다. 연례매미도 땅속에서 다년간 약충 생활을 하지만, 한 지역에 매년 출현한다. 연례매미는 시간 계산을 잘못하여 1년 늦게 또는 1년 일찍 출현해도 짝을 찾는데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주기매미는 시간 계산을 잘못하면 짝을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주기매미는 정확하게 13년 또는 17년을 셀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땅속에서는 천체의 운동을 알기 어렵고, 계절의 변화도 미약하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주기매미는 어떻게 땅속에서 출현하는 년도를 알 수 있을까?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매미는 나무의 호르몬을 측정하여 해가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과수원에서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일 년에 두 번 재배할 수 있는 복숭아를 개발하였다. 이 복숭아나무에 매미의 약충을 접종하였더니, 주기매미의 출현하는 시기가 절반으로 줄었다. 마치 우리가 낙엽을 보고 가을이 지나가는 것을 알고, 나이테를 보고 나무의 나이를 읽듯이, 매미는 나무의 호르몬 변화를 보고 일 년이 지나는 것을 셀 수 있다.
 
 주기매미의 출현은 그 지역 생태계에 순간적으로 대량의 먹이를 제공한다. 이런 현상을 '맥박치는 자원'이라 한다 (영어로 pulsed resource라 하며 보다 낫은 번역이 필요함). 심장의 상태를 알기 위해 심전도를 보면 심장이 뛸 때마다 순간적으로 전위가 올라간다. 그러나 그 순간 외에는 전위가 아주 낮다. 생태계에서 자원의 공급은 심장의 전위활동과 비슷할 때가 많다. 대부분의 시공간에서 자원의 수준은 없거나 지극히 낮지만, 순간적으로 자원이 대량으로 공급될 수 있다. 이런 맥박 치는 자원에 따라 포식자도 동시에 아니면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개체군이 증가한다. 예를 들면 주기매미의 포식자인 조류는 주기매미가 출현하는 년도 아니면 바로 이어지는 연도에 개체군이 증가하지만, 뒤이어 먹이의 감소로 개체군도 따라 감소한다. 주기매미의 출현이 모두에게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 매미는 숙주가 되는 나무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매미 암컷은 잔 나뭇가지에 홈을 파서 알을 낳는다. 많은 매미가 알을 낳으면 잔 나뭇가지는 고사할 수 있다. 또 매미는 수액을 빨아먹기 때문에 나무에게는 기생과 다름없는 존재다. 그러나 엄청나게 많은 수의 매미가 출현하면, 반드시 엄청나게 많은 수의 매미가 죽기 마련이다. 그리고 매미는 태어난 곳, 아니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죽는다. 매미의 사체는 썩어서 숲생태계에 대량의 질소를 제공한다. 그리고 질소는 숲에 있는 나무가 성장하는데 비료의 역할을 한다. 결국 숲의 나무에게도 주기매미의 출현은 실 보다 득이 많은 것 같다.
 



첫 발행일: 2015년 6월 8일
 



작가의 이전글 안개를 마시고 자라는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