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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이권 Nov 19. 2015

매미의 합창은 협동과 경쟁의 결과

일부 곤충은 우리의 생활과 문화에 깊숙한 영향을 미쳐서 문화 아이콘(cultural  icon)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풍뎅이를 무척 좋아하여 유적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만 해도 수천 개나 있다. 그 용도도 다양하여 장신구나 개인적인 치장, 공무용 인장, 왕의 업적을 기리는 정치 또는 외교용으로도 사용되었다. 당나라 때부터 내려오는 귀뚜라미 싸움은 중국의 놀이 또는 도박이다. 중국 남송 말기의 재상인 가사도는 귀뚜라미 싸움에 심취하여 나라가 기울었다고도 한다. 북아메리카의 록키산맥 동쪽에는 주기매미가 빠르게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주 길고 기이한 생활사, 긴 생애에 비애 아주 짧은 성충으로 생활, 높은 밀도, 시끄러운 합창. 이런 특징은 주기매미를 문화 아이콘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주기매미는 북아메리카의 록키산맥 동쪽에만 분포하는데 13년과 17년마다 출현하는 두 종류가 있다. 13년 주기매미에는 4종, 17년 주기매미에는 3종이 알려져 있다. 많은 분들이 올해 주기매미가 출현하면 앞으로 13년 내지는 17년 기다려야 다시 노래를 들을 수 있는가라고 질문한다. 다행히도 그렇진 않다. 2015년은 캔자스를 포함한 중서부 지역에서 주기매미가 출현하였다. 학술적으로 올해 출현하는 주기매미는 Brood IV 또는 Kansan Brood라 한다. 한 해에 출현하는 모든 주기매미를 Brood라 한다. 이 지역에서는 앞으로 13년, 또는 17년이 지나야 주기매미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내년에는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등에서 17년 주기매미(Brood V)가 나타난다. 서로 다른 brood가 거의 매년 다른 지역에서 출현한다.   


일반인들이 느끼는 주기매미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합창이다. 실제로 주기매미가 노래하는 숲에 들어가면 수백, 수천의 주기매미가 리듬에 율동까지 맞춰 노래한다. 매미들의 합창은 공동으로 포식자의 위협을 나눠가지는 일종의 협동이다. 그렇지만 매미의 합창이 절대 협동의 결과만은 아니다. 노래하는 수컷의 최대 경쟁자는 바로 옆에 있는 수컷이다. 만약 이웃하는 두 수컷이 동시에 노래를 하면, 암컷은 둘 중 한 수컷의 노래만 잘 들을 수 있다. 이 현상을 선행효과(precedence effect)라 하는데, 사람을 포함하여 소리를 이용하여  의사소통하는 많은 동물에서 발견되었다. 두 개의 소리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수신자에게 도착하면, 수신자는 먼저 온 소리는 잘 듣지만 살짝 늦게 도착한 소리는 잘 듣지 못한다. 만약 한 수컷이 이웃하는 수컷보다 살짝 앞서서 노래를 하면, 선행하는 수컷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그래서 수컷들은 암컷이 잘 듣지 못하는 시간대를 피하려고 한다. 그 결과 수컷들은 동시에 같이 노래를 하거나, 아니면 서로 번갈아 가며 노래를 한다. 매미의 합창은 이웃하는 수컷끼리 자신의 노래가 암컷에게 잘 들리게 하기 위한 경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합창은 주기매미 한 마리, 한 마리가 의도적으로 만들기보다, 각자 이웃하는 수컷과 협동과 경쟁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부수현상(epiphenomenon)이다. 소리 신호 외에도 전자기 신호나 화학 신호로도 합창이 만들어진다. 말레이시아의 맹그로브 사과 나무에는 반딧불이 수백 마리가 나무 한 그루에서 동시에 빛을 이용하여 합창을 한다. 반딧불이의 합창은 좀 떨어져서 보면 동시에 켜지고 꺼져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 같다. 나방은 암컷이 성페로몬으로 신호하고, 수컷이 이 페로몬을 이용하여 암컷을 찾는다. 보통 짝짓기를 할 수 있는 수컷을 찾는데 어려움이 없는 나방 암컷들은 경쟁적으로 페로몬을 방출하는 미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불나방인 Utetheisia ornatrix는 암컷들이 페로몬을 방출할 때 합창을 한다. 이 종은 짝짓기를 할 때 수컷이 영양물질과 정자가 같이 있는 spermatophylax를 암컷에게 선물한다. 수컷은 커다란 spermatophylax를 주고 나면 재충전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짝짓기 가능한 암컷에 비해 수컷의 수가 부족해진다. 암컷은 어쩔 수 없이 경쟁적으로 수컷을 유인하기 위해 페로몬 합창을 한다. 협동과 경쟁은 자연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현상도 만들고, 때로 암컷의 짝짓기 선호도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첫 발행일: 2015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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