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예기치 않게 닭을 잡으려다가 꿩을 잡는 경우가 있다. 지난 2015년 10월 24일 양양의 남대천으로 연어를 보러 간 날이 그런 경우이다. 이날 우리 4명은 이른 오후부터 남대천에 들어가 연어를 찾기 시작했다. 연어가 강으로 한참 올라오는 시기 이었으므로 연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번식을 마치고 죽은 연어가 대부분 이었다. 번식을 하려고 하는 싱싱한 연어는 너무 빨리 움직여 사진에 담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어뢰처럼 물속을 가르는 연어를 처음 보면서 우리는 이미 멋진 여행에 만족해했다.
우리가 연어를 보러 갈 수 있었던 계기는 성무성 군이다. 이 친구는 현재 대학생인데 초등학교 때부터 민물고기가 좋아서 전국을 누비고 있다. 우리가 연어에 정신이 팔려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에도 이 친구는 족대로 강을 여기저기 쑤셔댔다. 족대는 대나무 두 개 사이에 그물이 쳐 있어서 얕은 물에 있는 물고기를 잡기에 적당하다. 관심이 있은 민물고기라도 올라오면 채집통에 집어넣고 우리에게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다. 늦은 10월이라 날도 슬슬 저물기 시작했고, 연어도 충분히 구경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물고기 잡기를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저녁 먹을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 친구가 '칠성장어다!'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어류를 잘 모르는 나지만 칠성장어는 대학교 일반생물학 교과서에서도 등장해서 귀에 익숙했다. 평생 민물고기를 쫓아 돌아다니는 분들도 쉽게 구경하지 못하는 물고기라며 성무성 군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칠성장어를 보자마자 나는 제일 먼저 주둥이를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동그란 원 안에 날카로운 이빨이 있었다. 또 '칠성장어'라는 이름에도 잘 드러나고, 원시어류의 특징이기도 한 7개의 아가미구멍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사람의 입은 턱이 있지만, 칠성장어의 입은 턱이 없다. 척추동물의 턱은 먹이를 포획하고, 처리하고, 잘게 부수는 데 사용된다. 재미있게도 턱이 처음 진화한 이유는 먹이 보다는 호흡을 위해서이다. 어류는 아가미에 있는 모세혈관에서 물에 있는 산소를 치환하여 호흡을 한다. 그래서 물고기는 입을 열어서 물을 입 안에 넣고, 그 물이 아가미로 지나가게 해야 한다. 턱이 있으면 물을 강제로 아가미로 보낼 수 있어 호흡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입에 물을 집어넣고 입을 닫은 다음 구강의 공간을 압착하면, 입안의 물을 아가미로 강제로 내 보낼 수 있다. 이것을 구강 펌프(buccal pump)라 한다. 양서류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공기를 입에 넣고 허파로 보낸다.
턱은 척추동물의 진화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다. 척추동물은 턱의 유무로 크게 무악류(Agnatha)와 유악류(Gnathostomata)로 나눈다. 사람을 포함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대부분의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는 턱이 있는 유악류이다. 이들은 크게 번성하여 종의 수도 60,000종이 넘는다. 그러나 턱이 없는 무악류는 원시적인 어류로 그 수가 기껏해야 100여 종 정도이다. 무악류가 번성하기 어려운 이유는 먹이를 먹는 방법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 같다. 칠성장어는 연어와 같이 다른 어류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 먹거나, 물속의 유기물을 걸러 먹는다. 이들은 크게 번성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처음 진화한 이래 무려 수 억 년을 살아남았다. 쭉쭉 뻗어나가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진화의 막다른 골목을 지켜보고 있는 순간이었다.
방문 일시: 2015년 10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