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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이권 Dec 01. 2015

육상생활에서 다시 수중생활로 돌아간 물두꺼비

지난 10월 양양 남대천에서 짜릿했던 연어 구경이 아직도 생생한 우리 4명은 이번에는 물두꺼비를 찾아 나섰다. 오늘은 겨울로 들어섰다 해도 어색하지 않을 깊은 11월 이지만, 지난 1-2주 동안 봄이 다시 찾아왔다고 생각할 정도로 따뜻했다. 또 지난 며칠 동안은 마치 장마라도 진 듯이 비가 내렸다. 오늘도 아침 하늘에 구름이 잔뜩 깔려 있고, 오후 늦게부터는 비 예보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사기충천했고, 오늘도 물두꺼비와 예상치 않았던 생명체를 기대하며 강원도 평창에 있는 흥정계곡으로 들어섰다.      


내가 흥정계곡에 도착했을 때 이미 세 친구는 계곡에서 물두꺼비를 찾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알려지지 않은 양서류를 뽑으라면 단연 물두꺼비이다. 물두꺼비의 생김새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두꺼비이다. 두꺼비와 같이 피부가 거칠고, 눈 뒤로는 디곡신(digoxin)이란 독을 내뿜을 수 있는 독선이 있다. 그러나 이 녀석이 살아가는 방법은 전혀 두꺼비 같지 않다. 두꺼비는 건조한 육상생활에 적합하다. 그러나 물두꺼비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생활사의 상당 부분을 물속에서 보낸다. 지금은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는 마지막 가을날이므로 우리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양서류는 월동에 들어간다. 두꺼비와 달리 물두꺼비는 물속에서 월동을 한다. 원래 두꺼비는 습지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는데, 물두꺼비는 이런 습성을 버리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 경우이다. 물속에서의 월동은 그리 나쁜 생각은 아니다. 적당히 깊고 흐르는 물속에 있으면 온도가 영상 이상으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실제 많은 민물고기들이 물두꺼비와 비슷한 방법으로 습지의 바위 밑이나 수풀 속에서 월동을 한다. 그렇지만 물두꺼비가 육상생활을 포기하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 이유는 여전히 궁금하다.  


우리가 처음 탐사한 장소는 물두꺼비가 월동 하기에 적합해 보이지 않아서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였다. 이 장소는 성무성 군이 몇 년 전에 물두꺼비를 잡은 곳이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보겠지 기대하고, 우리는 바위를 들쳐보고 족대를 쑤셔댔다. 아마일 군은 물두꺼비 서식지 특성을 조사하려고 유속이나 강의 바닥 재질 등을 열심히 기록했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물두꺼비는 나타나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고, 우리는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때 역시 성무성 군이 물두꺼비를 잡았다고 소리를 쳤다. 우리는 바로 달려가 물두꺼비를 처음 대면했다. 월동 중이었는지 움직임이 전혀 없고, 눈도 감겨 있는 암컷이었다. 갑자기 배고픔도 사라지고 다시 힘을 내서 찾기 시작했다. 지금은 국립생물자원관에 근무하시는 이정현 박사님이 대학원생일 당시 지도교수님인 박대식 교수님과 같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암컷 물두꺼비는 월동 할 때 홀로 있는 경우는 없고, 항상 포접을 하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짝지키기이다. 양서류는 월동에서 깨어나면 제일 먼저 짝짓기와 산란을 한다. 그러므로 암컷과 같이 월동 하면 이듬해 짝짓기 할 때 유리하다. 이상하게도 오늘 발견한 물두꺼비 암컷은 포접도 하지 않았고, 근처에 다른 물두꺼비도 찾을 수 없었다.      


다시 힘을 내어 찾아보았지만 물두꺼비는 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죽어서 상당히 부패가 진행된 물두꺼비 사체가 근처에서 나왔다. 이것이 무슨 일이지  의아해하고 있는데 강의 상류 쪽에서 물두꺼비 사체가 엄청 많이 있다고 소리쳤다. 얼른 달려가 확인하니 물 안에 여기저기 하얀 조각들이 있는데 모두 물두꺼비 사체였다. 심지어 알이 아직 그대로 있는 사체도 있었다. 우리는 모두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바로 4-50 m 상류에 새로 지은 교각이 보였다. 그리고 하천 바로 옆에 아스팔트를 새로 포장하고 있었다. 혹시 이 교각 공사 때문에 물두꺼비가 몰살당했나? 아마일은 곰팡이병 때문에 단체로 죽었을 수도 있다고 방금 채집한 물두꺼비 피부에서 표면 샘플을 채취했다. 물론 곰팡이병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물두꺼비의 몰살과 새로 지은 교각의 연관성을 쉽게 떨칠 수가 없었다. 양서류는 피부로도 호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피부를 통해 외부의 독소와 같은 물질이 쉽게 통과할 수 있다. 그래서 비슷한 조건이면 물속의 양서류가 어류 보다 교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물두꺼비가 몰살당한 이유는 정확히 규명할 순 없었지만, 우리는 암컷 물두꺼비가 내년 봄에 짝을 찾고 성공적으로 산란하기를 바라면서 풀어 주었다.           



방문 일시: 2015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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