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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이권 Nov 21. 2015

LA에서 벌어지고 있는 녹색 움직임들


내가 처음 미국에 갔을 때 가장 인상적인 모습 중 하나는 드넓은 잔디밭이었다. 캠퍼스나, 상업용 건물이나, 일반 주택가나 어디를 가든 잔디로 조경이 되어 있다. 날만 따뜻해지면 잔디를 깎는 트랙터 소리가 어디선가 항상 들린다. 잔디를 깎고 있는 곳을 지나가면 잔디가 잘릴 때 나온 휘발성의 식물 냄새가 확 올라온다. 그 당시에는 이런 모습이 평화적이고 좋은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의 생각은 생태학을 공부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잔디를 유지하려면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그 이유는 잔디와 다른 식물, 특히 잡초와의 경쟁 때문이다. 대부분의 환경에서 잡초는 잔디 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우리의 도움이 없이는 잔디는 잡초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잔디가 잡초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잔디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잔디는 대부분의 잎이 지면과 가깝지만, 잡초의 잎은 잔디보다 훨씬 높게 위치한다. 그러므로 잔디를 깎아 식물의 높이를 제한하면 잔디에게 잠시나마 비슷한 경쟁조건을 만들어 준다. 또 잔디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물을 계속 공급해야 한다. 미국 중서부 지역이나 동부지역은 대체로 강우량이 풍부하여 잔디가 잘 자란다. 그러나 잡초는 더 잘 자란다. 미국 서부지역은 대체로 건조한 지역이기 때문에 물을 끊임없이 제공해야 한다. 이런 지역에서 잔디를 유지하려면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잔디 대신 고유식물(native plants)로 조경을 하면 된다. 고유식물은 그 지역의 기후에 적응하였기 때문에 유지비용이 최소이다. 고유식물이 가져다주는 또 다른 장점은 그 지역의 동물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한다. 이곳 LA는 지난 2년간의 가뭄 때문에 물이 부족하다. 그렇지만 선인장과 유카와 같이 건조한 환경에 적응한 고유식물들은 잘 버티고 있다. 또 고유식물이 있는 정원에서 제왕나비나 벌새와 같이 이 지역의 동물도 가끔 볼 수 있다.      


고유식물을 이용한 조경은 시민들이 환경을 위해 직접 할 수 있는 움직임 중의 하나이다. 또 하나는 로컬푸드(local food)의 확산이다. 흔히 일주일마다 장이 서는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에서 로컬푸드를 구입할 수 있다. 최근에는 로컬푸드를 이용하여 운영하는 식당이나 기관들이 늘고 있다. 파머스 마켓에서는 농부들이 "We grow what we sell"이란 구호 아래 직접 경작한 농산물을 팔고 있다. 거리의 제한 때문에 여기서 구입할 수 있는 농산물은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거리의 제한 때문에 농산물이 신선하다. 그리고 못생긴 농산물을 보면서 유전자재조합식품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마지막으로 내가 지불한 돈이 그 지역 농부의 주머니에 들어감으로써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로컬푸드와 관련된 다른 움직임은 LA 도시농장(LA Urban Farms)이다. 이 움직임은 지속가능, 사람과 지구의 건강, 로컬푸드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LA 도시 내에서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다. Future Growing에서 제작한 수직 공중재배를 이용하여 텃밭이 없어도 도시농장이 가능하다.      


미국 사회는 우리나라에 비해 전반적으로 천천히 바뀌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미국 생활을 했던 10년 전과 비교해 여러 차이점을 느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뚜렷하다. 또 이제는 개인이 수표를 사용하는 일도 거의 없다. 고유식물 조경, 로컬푸드, 도시농장 등의 녹색 움직임은 10년 전에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이 현재 미국 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비록 들불처럼 번지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런 녹색 움직임들이 광범위하게 실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무엇보다도 지난 10년 동안의 여러 차이점 중 내게 가장 의미 있게 다가왔다.




처음 발행일: 2015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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