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세쿼이아는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와 더불어 나무 세계의 거인이다. 세계에서 키가 가장 큰 수종은 캘리포니아 레드우드로, 그중 가장 키가 큰 나무는 높이 115m의 '하이페리온(Hyperion)'이다. 이 나무는 북캘리포니아의 Redwood National and State Parks에 있는데, 정확한 위치는 이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비밀이다. 자이언트 세쿼이아는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보다 키는 작지만, 몸집이 훨씬 더 나간다. 자이언트 세쿼이아 중 가장 큰 나무는 '제너럴 셔먼(General Sherman)'인데 이 나무의 높이는 겨우 84m이지만, 체적은 무려 1487 스케어 미터이다. 이에 비해 하이페리온의 체적은 제너럴 셔먼의 1/3 정도 밖에 안 되는 530 스케어 미터이다. 캘리포니아 레드우드는 키 큰 홀쭉이 나무라고 한하면, 자이언트 세쿼이아는 덩치가 엄청 좋은 나무이다.
자이언트 세쿼이아와 같이 거대한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 출발한다. 씨앗이 발아하여 묘목이 되고, 다시 자라 점점 커다란 나무가 된다. 직사광선이 쬐는 곳에서 잘 자라는 나무를 양수라고 하고,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를 음수라 한다.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밤나무 등이 양수이다. 자이언트 세쿼이어도 양수이고, 따라서 그늘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특히 자이언트 세퀘이어 종자가 발아하고, 묘목이 자라려면 직사광선이 잘 들어오는 열린 공간이 필요하다. 자이언트 세쿼이어가 어느 높이까지 올라가면 자리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숲 바닥에 있는 자이언트 세쿼이아의 종자와 묘목은 다른 관목과의 자리싸움에 쉽게 밀린다. 이때 세쿼이어 종자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비생물요인이 산불이다.
자이언트 세쿼이아는 불에 특히 잘 적응된 나무이다. 세쿼이어의 수피는 엄청나게 두껍다. 그래서 웬만한 화재는 자이언트 세쿼이아를 뚫지 못한다. 이 나무를 보면 나뭇가지가 나무의 중간쯤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무려 몇십 미터 공중에서 처음 나뭇가지가 뻗고 잎이 나온다. 그래서 화재가 나뭇가지와 잎이 있는 높이까지는 도달하기 어렵다. 자이언트 세쿼이어는 단지 불에 잘 견딜 뿐만은 아니라, 번성하기 위해서도 불이 필요하다. 불은 세쿼이아 근처에 살고 있는 다른 나무를 제거하여 직사광선이 들어 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 자이언트 세쿼이아의 종자는 불에 그슬린 이후에 발아하고, 묘목은 열린 공간에서 잘 자랄 수 있다.
자이언트 세쿼이아는 캘리포니아의 시에라 네바다 산맥 서쪽 사면에만 분포한다. 19세기 후반부터 사람들은 자이언트 세쿼이아가 있는 숲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리조트 타운을 건설했고, 도로도 놓고 조경도 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리조트가 들어선 이후에 자이언트 세쿼이아 종자가 발아하지 못했다. 리조트는 사람이 살고 있는 장소이므로 당연히 불이 나지 않게 조심했다. 그 결과 자이언트 세쿼이아 종자는 발아할 수 없었다. 1960년대부터 미국의 국립공원관리청은 기존의 산불억제 정책을 바꿔서 제한된 범위 내에서 통제된 방법으로 산불을 놓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자이언트 세쿼이어 종자는 다시 발아하기 시작하였다. 이 일은 불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불은 생명체를 소실시키고, 생태계를 파괴시킨다고 오랜 동안 믿었다. 이런 믿음은 생태계는 평형(equilibrium)을 유지하거나 평형 상태로 가려하고, 불과 같은 교란 요인은 이런 평형으로 가는 것을 저해하므로 자연생태계에 해롭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우리는 산불을 막으려고만 노력하였다. 그러나 지난 몇십 연간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불은 생태계의 중요한 과정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정기적인 불이 없으면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생태계도 있다. 이제 생태학에서 불은 방지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창조적인 교란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