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California State University Northridge에 계시는 David Gray 교수님과 같이 소노란 사막에서 귀뚜라미를 채집했다. 채집 둘째 날은 멕시코와 가까운 캘리포니아 남부의 앨고도운스 듄스(Algodones Dunes)에서 야영하였다. 이 곳은 바람에 의해 생긴 모래언덕이 아주 길게(폭이 9.6 km이고, 길이는 72.6 km) 펼쳐져 있다. 모래언덕 근처에 텐트를 세우고 야영할 준비를 마친 후 모래언덕으로 탐사를 나섰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는데 내 눈을 의심했다. 이 곳에서는 신호가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신호가 동그라미 다섯 개 중에 네 개까지 올라갔다. 미심쩍어서 이메일도 확인하고 카톡도 해 보았는데 정상이었다. 사실 미국은 핸드폰 수신이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보다 떨어져서, 내가 거주하고 있는 LA에서도 안 잡히는 곳이 많다. 이런 사막 허허벌판에 핸드폰 신호가 잡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핸드폰 수신이 잘 되는 이유는 금방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저기 좀 떨어진 곳에 전지형자동차(All Terrain Vehicle, ATV)를 타고 즐길 수 있는 휴양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ATV를 타는 행락객들이 조난 또는 사고가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핸드폰 통신이 가능하게 한 것 같다. ATV는 요즘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에서 인기 있는 레저이다. 어떤 지형에서도 주행이 가능하다는 ATV는 특히 사막에서 인기가 있다. 장애물이 별로 없고, 잘못하여 굴러도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이다. 앨고도운스 듄스는 ATV 즐기는 행락객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다. 근처에 ATV를 빌려주는 상점도 있고, ATV 끌고 온 행락객들을 위한 캠핑장소도 있었다. 우리는 밤늦게 까지 귀뚜라미를 채집하였는데, 멀리서 ATV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ATV가 지나가면서 만드는 진동이 사막에 살고 있는 두꺼비에게 비가 온다는 큐로 작용한다고 알려졌다. 사막에는 습도가 아주 낮고, 습지가 드물기 때문에 양서류가 살아가기 힘들다. 그래서 사막에 살고 있는 양서류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더위와 건조를 피해서 땅속에서 지낸다. 그러다가 비가 와서 임시로 습지가 만들어지면 땅 위로 올라와 짝짓기를 하고 산란을 한다. 그런데 땅속에 있는 두꺼비가 비가 오는 것을 어떻게 알까? 지금까지 비가 오면 땅속으로 스며드는 빗물 때문에 두꺼비가 비가 오는 것을 인지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의 Peter Narins 교수님과 동료 연구자들은 스페인의 건조한 지역에 살고 있는 Pelobates 속의 두꺼비를 이용하여 강우를 인지하는 과정을 연구하였다. 먼저 비가 땅으로 떨어질 때 발생하는 진동을 녹음하였다. 그런 다음 진동을 일으킬 수 있는 변환기를 이용하여 두꺼비가 있는 곳의 땅을 진동시켰다. 물론 비가 오는 것과 비슷하게 땅을 진동시켰다. 그랬더니 빗물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땅속의 두꺼비는 바로 땅위로 올라 왔다. 이 두꺼비가 강우를 인지하는 방법은 비 자체가 아니라 비가 올 때 발생하는 진동이다.
문제는 ATV가 지나갈 때 발생하는 진동이 비가 올 때의 진동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두꺼비가 비가 오는 줄 알고 땅위로 올라 왔다가 말라 죽은 경우가 흔히 있다. ATV를 지정된 장소에서만 즐기면 사막에 살고 있는 생명체에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ATV를 타고 정말 아무 데나 마구 돌아다닌다. 우리는 재미로,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일이 예기치 않게 자연생태계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이 있다. ATV도 그런 경우이다.
2015년 4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