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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이권 Nov 06. 2015

나뭇잎을 거의 없애 버린 초록 막대기, 팔로 베르디

미국의 남서부 지역이나 멕시코에 가면 흔하게 마주치는 지명이나 거리 이름이 팔로 베르디(Palo Verde)이다. 팔로 베르디는 스페인어로 초록 막대기라는 뜻이며, 이 지역에서 살고 있는 나무의 이름이다. 보통 나무는 잎이 초록색이고, 나무줄기나 나뭇가지는 초록색이 아니다. 그러나 팔로 베르디는 나뭇가지와 줄기가 유난히도 화려한 초록색이다.

     

식물은 엽록체에서 광합성 과정을 통해 이산화탄소, 물 및 빛 에너지를 이용하여 당과 산소를 생산한다. 그런데 엽록체는 가시광선의 다른 색의 빛은 흡수하지만, 유독 초록빛을 반사시키는 '엽록소'라는 색소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엽록소가 많이 있는 식물의 잎을 보면 주로 녹색 계통의 색을 띄고 있다. 그래서 나는 식물이 가장 싫어하는 색은 녹색이라고 농을 자주한다. 광합성 과정 중에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들이 마시고, 동시에 생산된 산소를 내보내야 한다. 그래서 기공을 열어서 이런 기체를 들이 마시고 내보낸다. 그런데 우리가 건조한 지역에서 호흡을 하면 우리의 입과 목은 금방 마른다. 호흡과정에서 수분이 외부로 증발하기 때문이다. 식물도 광합성을 할 때, 또 호흡을 할 때 수분을 외부로 빼앗길 수 있다. 참 식물도 우리처럼 호흡을 한다. 일 년 내내 건조한 사막에서 외부에 수분을 빼앗기는 일은 생명체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다. 그래서 식물은 광합성이나 호흡과정 중에 수분이 증발하는 일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적응방법을 발달 시켰다.

     

팔로 베르디가 수분의 증발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취한 적응방법은 극단적이다. 수분을 증발시키는 나뭇잎을 거의 없애 버렸다. 실제로 비가 온 이후에만 아주 작은 나뭇잎이 자란다. 그렇지만 이 잎들은 곧 사라지고, 나뭇잎이 아예 없는 팔로 베르디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광합성을 하지 않으면 식물은 살아 갈 수 없다. 그래서 팔로 베르디는 대신 나무줄기와 나뭇가지에 엽록체를 배치했다. 그래서 팔로 베르디를 보면 잎은 잘 안보이고, 초록색인 줄기와 나뭇가지가 쉽게 눈에 띈다. 그리고 팔로 베르디는 줄기와 나뭇가지에 있는 엽록체에서 하는 광합성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팔로 베르디의 극단적인 수분증발방지 방법은 아주 성공적이다. 북미에는 크게 소노란, 모하비, 치후아후안, 그레이트베이슨 사막이 있다. 이 중 소노란 사막이 가장 덥다. 팔로 베르디는 소노란 사막에서만 발견되는데, 여기서 팔로 베르디 보다 더 큰 나무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시 말해 팔로 베르디는 소노란 사막의 대표적인 식물이다. 덥고 건조한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잎의 대부분을 희생했지만, 덕분에 사막에서 가장 키 큰 나무로 살아가고 있다. 밑지는 장사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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