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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이권 Dec 12. 2015

수원청개구리는 무사히 겨울을 날 수 있을까?

올해 내내 마음 한가운데 무거운 짐을 하나 지고 살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멸종위기종 수원청개구리를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에 나는 이 연구에서 더 나아가 수원청개구리의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와 복원사업은 큰 차이가 있다. 연구에는 감정의 개입이 없다. 또 있어서도 안 된다. 예를 들어 수원청개구리의 개체군 감소의 이유를 규명하면 나는 좋은 논문을 발표할 수 있다. 그 이후에 수원청개구리가 우리나라에서 사라진다 하더라도 연구자의 위상은 큰 변화가 없을 수 있다. 그런데 복원사업에는 감정이 무수히 개입되어 있다. 지난 2012년에 나는 남방큰돌고래의 방류사업에 참여하였는데  그때에도 감정의 벽을 넘나들었다. 이렇게 복원사업이 감정으로 점철되는 이유는 생명을 반드시 살도록 하겠다는 노력 때문이다.    

  

수원청개구리 복원사업은 나에게 우연히 찾아왔다. 환경부의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의 일환으로 농어촌공사는 수원시에 있는 일월저수지의 한 쪽 구석에 수원청개구리의 서식지를 복원하기로 하였다. 처음 이 복원사업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일월저수지가 수원청개구리의 서식지로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일월저수지는 사방으로 차량의 왕래가 심한 도로로 둘러싸여 있고, 그 너머서는 주택가 및 관공서가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수원청개구리의 서식지는 논의 비율이 높고 도시의 비율이 낮은 지역이다. 또 초기에는 수원청개구리의 무서운 포식자인 황소개구리도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었다(그렇지만 이 지역에서 황소개구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수원청개구리가 일월저수지의 복원된 서식지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한편 일월저수지는 수원청개구리가 살아가기 좋은 점이 있기도 하다. 야생에서 수원청개구리의 원서식지와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지역과 일월저수지는 식생이 흡사하다. 일월저수지의 수원청개구리 복원지역은 수풀이 무성하고 버드나무가 있다. 또 귀뚜라미와 같은 곤충들이 풍부하게 존재했다. 서식지를 조성할 때 인위적인 조경을 최소화하고, 기존의 식생을 그대로 이용하면 수원청개구리의 원서식지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수원청개구리 복원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수원청개구리의 생태적 특징이다. 청개구리는 번식기에 논과 같은 습지에서 주로 보내고, 비번식기에는 숲으로 이동하여 지내다가 동면한다. 그런데 수원청개구리는 비번식기에도 습지를 떠나지 않고, 월동도 논이나 논 근처에서 이뤄진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이 결과는 수원청개구리가 일 년 내내 일월저수지와 같이 조그만 습지와 인접한 수풀로도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지식은 어디까지나 이론이고 실제 수원청개구리가 일월저수지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었다.      


멸종위기종 수원청개구리 포획, 사육 및 방사를 위해 우리는 다음의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 번째는 수원청개구리 복원사업이 야생에 서식하는 수원청개구리 개체군에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는 복원 예정지인 일월저수지와 가까운 곳에서 복원에 사용할 수원청개구리를 포획하여야 한다. 이 두 가지 원칙은 복원사업이 수원청개구리 개체군에 피해를 주지 않고, 원래 수원시에 서식했던 수원청개구리와 근연적으로 가까운 수원청개구리를 복원하기 위해서이다. 첫 번째 원칙을 위해 수원청개구리의 성체를 포획하여 방사하지 않고, 수원청개구리 올챙이를 사육하여 어린 청개구리를 방사하였다. 포획 장소에서 포접한 수원청개구리를 포획하여 산란과 수정을 시킨 다음 포획한 수원청개구리는 바로 원서식지에 되돌려 주었다. 수원청개구리 알을 실내 사육장에서 어린 청개구리까지 사육한 다음 복원예정지에 방사하였다. 두 번째 원칙을 위해 일월저수지에서 가까운 시흥시, 용인시, 평택시에서 수원청개구리를 포획하였다. 이 장소는 모두 일월저수지에서 직선거리로 34 km 이내이다. 그러므로 포획할 수원청개구리는 원래 수원시에 서식했던 수원청개구리와 근연적으로 가까울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는 2015년 7, 8월 총 3회에 걸쳐 어린 수원청개구리 150 마리를 일월저수지 복원지역에 방사하였다. 올해는 가뭄이 들어 일월저수지의 논이 7월 초부터 거의 말라 있었다. 다행히도 처음 방사 예정일  며칠 전에 비가 내려 방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논에 물이 있어서 어린 수원청개구리가 살아갈 수 있어서 좋았지만, 대신 참개구리와 청개구리가 일월저수지 논에 알을 낳았다. 이들은 성장하면 수원청개구리의 포식자나 경쟁자가 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의 올챙이를 일일이 수거하여 다른 곳으로 이주시켰다. 또 참개구리 올챙이는 깊은 둠벙에 있었고 이들을 뜰채로 다 잡기는 불가능하였다. 대신 우리는 올챙이의 포식자인 붕어 3마리를 여기에 풀어주었다. 8월 25일 마지막 방사를 마친 이후에도 우리는 모니터링을 계속하였다. 수능시험을 보고, 대학교 지원을 한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놀랍게도 처음 우려와는 달리 어린 수원청개구리는 복원된 일월저수지 서식지에서 잘 살고 있었다. 어느 날은 무려 17마리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이들은 10월 들어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찾기  힘들어졌다. 아마 동면에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추측한다. 12월 들어 날씨는 영하로  곤두박질했고, 눈도 몇 번 왔다. 이들 수원청개구리가 이 겨울을 잘 나고, 내년 봄에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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