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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이권 Mar 01. 2016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보물 찾기, 탐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취미 중 하나가 탐조(birding)이다. 내가 대학원과 포닥 시절에 여러 연구자들과 같이 야외에서 연구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분들은 쌍안경을 꼭 들고 다닌다. 연구를 하다가도 기회만 생기면 탐조를 하곤 했다. PC 통신이 발달한 1990년대부터는 전국적으로 또는 국경을 초월하여 탐조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탐조를 시작했다. 예를 들면 수 천 킬로미터에 걸친 철새의 이주 경로 곳곳에서 탐조자들이 실시간으로 철새의 이주 상황을 중계한다. 대만에서는 탐조자들이 한 지역에서 주어진 시간 내에 가장 많은 새들을 확인하는 '새찾기 경주(bird race)'가 인기이다.

      

나도 이 탐조의 세계에  뛰어들려고 한다. 지난 1월 10일 겨울철새를 탐조하러 파주시의 공릉천 일대를 누비고 다녔다. 이 날의 탐조는 정다미 꾸룩새연구소 소장님과 야생 동식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소장님(소장님의 어머님)이 이끌었다. 이 날 총 9명이 2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탐조에 참가했다. 참고로 꾸룩새연구소 소장님은 우리 실험실의 대학원생이기도 하다.

      

우리가 제일 먼저 찾은 장소는 파주의 문발 IC 근처에 있는 산남습지이다. 주변이 고속도로와 파주출판단지로 개발되었는데 이 습지가 남아 있는 것을 감사하게 여겼다. 아직 한겨울의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30 정도인데 수면 위에는 일부 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호수는 새들이 유숙하는 장소이어서 밤에는 새들이 이 호수 전체를 뒤덮는다고 한다. 호수 가장자리에는 먹이활동을 하는 청둥오리, 쇠오리, 흰빰검둥오리, 고방오리, 쇠기러기, 큰기러기 등이 있었다. 호수의 중심부에는 노랑부리저어새가 7-8마리 있었다. 이 새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II급으로 겨울철새이다. 해가 중천으로 갈수록 노랑부리저어새 한두 마리씩 날아가기 시작했다. 노랑부리저어새 무리에는 대백로 한 마리도 같이 있었다. 같은 하얀색의 깃털을 가진 노랑부리저어새 무리에서 대백로는 안심을 느끼는 것 같다.

     

두 번째로 이동한 장소는 파주 법흥리의 한 마을에 있는 절벽이다. 이 절벽에는 수리부엉이 부부가 살고 있다. 이 부부는 마치 절벽의 일부가 되어 우리가 접근해도 꿈쩍도 안 했다. 망원경을 통해 보니 커다랗고 동그란 눈을 가끔씩  껌뻑거렸다. 분명 우리가 밑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절벽 밑에 있는 우리가 오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수리부엉이는 미동도 않고 있다. 꾸룩새연구소장님은 수리부엉이를 보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알려줬다.

      

수리부엉이를 본 행운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희귀한 새가 바로 우리를 찾아왔다. 수리부엉이에게 인사를 하고 점심 먹으러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갑자기 차가 정지했다. 로드킬이 길 위에 있었다. 조심스럽게 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달려가니 천연기념물인 큰소쩍새가 납작하게 죽어 있었다. 꾸룩새연구소 소장님은 이 길에서 큰소쩍새가 자주 로드킬을 당한다고 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발표한 로드킬 자료에서도 법정보호종 중 소쩍새와 큰소쩍새가 특히 눈에 띈다. 왜 이 두 종이 자주 자동차에 자주 희생되는지 연구가 필요하다.

      

이 동네의 맛집인 원조국수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우리는 제비와 귀제비의 둥지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이번에도 얼마 가지 않아 차가 멈췄다. 꾸룩새연구소 소장님이 지나가는 관목숲에서 밀화부리를 보았다고 한다. 급한 일 전혀 없는 우리들은 모두 차에서 내려 새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지 사이에 숨어 있는 밀화부리를 찾았다. 망원경을 보면서 찾기도 힘든데 어떻게 움직이는 차에서 은폐된 새를 보았는지 나는 감탄했다. 역시 우리 사람은 제대로 훈련을 거치면 그 어떤 동물보다도 패턴인식에 능숙하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이동한 장소는 한강의 첫 번째 지류인 공릉천이다. 공릉천 양쪽으로 펼쳐진 논에는 큰기러기와 쇠기러기가 서로 어울려 먹이를 찾고 있었다. 공릉천에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게 다양한 새들이 있었다. 비오리, 흰빰검둥오리, 민물가마우지, 쇠오리, 왜가리, 먹이를 찾고 있는 노랑부리저어새 한 마리도 있었다. 오늘의 마지막 희귀 조류 황오리 두 마리도 있었다.

     

꾸룩새연구소 소장님은 이 날 총 27종의 새들을 보았다고 알려주었다. 탐조는 보물 찾기와 같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잘 찾지 않는 장소에 보물을 숨기려고 한다. 이런 선생님의 생각을 잘 읽으면 보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계절에 따라, 하루 중 시간에 따라,  그때의 상황에 따라 특정한 장소에 특정한 새가  출현한다. 새들의 행동과 생태에 익숙해지면 어디로 눈과 귀를 돌려야 할지 안다. 아직 나는 탐조의 초보자이다.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야외에 널려 있는 보물을 찾아 나설 계획이다.

           

2016년 1월 10일 탐조 목록     

수리부엉이

큰소쩍새(로드킬)

깝짝도요

노랑부리저어새

큰기러기

쇠기러기

청둥오리

황오리

쇠오리

민물가마우지

참새

백로

왜가리

흰뺨검둥오리

밀화부리

흰비오리

비오리

말똥가리

황조롱이

독수리

까치

멧비둘기

큰부리까마귀

노랑턱멧새

박새

쇠박새

꺅도요   

  


방문일: 2016년 1월 10일

장소: 경기도 파주시 공릉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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