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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May 01. 2021

다른 남매, 다른 선택

남매는 참 서로 다르다. 여자, 남자로 나눠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둘은 그냥 성격부터 다른 것 같다. 남편과 난 어떤 부분은 너를 닮아서 그렇다고 말하고, 어떤 부분은 나를 닮아서 그렇다고 말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들은 나를 닮은 부분도 있고 남편을 닮은 부분도 있고, 그저 생긴 대로 자기 자신의 삶을 제멋대로 살아갈 때도 있다. 그저 우리는 각자 다른 사람이다. 

 

가끔 가족들과 여행을 가서 오래 함께 있다보면 자연스레 아이들 성격을 관찰하게 된다. 

첫째 앵두는 예민한 감수성을 갖고 있다. TV에 나오는 사람 죽는 장면, 영화에 나오는 잔인한 장면들을 지금도 보지 못한다. 아주 작은 폭력에도 예민하다. 심지어 부모가 알량한 권력을 이용해서 가장 나이 어린 동생을 혼내는 모습만 봐도 불의를 참지 못한다. 그래서 막내는 제대로 혼나 본 적이 없다. 평소 무슨 남남처럼 지내다가도 동생이 혼나는 기미가 보이면 자기 일처럼 화를 내고 말아서, 결국은 동생한테 갈 화가 어느덧 앵두한테 가버리는 일도 벌어지고 만다. 

신기하게 동물을 사랑한다. 제주에 있을 때도 가장 행복해 보이는 순간을 찍은 사진을 보니, 모두 아기 동물과 찍은 사진이다. 어릴 적부터 앵두는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 밥 주는 일을 천직처럼 생각하고 돌아다녔던 것 같다. 항상 풀 제대로 못 받아먹는 작은 동물들에게 풀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은 걸 유심히 보고 어떻게든 먹이려고 노력하던 기억이 난다. 

때론 정의감에 불타올라 뭐든 참지 못하고 지르고 만다. 그런데 정작 자기 일에 있어서 부당함은 편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 같다. 혼자 막 사람한테 기대고 안기진 못하지만, 뒤에서 지켜보고 조용히 마음 쓰는 아이. 앵두는 그런 아이였다. 


막내 버찌는 어릴 때부터 세모 입으로 허허실실 잘 웃던 아이였다. 말이 많지 않았지만, 가끔 했던 한마디에 온 가족이 빵빵 터지는 일들이 많았다. 예전에 버찌를 보면 행복만큼 재능이 필요한 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뭔 일이 생기건 거기서 웃기는 일을 하나씩 찾아내는 게 녀석의 재능이었다. 무슨 한계가 와도 그걸 금새 인정하고 즐길 거리를 찾아내는 사람이 버찌라면, 어떻게든 지금의 난관을 온몸이 부서질 것 같아도 뚫고 나가려고 발 동동거리는 사람이 앵두였다.     


그 덕분에 앵두는 예민한 멘탈에도 어려운 길을 가고, 버찌는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는 멘탈을 가지고 평탄한 길을 가고 있다. 정말 인생은 아이러니다. 행복한 사람은 체제에 순응하고, 비관적인 사람은 체제를 폭파하거나 체제 밖으로 나가는 걸까. 

영화 ‘늑대아이’를 보면, 남매가 커가면서 둘의 성격이 점점 조금씩 바뀌면서 각자 다른 길을 선택하는 모습이 참 신기했는데, 어느새 우리 아이들에게도 지금 그런 모습이 보인다. 언제나 학교에서 인정받고 싶어 했던 앵두는 공교육을 떠나 처음 가보는 길을 용감하게 가고 있고,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였던 버찌는 틀이 정해진 공교육 안에서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아이들은 진짜 어떻게 자랄지 알 수가 없다. 어떤 판단이나 계획이 무색해지는 순간을 자주 보게 된다. 제 안에 가진 씨앗이 외부의 토양과 햇빛을 만나 어떤 모양과 빛깔로 자랄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지금부터 내가 해야할 일은 잘 내버려 두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늑대아이’의 하나처럼 지금 아이들이 늑대로 자랄지 사람으로 자랄지 알 수 없지만, 둘 다를 편견 없이 대할 수 있는 용기와 긍정이 내 안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모험을 할 것이고, 그 모험의 길을 걱정과 염려 대신, 기대와 믿음으로 힘껏 밀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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