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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극P러 Aug 12. 2024

괴짜들한테 강하게 이끌리는 이유

남들과 다른 면모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드러내자

Weirdos change the world(괴짜들이 세상을 바꿔요)

  내 롤모델인 가수 BIBI가 한 영어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듣자마자 내 마음속에 꽂혀 버렸다. 그렇다. 나는 괴짜들에게 마음이 간다.


  내가 살아오면서 마음속에서 많이 걱정해 왔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다른 사람한테 어떻게 비칠지'였다. '이상한 애로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무의식적으로, 또 의식적으로도 많이 해왔다. 주류로 여겨지는 모습에서 벗어나 보이는 걸 두려워했었던 것 같다. 이런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걸 생각해 보면, 그동안 내가 속해 온 집단에서 나는 마냥 '말 잘 듣는 아이(학생)'가 아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어떠한 규칙이나 규율을 따르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졌고, 쉽지만은 않았다. 또한, 어떤 집단에서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모습에서 늘 조금 벗어나 있었다.


  문제는 내가 겉으로만 얼핏 보면 조용하고 얌전해 보이는 아이였다는 것이다. 차분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른 본성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러한 의외의 모습들에 사람들은 놀라곤 했다. 또 나 스스로도 그 괴리 사이에서 꽤나 불편한 감정들을 느껴왔다. 지금은? 이러한 모습들이 전부 다 내 일부이며, 다면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훨씬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고 천천히 차근차근, 여유 있고 우아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는 연습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괴짜였다.

집 5분 거리 앞의 학교를 다니면서도 매일매일 지각을 했던 나에게, 어느 날은 짝꿍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침에 공부하다가 오는 거야?"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사실은 준비하면서 매일 멍 때려서 그런 것이었는데 말이다(그땐 그랬다. 단추 하나 잠그고 멍~ 스타킹 한쪽 신고 멍~). 또 중학생 때 다니던 수학 학원 선생님에겐 "ㅇㅇ이는 겉은 얌전한데 글씨는 아주 터프해?(이 말이 내 맘에 들었나 보다.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라는 말을 들었었다. 나는 이때 숙제를 매일 제대로 안 해가는 아이였다. 학원 갈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침대에 누워만 있다가, 매번 집을 나서면서부터 걱정이 되어 길을 걸어가면서 수학 문제를 풀던 나였다(이 이야기를 들은 대학 동기는 너무 웃기다면서 좋아해 줬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그 모습을 본 누군가라면 공부에 대한 열정이 아주 대단한 학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고등학생 땐 평소엔 좋아하는 책을 읽다가, 시험기간이 닥치면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을 이용해 극한의 벼락치기를 해 성적을 잘 받는 학생이었다. 가까운 친구들은 나의 이런 모습을 잘 알았지만, 성적만 보고 '넌 공부만 하지?'라고 묻는 같은 반 친구의 말을 들을 땐 답답함과 억울함을 느꼈었다. 약대 입학 전에 자연계열 학과를 다니면서도, 나의 괴짜 행보는 계속 됐다. 이때 내 주변 동기들의 관심사는 '학점, 진로'였다. 내 관심사는 '내가 배우고 싶었던 거 배우기'였다. 들으라는 전공 수업은 잘 챙겨 듣지 않고 교양 수업 콜렉터라도 된 마냥 '클래식 음악 산책 수업', '재즈댄스 및 라인댄스 수업', '피아노 클래스', '화훼디자인 수업', '스페인어 수업', '일본어 수업', '한자 수업', '고전문학 읽기 수업' 등을 열심히 찾아 들었다. 여기엔 학점을 잘 받기 힘들고, 과제나 시험이 까다로운 수업이라서 남들이 기피하는 수업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내 기준은 남들처럼 학점이 아니었다. '내가 들을 때 재밌고, 알아가는 즐거움에 설레는 수업'이었다.

스페인어 수업 들으면서 너무 좋아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예습, 복습을 했고 외대 학생도 섞여 있었던 수업에서 3등을 차지했다.


  그러다 보니 주변 동기들에게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스페인어 수업을 듣는다고 이야기하니, "그걸 왜 들어?"라는 반응이 왔었다. 뭔가 지금 듣는 수업을 진로와 관련된 활동으로 연결해야겠다는 실용적인 동기가 아닌, '그저 재미있어서, 배우고 싶어서'라는 이유가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약대에 입학해서도 나의 괴짜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이땐 오케스트라 동아리를 하면서 클래식에 너무 빠져버렸다. 난생처음 잡아본 바이올린이 너무 좋아서, 전공 공부보다 더 열심히 했다. 밤늦은 시간에 악기를 매고 연습실을 다녀올 때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느낌이었고, 좋아하던 사람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 이땐 진지하게 클래식 작곡이 너무 배우고 싶어서, 전공까지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었다. 약대 5학년 때 아쉬운 대로 두 학기에 걸쳐 음대 전공필수 수업인 '서양음악사 2,3'을 수강했다. 그리고 음대생들과 같이 본 학기말고사에서 공동 4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서양음악사 2 수업 학기말고사

  이때, 약대 5학년 시기는 이전까지 전공 수업으로 25, 23학점을 필수로 채워야 했던 것과 달리, 18학점만 채우면 되는 때여서, 동기들은 대부분 남는 시간과 수강 가능 학점을 이용해, 이를 학점을 끌어올리기 위한 재수강 기회로 삼았다. 단 한 명도 나와 같은 행보를 걷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전공 공부 시간을 방해할 수도 있는 이 수업시간이 매 번 기다려졌으며,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설레고 행복했다.


  이런 행보를 이어온 결과, 내 세상이 더 넓어졌다. 19세기 영국 문화와 문학, 시대극에 관심이 생겼다. 또 나를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무대 경험은 나를 나답게 하는 방법에 대한 영감을 주었다. 일주일에 두 번 클래식 라디오를 들으며 근무하는데, 클래식에 대한 배경지식과 애정이 있으므로 들으면서 소소하게 전율과 행복을 느낀다. 또 작년부터 다시 시작한, 매일 하루 5분씩 이어서 공부하는 일본어랑 스페인어도 나에게 큰 만족감을 준다. 더불어 '20대 초반 대학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제한 없이 마구 배웠을 때', '약대 시절 클래식 음악에 빠져 있었던 때'가 내 인생을 돌이켜 봤을 때 가장 행복했던 기억 중 하나로 남아있다.


  내 가슴이 시키는 대로 따른 일에 대해 전혀 후회가 없다. 오히려 너무 자랑스럽고 좋다. 물론 지금 당장 금전적이고 실용적이어 보이는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꼭 그렇게 연결되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건 너무 낭만이 없는 게 아닐까. 그리고 실용적이고 눈에 보이는 가치도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누구든지 "나는 나답게 살 때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게 괴짜들의 존재가 중요한 이유다.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에 눈치가 보이는 환경에서, 괴짜들은 개성을 뽐내며 그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괴짜들을 보고 있으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괴짜들에게 이끌리는 이유는 더 있다. 꽉 막힌 사회와 세상에서, 돌파구를 제시하고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는 집단은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 재미도 없다. 더 중요한 건 큰 시야로 봤을 때 발전 및 생산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이 대부분의 다른 동물들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창조성'이다. 이 창조성으로 인류는 지금까지의 발전을 이뤄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남다른 생각과 아이디어는 창조성에 필수적이다. 그런데 하나의 정답만을 제시하는 사회,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이런 창조성이 발휘되기가 힘들다. 그래서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의 타고난 개성, 개방성 및 창조성을 표현하는 괴짜들이 소중한 것이다.


  우리도 이따금, 일부분이라도 괴짜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유별나다는 말을 이제 칭찬으로 받아들이자. 남들과는 다른 가치를 생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눈치 보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남들과 다른 나다운 면모가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드러내자. 정해져 있는 정답을 따르는 데 힘쓰는 게 아니라, 나만의 답을 찾자.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타고났다. 본인의 장점을 누르지 말고 활용한다면,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또 사회 전체적으로도 더 유익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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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지노(Beenzino)

내가 살리고 싶은 건 내 개성
똑같은 새끼들은
지구에 세고 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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