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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극P러 Sep 07. 2024

'쥐롤라'로 보는 아마추어들의 반격

날 것의 매력. 주눅 들지 말고 그냥 하자

  약 한 달 전부터 일명 '쥐롤라(이호광)' 열풍이 불고 있다. 벌써 600만 조회수를 넘겼다. 나도 보자마자 빠져들어 무한 재생하고, 진짜 뮤지컬 배우들의 롤라와, 해외 배우들의 롤라까지 찾아봤었다. 그래서 뮤지컬 <킹키부츠>를 꼭 보고 싶었는데, 쥐롤라의 선풍적인 인기 때문에 결국 보러 가는 데에 실패했다 ㅠ


사실 나는 작년에 이미 유튜브《빵송국》채널에서 진행하는 <뮤지컬스타> 시리즈를 봤었다. 그 땐 「데스노트」의 <죽음의 게임> 넘버에 빠져들어 하루 종일 틀어두곤 했었다.


  유튜브 채널《빵송국》에서 <뮤지컬스타>를 진행하는 배우들은 전문 뮤지컬배우들이 아니라, 코미디언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에겐 이게 정품이야'와 같은 댓글을 남기며, 원조 뮤지컬 영상보다 더 열광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웃음'이라는 요소도 비중이 크긴 하다. 프로 코미디언들답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냥 너무 웃기다. 그러나 다른 큰 요인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날 것의 매력'이다.



  <뮤지컬스타>의 뮤지컬 넘버 영상들은 분명 코미디로서의 가치 그 이상으로,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 뮤지컬 배우들의 영상을 보면 정제된 예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반면 뮤지컬스타의 배우들은 뮤지컬 배우로서는 아마추어(코미디언으로서는 프로지만)이다. 아마추어인 뮤지컬스타 배우들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있기에 사람들이 그토록 매력을 느끼고, 이끌리는 것일까? 아마추어들이 프로들 못지않게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부분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앞서 말했듯, '날 것의 매력'이다. 이 날 것의 매력이 뭐냐 하면, 정제되지 않음에서 오는 표현의 자유로움, 그리고 프로들에서 느껴지는 이질감과는 반대되는, 동질감 등도 있을 것이다.


  아마추어란 프로는 아니지만, 예술이나 스포츠, 기술 따위를 (사랑해서) 취미로 삼아 즐겨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amateur란 단어도 '사랑'을 뜻하는 라틴어 amor에서 나왔다. 나 역시도 아마추어로서 많은 취미 생활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초등학생 때 배우고 혼자서 가끔씩 쳐 오다가, 최근 거의 20년 만에 레슨을 다시 시작한 피아노이다. 워낙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한 탓에, 취미로 악기 연주를 하면서도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들이 엄청 많은데, 내 연주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프로들의 음악을 듣던 사람도 내 연주를 듣고 감동할 수 있을까?'와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땐, 의욕과 자신감이 살짝 꺾이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고쳐먹은 계기가 있다. 예술이란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서였다. 프로들의 정제된 그것이 아니더라도, 예술에 대한 진심 어린 마음을 가지고서 자신을 표현할 수만 있다면, 그것 자체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쥐롤라'가 그것을 증명했다. 모든 인간은 고유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결국 그걸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아마추어더라도 고유한 자신을 잘 보여줄 수 있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다.


  그 생각으로, 레슨을 임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이렇게 연주하는 게 맞을까?'라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이젠 당당하게 내가 치는 방식 그대로 선생님께 보여드리고 마음껏 표현한다. 그러고 나서 수정할 부분이 있었다면 배우고, 수정한다. 그러는 가운데 당당히 보여드리니 의외로 칭찬을 듣는 일도 생긴다. 12월에 도전할 학원 연주회를 떠올리는 마인드도 달라졌다. '완벽하게 보여야 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나만의 해석, 그저 몰입하는 나 자신'을 보여주자'로 바꾸었다. 그러니까 자신감도 더 생기고, 피아노 연주가 더 즐거워졌다.


당당하게, 가보는 거야

 


  악기연주, 예술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이러한 태도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때때로 완벽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을 주저한다. 두려움을 느끼면서 포기한다. '그거 그렇게 해서 무슨 의미가 있어? 어차피 잘하지도 못할 텐데'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아니다. 어떤 시도든지, 나만의 색깔, 나만의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믿으며 그냥 하면 된다. 잘 안 풀릴 땐 '애드리브'로 승부하면 된다. 때론 그렇게 나온 애드리브가 더 생기 넘치고 맛깔난다. 예술에서든 삶에서든, 누구나 아마추어들이 프로를 능가할 수 있을 정도로 보여줄 만한 자신만의 무언가가 있다. 그러니까 우리, 주눅 들지 말고 하고 싶으면 당당하게 그냥 하자.


말 나온 김에 올려보는, 연습 2주(레슨 2회차) 후 찍어본 영상! (베토벤 비창 소나타 3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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