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1시간 반 정도 즉흥환상곡을 연습하고 왔다. 이제 드디어 왼손, 오른손 엇박의 3:4 폴리리듬이 조금 손에 익었다. 처음 악보를 펼쳤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 이것도 기적이다. 처음엔 솔직히 '이거 되는 거 맞아..?'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제 조금, 된다! 근데 사실 아직도 '이거 되는 거 맞아?'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성취에 대해서는 성질 급한 나로서는, 10일 전 올챙이 적 생각하며 만족하는 건 아주 잠깐이고, 얼른 멋있고 빠르게 곡을 연주해내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근데 그것만 생각하면 까마득하게 느껴지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어 괜히 더 지치기도 한다.
즉흥환상곡 악보
악기 연주는 흡사 '도 닦는 과정'과 같다.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냥 연습하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근데 아니다. 멋있는 순간은 짧고, 연습해야 하는 시간은 길다.인고의 과정을 버티는 거다. 연주에 집중하고, 마음 처럼 되지 않으면 화나고, 하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또 연습하고... 계속 반복하고...
수지 방아쇠 증후군이 있어 타건을 계속하다 보면 엄지가 아파온다. 그러면 또 손가락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속상해진다. 그래도, 연습을 계속한다. 너무 좋아하고, 잘 치고 싶은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그러다 보면 연습을 하고 있지 않을 때에도, 솔# 라 솔# 솔 솔# 도# 미 ~ 하는 멜로디가 시도 때도 없이 머리에서 재생된다.손가락도 계속 움직인다. 심지어 자전거 핸들을 잡고 있을 때도 말이다.
목표를 가지고 연습을 하다 보면 즐겁기보단 지치는 순간이 더 많긴 하더라. 즐거움은 찰나이고 인고의 순간이 더 길다. 그러나 그 찰나의 즐거움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에 오늘도 연습을 계속하는 것이다.
피아노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지. 뭐든 인내와 스스로를 이기는 시간들이 필요한 거겠지.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2마디를 무려 7시간이나 연습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다 보면 분명 되는 때가 오겠지? 그렇게 믿고 계속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살면서 몇 번을 다시 본 내 인생드라마, 요즘 또다시 재생을 시작한 20년 전 드라마 '대장금'의 대사를 첨부하며 글을 마친다.
여기와서도 전, 남의 비법만 알려달라는 노력뿐이었습니다. 헌데, 비법은 없었습니다. 오로지 거기 들어간 땀과 정성만이 비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