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극P러 Oct 31. 2024

하니까 되잖아?

새롭게 품어보는 희망

  3주 전 10월 8일, 러닝 모임에 처음으로 참석한 날이었다. 이 날 3km를 뛰었는데 진짜 죽는 줄 알았다. 3km라는 거리를 쉬지 않고 완주한 것도 내 인생에선 기적이었다.


  마치고 사람들은 서서 정리 운동을 하며 몸을 풀어주는데, 나는 달리기가 끝나자마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팔, 다리, 복근 포함 온몸의 근육이 아팠고 숨이 차 죽을 것 같았다. 여유 있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나 혼자만 그러고 있으니 민망하기도 했는데 체면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얼굴은 눈썹 위까지 불타는 고구마였고 달아오른 열기는 시간이 지나도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3km 완주의 뿌듯함도 잠시, 이 날 내 체력의 심각성을 느끼고 러닝을 꾸준히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사실 첫 경험부터 사람들과 같이 뛰는 것의 재미를 느껴버린 탓도 컸다. 근데 이런 저질 체력으로 바로 다음 모임에 참여할 순 없었다. 나 혼자 연습을 조금 해본 뒤, 3주 뒤에 모임에 나가보기로 결심했었다.


  3주 동안 런데이라는 어플을 활용해 5번 연습을 했다.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많아야 2번 정도 하는 건데 이거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3주 뒤 러닝 모임에 꼭 나가고 싶어서 계속했다.


10월 런데이 기록! 오늘까지 6번


  신기하게도, 러닝을 할수록 운동 후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이 점점 줄어들었다! 예전에 발레 수업을 들을 때 수업을 듣다 보면 맨날 나만 얼굴이 붉어져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이거 체력 문제였구나..! 러닝을 계속하면서 심폐지구력을 조금 기르니 점차 해결이 되는 거다!


  그 덕에 더 탄력을 얻어 5번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12월에 발레를 다시 시작할 예정인데, 그전까지 체력을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또 다른 동기부여도 생겼다.


  그렇게 첫 모임 참여로부터 3주가 지났다.


'하... 어떡하지? 연습은 뛰다, 걷다를 반복한 거라 아직 자신 없는데...'


첫날 너무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참여가 두려웠다.


'그냥 다음에 나갈까?'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회피를 시작하면, 점점 더 시작을 위한 활성에너지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걸 난 알았다. 너무 걱정됐지만 눈을 질끈 감고 8시 모임 직전에 참여 버튼을 눌렀다.


  나가서 두 번째 참여임을 이야기하면서, 미리 나의 저질 체력을 선포했다.


"지난번에 저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못 해요 저...!"


  정말 고맙게도, 모임원들은 내 페이스에 맞게 천천히 같이 뛰어주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뛰면서 정말 하나도 힘들지가 않은 거다! 물론 첫 모임에서는 핸드폰과 물통을 들고 뛰었었는데 이 날엔 그냥 다 내려놓고 뛰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다르다고? 이렇게 하나도 안 힘들다고...?'


  뛰는 내내 혼자 마음속으로 감동 드라마 한 편 찍는 느낌이었다. 성장의 맛은 이렇게 달콤한 것이구나.


  바로 옆에서 같이 뛰는 모임원 님과 대화를 하면서 뛰었는데, 마치 너무 따스운 코치님 같았다.


"저 때문에 느리게 뛰는 것 같아서 뭔가 죄송하기도 하고 그래요 ㅠ!"


"아니에요! 같이 뛰는 거에 의미가 있는 거죠!"


"다른 분들 마라톤 나가시는 거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저도 그런 날이 올까요?"


"그럼요! 지금처럼 하면 5km도 뛰고, 5km를 뛰면 10km도 뛸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늡니다!"


  뛰기 전 징징댔던 것과 달리 나는 매우 편안하게 달리기를 마쳤고 엄살을 피운 꼴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기분은 정말 뿌듯하고 행복했다.


  아직 작은 성취이지만 '이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간 나도 마라톤을 나갈 수도 있게 되지 않을까?'라는 새로운 희망이 싹텄다. 꿈에서조차 생각해보지도 않은 일인데 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사람들과 함께 한 덕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혼자 하라고 했으면 이렇게까지 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러닝의 재미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고 말이다.


  '역시,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길 잘했어. 그 충동을 이겨내고 부딪치면 한 걸음 성장을 할 수 있구나.'  


  앞으로 더 성장할 내 모습이 기대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과 함께 할 내 모습도 같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