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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드 Feb 02. 2023

갑자기 내 인생에 찾아온 '멈춤'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건 무의미하며 불가능하다는 걸 안 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다. 지금 나는 그 진리가 나에게 낯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다시 내가 꿈에서도 본 적 없던 시기를 맞이했지만 말이다.


  돌이켜보건대 나는 살면서 오래 쉬어본 적이 없다. 육체적, 심적인 여유를 3개월 이상 가져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 맞은 방학은 학교에서 보냈다. 휴학한 적이 없고, 놀면서 보낸다는 어학연수 등도 가지 않았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인턴 일을 시작한 이래 나는 고작 1-2달의 환승 기간을 거쳤을 뿐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약 1년과, 최종 합격이 7월에 난 이후 10월 1일에 임용되기까지 자유로웠던 시간이 있었지만 이 역시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정말 나는 멈추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쉬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에는 자아를 찾기 위한 존재론적인 방황 기간을 남들처럼 가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나는 나에게 무슨 자질이 있는지, 성격의 커다란 줄기는 어떠한지, 어떤 분야를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지를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나에게는 뚜렷한 기준과 가치관, 앎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내가 나에 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고, 나는 나를 잘 안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놓쳐버린 것들이 분명 있었을 것 같다. 나는 A를 좋아하니까 B에는 관심이 없을 거야. 나는 A'라는 일을 잘하니까 C라는 일을 굳이 도전해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지금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 속에서 내가 위와 같은 사고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적어도 개인은 자기 자신을 너무 좁게만 알아서는 안 된다. 나는 나를 최대한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내가 예측하지 못하고서 맞이한 이 '멈춤'의 시간은 내가 지금이라도 가져서 다행인 여유일지도 모른다. 부침 없이 이루어지는 성장은 없으며 방황 없이 떠오르는 발견도 없다. 모든 게 너무나 많이 흘러가 버려서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아주 작은 나를 붙잡고 가야만 하는 길목을 만나기 전에, 나는 이렇게라도 내가 무의식적으로 해왔던 유예를 멈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나는 내가 가지 않았던 길을 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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