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셋> 독후감
소중한 지인분이 책 <마인드셋>을 읽거나 그에 관한 내용이라도 숙지해 보라고 추천해 주셔서, 아마 커리어 쌓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다 읽어봤을 그 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미국인들은 가끔 세상과 인생을 너무 단순하게 이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다, 나는 <마인드셋>을 읽고 이 책이 주창하는 내용에 대해 별 신뢰를 느끼지 못했다.
비록 사람들이 모두 '고정 마인드셋'과 '성장 마인드셋'을 양면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몇 번 언급을 하지만, 이 책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이분법적으로 쓰였다. 서술이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 만큼 말이다. 이 책을 보면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인생을 꾸려나가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같고,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열심히 살면 만사형통일 것 같다. 놓아버리지만 않으면 된다. 배움을 감사히 여기자! 모험하고 싸워보자. 내 지능은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긍정적인 사고관을 가지고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도, 수정과 개선의 필요성을 깨닫고 그걸 실천하려고 해도 제대로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걸 다 안다. 오죽하면 사회심리학을 잘 모르는 사람까지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알게 된 시대다. 나의 건강한 정신을 조직적으로 무너뜨리려는 족속들이 얼마나 흔해졌으면!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 삭제하지 않는 이상 영원히 남아 있는 소프트웨어를 누릴 수 없다. 한 사람이 가진 성장 마인드셋과 국가적인 가스라이팅이 맞붙었을 때, 개인의 그 소프트웨어가 조금의 상처도 받지 않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한편 윤리적, 혹은 성적 감수성 측면에서 도저히 학습되지 않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례들도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이 실존한다. 바뀔 능력도 마음도 없고, 그냥 사회와 역사가 '재생산한' 사람들이 온갖 곳에 널렸다. 무지하고 공감력이 떨어지는 기득권층의 횡포는 극에 달했다. 이런 실례들을 보고서도 노력과 변화에 대한 힘찬 믿음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적어도 나 자신은 성장 마인드셋으로 바라보아도, 일부 사람에 관해서는 현실적으로 타당한 고정 마인드셋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에는 커다란 구멍이 있다. 이제 거의 현대인의 삶을 결정짓기에 이른 '구조'에 관한 언급과 분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개인의 마음가짐을 역설하기 위해 쓰였음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을 문제아라고 낙인찍는 학교들만 전전하던 아이들이 성장 마인드셋을 배우고 갑자기 셰익스피어와 토크빌을 읽는다는 이야기만 보여주면, 그 학교라는 배경과 환경을 마음만 먹으면 이겨낼 수 있다고 인식되지 않는가. 그런데 개인이 그저 주먹 불끈 쥐고 마음만 고쳐 먹으면 개인보다 거대한 무언가를 손쉽게 뛰어넘을 수 있나? 성적 불평등, 각종 차별, 부모와 국적이 주는 이득과 손해, 시시각각 안 좋아지는 자연환경. 이 모든 건 한 사람의 노력으로 바뀌지 않는다. 저것들은 거의 고정되어 있다. 냉정한 말이지만 내가 누릴 수 없는 변화는 나에겐 변화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100% 고정 마인드셋만 가지고 있지 않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두 가지 마인드셋의 요점을 정리한 표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 보겠다. 나는 지능은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더 많이 배우고 싶다. 도전 앞에서는 반드시 그것을 피한다거나 받아들인다고 단정할 수 없다. 역경 앞에서도 어느 정도는 붙어보지만 솔직히 단념할 줄도 알아야 한다. 노력은 완성을 위한 도구가 맞다. 비판에 대해서는 배워야 한다. 남의 성공에 대해서는 사실 별 감흥이 없다. 내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은 모든 서술은 사실 성장 마인드셋에 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나에게 유효하지 않다고 느꼈다.
미국인들은 진심으로 '아메리칸드림'으로 대표되는 개인에 대한 터무니없이 큰 믿음을 재고해봐야 한다. 제발 작가들이 믿음과 노력을 신격화/만능화하면서 사람들에게 더 큰 결핍감과 좌절감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두 가지로 행복하고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세계의 절대다수가 왜 이렇게 아등바등하며 비참하게 살고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