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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드 Aug 22. 2023

AI가 정신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까? (1)

뉴요커 매거진 2023년 2월 27일 기사

- 원문은 여기

- 오역이 있을 수 있으며, 일부 내용은 생략되었습니다. 기사 내용이 너무 길어서 포스팅을 나누었습니다. 개인의 흥미에 따라 천천히 번역합니다.

- 본문의 볼드체는 역자가 주관적으로 적용하였습니다.



Can A.I. Treat Mental Illness?

By Dhruv Khullar



(1)



1960년대, MIT 컴퓨터 과학자 조셉 와이젠바움(Joseph Weizenbaum)은 일라이자(Eliza)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일라이자는 환자가 대화를 주도해가며 상담사는 환자의 언어를 주로 반복하는 형태인 ‘인간 중심 상담(Rogerian therapy)’을 모방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다.


사용자: 남자친구가 오라고 했어요.

일라이자: 남자친구가 오라고 했군요.

사용자: 내가 많이 우울해한대요.

일라이자: 우울하다니 유감이에요.

사용자: 맞는 말인걸요. 난 행복하지 않아요.

일라이자: 여기 오면 행복해질 수 있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와이젠바움은 비판을 위해 일라이자를 만든 것이었다. 컴퓨터가 인간 사이의 유의미한 상호작용을 따라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그 프로그램을 사용해보고 그게 유용하며 매력적이라고 하자 놀랐다. 와이젠바움의 비서가 일라이자와 단 둘이 시간을 보내겠다며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었다. 의사들은 일라이자가 상담 형태를 뒤바꿀 수 있는 도구라고 여기기까지 했다. 어느 정신과 의사 세 명은 1966년 ‘신경 및 정신 질환 저널(The Journal of Nervous and Mental Disease)에 ‘일라이자가 있으면 한 시간에 수백 명의 환자를 다룰 수 있다’고 기고했다. “이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작동하게 하는 데 관여한 인간 상담사가 대체되진 않겠지만, 환자와 상담사가 1:1 비율을 갖는 현재 상황에 제약을 받지 않을 것이므로 인간 상담사의 효율이 훨씬 올라갈 것이다.”


와이젠바움은 인공지능을 거침없이 비판하게 되었다. “지니가 호리병 속에서 나왔다.” 저서 <가장 인간적인 인간(The Most Human Human)>에서 이 일을 기록한 브라이언 크리스천(Brian Christian)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몇 년 후 스탠포드의 정신과 의사 케네스 콜비(Kenneth Colby)가 ‘패리(Parry)’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편집성 정신 분열증을 앓는 사람의 언어를 모방한 그 프로그램으로 실제 환자를 돌보기 전 학생들을 훈련하려는 목적에서였다. 상담 기록을 본 정신과 의사들은 대부분 패리와 인간의 차이점을 구별하지 못했다. 더 좁게 말하면, 챗봇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뒤 1972년, 패리와 일라이자가 상담 세션에서 만났다.


패리: 마권업자들에 대해 아는 게 있나요?

일라이자: 내가 왜 마권업자들에 대해 아는 게 있다고 생각하나요?

패리: 어떤 마권업자가 내 돈을 갚지 않았어요.

일라이자: 그게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패리: 돈을 안 갚은 마권업자를 팼어요. 그 사람이 범죄자 친구를 시켜 나에게 복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죠.


시간이 흐르면서 프로그래머들은 재버워키(Jabberwacky), Dr. Sbaitso, 앨리스(ALICE, the Artificial Linguistic Internet Computer Entity)를 개발했다. 이런 챗봇들과의 대화는 즐겁고 웃기거나 가끔 말이 안 됐다. 하지만 컴퓨터가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과로하는 의사들의 한계를 넘어 치료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수십 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았다.


2017년, 스탠포드의 임상 실험 심리학자 앨리슨 다아시(Alison Darcy)는 ‘워봇(Woebot)’을 창립했다. 워봇은 스마트폰 앱으로 자동 정신 건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패턴을 바꾸는 걸 목표로 하는 치료인 인지 행동 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에 기반을 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이 앱은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라는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사용자가 하는 말을 해석하고, 이미 설정된 일련의 반응을 통해 사용자를 안내하면서 마음이 달리 작동할 수 있는 법을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한다. 다아시가 대학원에 있을 때 입원 환자 12명을 CBT를 이용해 치료했는데, 다수가 놀라운 진전을 경험했지만 퇴원한 후 병이 재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CBT는 적은 수의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행하는 게 가장 좋다고 다아시는 말했다. 아날로그 세상에서 이렇게 일관되게 진행되는 치료를 찾기는 힘들다. 정신과 의사가 없는 미국 카운티가 절반을 넘고, 작년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의 조사에 따르면 정신과 의사 60%가 새 환자를 받을 여력이 없다고 했다. “매일, 종일 환자와 같이 있을 수 있는 상담사는 없다.” 다아시는 말했다. 100명 정도가 다아시의 회사에서 일하지만 거의 150만 명을 상담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정신과 진료를 받기 쉽지 않은 지역에 살고 있다.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하는 마리아는 10대 자녀 두 명과 남편과 함께 밀워키 근처에 산다. 마리아 같은 사람은 워봇을 쓸지 모른다. 마리아는 우울과 불안 증세에 오래 시달렸지만 전에는 관련 도움을 받은 적이 없었다. “제 상태를 오래 부정해 왔어요.” 마리아는 말했다. 팬데믹 사태 때 딸이 우울 증세를 보이자 상황이 달라졌다. 마리아는 딸을 데리고 심리학자를 찾아갔으며 정신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데 전념했다. 처음엔 앱과 대화를 나눈다는 게 별로 믿음이 가지 않았다. 간호사로서 그는 인간적인 교류가 치료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어려운 환자를 다루고 나서, 다르게 행동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자 마리아는 워봇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일을 되새김질하는 것 같아요.” 워봇이 말했다. 앱은 되새김질은 똑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계속 돌이켜보는 뜻이라며 개념을 정의했다. “맞는 것 같나요?” 워봇이 물었다. “호흡해 볼래요?”


다른 환자를 방문하기 전 마리아는 이렇게 회상했다. “아주 나쁜 일이 벌어질 것 같았어요.” 마리아는 워봇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워봇은 파국적 사고라는 개념을 설명해주었다. 워봇은 그게 최악의 상황을 준비하는 일엔 도움이 되겠지만, 그 준비가 지나칠 수 있다고 말했다. “워봇은 제가 늘 하는 행동이 뭔지 알 수 있게 도와줬어요.” 마리아는 말했다. 워봇이 아주 큰 도움이 되면서 마리아는 상담사를 만나기로 시작했다.


워봇은 성공한 스마트폰 기반 챗봇 서비스 중 하나로, 어떤 챗봇은 정신 건강에 특히 중점을 두는 반면 다른 챗봇은 유희, 위로, 혹은 나를 이해해주는 대화를 제공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이 ‘오래된 패턴을 깨게’ 도와주는 Happify나 ‘언제나 내 편인’ ‘AI 친구’ Replika 같은 프로그램과 앱과 대화를 나눈다. 이런 앱은 친구, 멘토, 혹은 로맨틱한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정신 의학, 상담, 컴퓨터 과학과 소비자 테크놀로지가 결합하고 있고, 우리는 점점 우리가 가진 전자기기로 마음을 달래며 프로그래머, 정신과 의사,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의료 기록과 상담 세션을 분석하는 AI 시스템을 디자인하여 정신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고 예측하길 희망한다. 2021년 정신 건강 분야에 집중한 디지털 스타트업들은 벤처 캐피탈에서 50억 달러 이상을 확보했으며, 이 수치는 다른 의학 분야보다 2배가 넘는 수치다.


이런 투자 규모는 그만큼 문제가 크다는 걸 반영한다. 어림잡아 미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정신 질환을 앓는다. 이십 명 중 한 명은 중증 우울증, 양극성 장애, 조현병 등 일상 생활과 타인과의 관계에 큰 장애를 일으키는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 프로작이나 자낙스 같은 고전 약물들은 한때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위한 혁명적인 해결책으로 여겨졌지만, 사람들이 바랐던 것보다 효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 질환 치료는 파편화되고 때늦은 데다 적절하지 못한 상태로 남았고, 미국이 정신 질환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몫은 증가한 것처럼 보인다. 1990년대 이후 전세계적인 자살률은 감소했으나 미국에선 1/3 정도 늘었다. 국립정신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 원장을 지낸 토마스 인셀(Thomas Insel)은 정신 건강 치료가 엉망진창이라고 말했다. “아무도 치료에 만족하지 않고, 치료를 하는 사람도 만족하지 못해요. 완전 엉망입니다.” 2015년 기관을 떠난 이후 인셀은 디지털 정신 건강 회사들과 연을 맺고 일하고 있다.


정신 질환 치료에는 상상력, 통찰력, 그리고 공감력이 필요하다. AI는 이런 특징을 있는 척만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와이젠바움이 조지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에 나오는 여주인공 이름을 딴 일라이자는 ‘메모리가 없고’ ‘처리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해주는 듯한 환상을 낳는다. OpenAI의 챗GPT같은 시스템은 어떤 마술을 부릴 수 있을까? 환자 기록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은 인간에 대한 내면적 이해를 하지 못하지만 실제로 환자가 앓는 정신적 문제를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치유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그런 시도를 하게 둔다면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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