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경험한 것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드 Sep 05. 2023

전직 공무원이 알려주는 동사무소 방문 팁

동사무소 두 번 가기 귀찮을 때 알아두면 좋을지 모르는 정보들

최근에 친구가 자취방을 빼고 본가로 돌아가면서 전입신고를 새로 해야 했다. 공무원을 그만둔 지 꽤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반사적으로 '편입으로 전입신고를 해야 할 때는 세대주의 신분증과 도장이 필요하고 인터넷으로 전입신고를 하려면 세대주의 인증이 필요해'라는 말을 쏟아냈다. 그것처럼 여전히 내 머릿속에는 행정 지식들이 남아 있었다. 브런치 관리하는 버릇도 들일 겸, 이번에는 전직 공무원으로서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할 때 알아두면 좋은 팁 같은 걸 써보려 한다. 참고로 내가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한 건 2019년부터 2020년까지여서 바뀐 사항이 있을 수도 있다. 






1.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대학교 졸업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단 현금 천 원이 필요하다!


행정복지센터는 생각보다 정말 많은 일을 처리하는데, 그중 하나가 이른바 '팩스 민원'이다. 지자체 관할이 아니지만 국민 편의를 위해 약간의 수수료를 받고 신청 업무를 대행해 준 다음, 지자체에서 발급할 권한이 없는 서류를 팩스로 받아 전달해 주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다. 대표적인 게 대학교 졸업증명서다. 행정복지센터는 당연히 대학교가 발급 주체인 서류를 떼줄 수 없지만, 졸업증명서를 발급해 달라는 민원인의 신청을 돕고 대학에서 해당 민원을 처리하고 나면 증명서를 발급해 줄 수 있다. 


지금도 금액이 바뀌지 않았다면 1300원을 내야 하는데, 그중 천 원은 꼭 현금으로 내야 한다. 후에 매달 각 대학교에 입금해 주는 몫이 건 당 천 원이기 때문이다. 300원은 행정복지센터가 갖는 수수료기에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다. 이렇게 돈을 지불하고 나면 비록 팩스를 통해 전달된 사본이지만 행정복지센터에서 증지를 찍어주어 효력이 있는 증명서가 나오게 된다.


2. 행정복지센터에서는 등기부등본을 뗄 수 없다


행정복지센터가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이유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기관의 일을 일부 위임받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관계 관련 증명서는 원래 법원 서류고(그래서 예를 들어 개명 신청도 법원 판결이 있어야 하는 것), 세무 관련 서류도 그 관할을 따지자면 국세청이나 구청이다. 그렇지만 이 각기 다른 기관을 개인이 일일이 찾아다니는 건 너무나 수고롭기에 국민과 보통 가장 가까이 있는 곳인 행정복지센터에서 여러 일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게 해 놓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 행정복지센터에서 발급할 수 없는 서류가 몇 개 있는데, 그중에서도 등기부등본을 많이 찾으신다. 등기부등본은 등기소 관할이다. 대신 행정복지센터에 무조건 마련되어 있는 무인민원발급기에서는 등기부등본이 나온다. 역시 현금 천 원이 필요한데, 이 금액도 행정복지센터 측이 달마다 등기소에 입금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3. 편입으로 전입신고를 하는 경우 세대주의 인지가 필요하다.


서문에서 언급한 이야기다. 전입신고는 '신고'이기 때문에, 만약 내가 전입신고를 할 주소지가 전산 상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면 담당 공무원은 계약서 등을 확인하지 않고 신고를 처리해 줘도 된다. 하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전산에 뜬 정보만으로는 민원인이 전입신고를 한다고 내민 주소지에 이미 살고 있는 사람이 가족인지, 친인척인지, 아직 빠져나가지 않은 세입자인지 알 수 없다. (물론 가족관계는 대법원 사이트에서 조회하면 알 수 있긴 하지만^^;) 만약 이전 세입자가 전산 상에 남아 있다면 민원인은 계약서를 내밀면 되는데, 내 친구처럼 부모님의 집에 들어가는 것처럼 편입은 어떻게 하면 되나? 세대주가 내가 세대주로 있는 집에 누군가 전입신고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을 증명하면 된다.


행정복지센터 현장에서는 위와 같은 사항을 세대주의 신분증과 도장으로 해결한다. 즉 편입 전입신고를 하는 사람이 자기가 들어갈 주소지 세대주의 신분증과 도장을 챙겨가야 한다는 뜻이다! 없으면 안 해준다. 죄송하지만 다시 오셔야 한다. 공무원들은 타협을 잘 안 해준다. 법대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다음을 기약하셔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하게 인터넷으로 전입신고를 했다면? 그럴 경우 시스템에서 세대주의 연락처로 누군가 본인의 주소지에 전입신고를 신청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면 세대주는 본인 인증 뒤 해당 사항을 확인해 주면 된다. 어찌 됐든 편입으로서의 전입신고에 세대주의 인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4. 행정복지센터에서 가장 오래 걸리는 작업은 보통 출생 신고


위 사항은 나름 보편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한 것이다. 어느 지역이든 출생 신고를 한 번도 안 받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전산 상 말소자 상태였던 외국인이 재등록 및 전입신고를 하면서 과태료에 상당한 의문을 제시한다든가, 국적을 잃었다가 회복한 사람의 주민등록시스템 재등록 및 그에 수반되는 인감 부활, 난생처음 보는 포르투갈 여권을 가진 해외 출생자의 출생 신고 등등의 일(모두 내가 직접 처리했던 일들이다;)이면 한 시간은 잡아먹을 수 있지만 이런 이벤트는 특이한 곳에서나 벌어진다. 일반적인 행정복지센터에서 가장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민원은 출생 신고다.


먼저 출생 신고서 양식부터 적어야 할 게 상당히 많다. 신고자와 배우자의 본과 등록기준지(본적지)부터 부부의 학력까지 표시해야 한다(인구 조사 관련 데이터라고 한다). 신고자, 배우자, 아이의 이름과 본을 모두 한자로도 한 번씩 적어줘야 하고, 출생신고서는 상당히 오래 보관되는 중요 서류이므로 이른바 수정 테이프 사용이 안 된다! 잘못 적었으면 해당 부분에 두 줄 긋고 서명한 뒤 바르게 적어야 한다. 경험상 출생 신고가 들어오면 30분은 걸리는 것 같았다.


참고로 예전엔 '주민등록번호 조립부'라는 책이 있어서, 날짜별로 주인을 찾아가지 않은 주민등록번호를 순서에 따라 하나씩 부여했다. 조립부에는 신생아 이름과 담당자 이름, 서명도 적었다. 하지만 2020년 차세대 주민등록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요새는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주민번호를 만들어준다.


출생 신고가 잘 접수되었으면 민원인은 내 주소지에 올라간 아이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등초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족관계 서류는 당장 발급되지 않는다. 신고서가 구청에서 취합 및 처리된 후 법원으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변동 사항에 영향을 받는 이들의 가족관계 관련 서류는 모두 한동안 발급되지 않으므로 유의하자. 


5. 서류 발급 비용은 0원부터 2000원까지


행정복지센터에서 발급하는 가장 비싼 서류는 2000원이다. 외교부 업무와 관계된 서류들로, 출입국증명/국내거소사실증명/외국인증명서 등이 해당된다. 그다음으로 비싼 서류는 원래는 법원 관할인 가족관계 서류들이다.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등등. 상속 관련 일이 벌어졌을 때 이런 서류를 수십 장씩 떼 가신다. 


그다음에 비싼 서류는 600원짜리 인감증명서. 부동산 매도용 인감증명서도 600원으로 같다. 엄청난 돈이 오고 갈 때 필요한 서류 치고는 싼 편인데, 정작 관공서 입장에서는 복사방지용 특수 용지를 써야 하기 때문에 용지 값은 비싸다고 한다. 지방세 관련 서류, 예를 들어 내가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 재산세를 내고 있는지의 내역을 나타내주는 서류도 600원이다. 500원짜리 토지 대장이나 건축물대장도 있다. 등초본은 400원이다. '전입 세대 열람'이라는, 주로 전세보증보험을 들 때 많이 가져가시는 서류가 있는데 이것도 400원이다. 국세/지방세 완납 증명서처럼 수수료가 들지 않는 종류도 있다. 


경험상 가족관계 서류를 몇 장 떼주고 얼마입니다~ 하면 가격이 꽤 나간다며 놀라시는 분들이 계셨다. 인터넷으로 발급하면 모두 무료이니 집에서 출력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돈을 아끼도록 하자. 참고로 무인민원발급기에서 뽑을 수 있는 서류들은 기계를 통하면 가격이 반값이다.


6. 나의 거주지 행정복지센터에서만 할 수 있는 업무들이 있다


행정복지센터에서 국세 관련 서류도 떼어주는 판에, 동사무소만 가면 이것저것 다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반드시 거주지의 행정복지센터에서만 할 수 있는 업무들도 있다. 본인의 등본 상 주소지를 관할하는 행정복지센터로 가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뜻이다.


전입 신고라든가 내가 사는 주소지에 아직 남아 있는 모르는 사람을 말소하는 신청 등은 해당 주소지 관할 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가야 한다. 출생 신고는 전국 구청에서 할 수 있지만 신생아의 주민등록번호를 바로 알고 싶다면 관할 행정복지센터로 가야 한다.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는 건 행정복지센터의 일이다. 구청에서 출생 신고를 하면 나중에 행정복지센터로 신생아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등록하라고 전산 상 통보가 온다.) 그리고 사람들이 생각보다 간과하는 게 있는데, 바로 인감 변경이다.


인감도장을 잃어버렸거나 개명 등으로 인감을 바꾸어야 하는 경우, 인감 변경은 반드시 본인 주소지의 행정복지센터로 가야 한다. 실물 인감 대장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놀라울 수도 있는데 인감 대장은 누군가 이사를 할 때마다 따라다닌다. 공무원이 주소지를 옮긴 사람의 인감 대장을 찾아내서 하나씩 포장하여 어느 행정복지센터로 가야 하는지 손으로 적으면(...) 끈으로 둘둘 묶인 인감 대장을 우편배달부가 가져간다. 전입온 사람의 인감 대장도 등기를 통해 온다. 정말 대단한 수공예 작업이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인감 발급과는 달리 인감 변경을 할 수 있는 동사무소는 정해져 있음을 유의하자.






앞에서도 말했듯이 위의 정보는 2019년~2020년 행정복지센터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현시점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모쪼록 불특정 다수에게 유익한 글이었기를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현존하는 수단으로서의 여행 feat. 고창 청보리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