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다.

템플스테이

by 민여름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어머니의 생신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어머니 생신 기념으로 호캉스를 갔었는데, 엄청 좋아하셨던 것이 떠올랐다. 아마 집에서 해방되는 것이 기쁘셨던 것이리라. 얼굴에 아이같이 함박웃음 지으시며 호텔방 침대로 뛰어드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래서 이번 생신 때는 템플스테이로 정했다. 무슨 활동이 있는 걸 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나는 뭣도 모르고 아무것도 안 하는, 오로지 쉬기만 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버렸다. 템플스테이 장소에 도착해서 관련 설명을 듣고 쉬다가 저녁을 먹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또 쉬다가, 잠을 자고 일찍 일어나서 명상을 하고, 아침을 먹고 퇴소식을 하는 아주 간단한 프로그램이었다.


드디어 템플스테이를 하는 날, 비가 엄청 많이 내렸다. 스누피 가든의 추억이 떠올랐다. 엄마와 나는 각자 우산을 쓰고 산을 올라갔다. 절이 산중에 있었기 때문이다. 왜 어딜 가는 날마다 비가 내리는 것인가. 우산을 쓰고 걸으니 배로 더 힘든 것 같았다.


헉헉거리며 올라가는데 우리 옆에 흰색 벤츠가 갑자기 섰다. 창문이 내려가자 안에 타고 계셨던 스님이 나타났다. 스님과 벤츠.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다. 스님이 물었다.

"어디 가세요?"

"템플스테이 하러요."

그러자 스님은 데려다줄 테니 타라고 흔쾌히 말씀하셨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자비인 것일까. 그 덕분에 나와 엄마는 무사히, 편하게 템플스테이 장소로 갈 수 있었다.


앞서 말한 프로그램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솔직히 말해서 좀 재미없었다. 절복 입고 방에서 쉬거나 주변을 돌아다니고, 여러 종류의 김치가 반찬인 밥을 먹고 소쩍새가 우는 잔잔한 밤을 보냈다. 절에서 스마트폰마저 빼앗아 갔다면 더더욱 재미없었을 것이다.


내가 유일하게 좋다고 생각했던 프로그램은 명상시간이었다. 나는 원래 아침잠이 별로 없기 때문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힘들지 않았다. 목탁소리와 스님의 염불 외는 소리, 주변에 있는 개천에서 흐르는 물소리는 내 마음을 평화롭게 했다. 전날 내린 비 때문에 물이 불어나서 그런지 물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흘러가는 물소리를 들으며, 어쩌면 우리네 인생이 물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우리는 산꼭대기에서 바다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다. 중간중간 돌이나 풀, 버려진 쓰레기 같은 장애물을 만날지도 모르지만, 어떻게든 물은 그것을 지나친다.


장애물에 부딪혔을 때 우리는 힘차게 튀어 오른다. 어쩌면 장애물이란, 우리에게 힘을 주려고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장애물에 부딪혔을 때 힘이 드는 건 튀어 오르기 위해 힘을 기르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 아닐까. 마치 근력운동 다음날 고통스러운 것처럼.


이렇듯 조용하고 별 것 없는 템플스테이라도 어머니는 참 기뻐하셨다. 원래도 산 좋아하시고 절 좋아하시고 나물 좋아하시는 분이시라 더욱 마음에 드신 듯했다. 이런 기회를 요즘은 잘 못 만들어드려서 무척이나 죄송할 따름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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