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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늑대 Aug 30. 2020

그래서 블루보틀이 뭔데

스페셜티 커피는 또 뭔데

 스타벅스는 알아도 블루보틀 모르는 사람은 아직도 많다. 적어도 일본에서는 그랬다. 한국 지부가 오픈한 지 1년이 훌쩍 넘어버린 지금, 한국에서 블루보틀을 아냐고 물어보면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일본 블루보틀 3호점인 신주쿠에 1년 반 넘게 소속되어 있는데, 가끔 카페를 찾은 게스트가 블루보틀이 미국에서 왔는지 모르는 경우도 꽤 많았다. 일본에서 시작한 카페라고 잘못된 정보를 알고 오는 경우도 있고, 애당초 여긴 뭐 하는 가게인지를 묻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의 프로게이머인 이상혁. 페이커가 손흥민 선수와 SK 광고를 찍었는데 그것과 관련한 인터넷 사이트 글의 댓글에


"손흥민 선수랑 같이 광고를 찍은 단역배우로 보이는 친구가 연기를 너무 못해서 저 친구를 왜 썼을까 했는데, 그 친구가 유명한 프로게이머였군요."


라는 댓글이 달린 적이 있었다.


전무후무 전설의 미드라이너


 야구를 전혀 보지 않는 사람에게 도루가 무엇인지 알 턱이 없는 것처럼, 나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상식, 누구나 알 거로 생각하는 것이 그 누군가에게는 일말 관심이 없는, 전문가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블루보틀 커피와 스페셜티 커피.


 브런치에 블루보틀이라는 키워드만 검색해봐도 700건이 넘는 글을 볼 수 있다. 블루보틀의 역사, 블루보틀의 장점과 단점, 블루보틀에 대한 개인적인 소고, 분석까지.. 이어서 스페셜티 커피라는 키워드로는 1,000건 이상의 글이 검색된다. 이미 누군가에게는 몹시 당연하고 익숙한 문화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직까지도 생경한 문화이기도 하다.


블루보틀 산겐자야


 블루보틀은 2002년 제임스 프리먼이 창업한 커피전문점이다.

맛과 친절함,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오롯이 커피를 즐기기 위한 공간으로 콘센트,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는다. 현재 미국, 일본, 한국, 홍콩에 지부가 있다. 지점마다 지역 커뮤니티의 특성을 살린 인테리어. 심플한 디자인, 미니멀리즘, 다양한 요소들이 애플과 닮아있다 해서 커피계의 애플이라고 불린다. 미국 스페셜티 커피 3대장 등등..


 이야기하자면 끝도 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그건 앞으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요는 결국 블루보틀도 커피전문점이라는 이야기다.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 바리스타와 마주하고, 메뉴를 골라 돈을 지불한 뒤, 커피가 내려지는 시간 동안 잠시 기다렸다가 주문한 음료가 나오면 그 음료를 마시거나 들고 나오는 곳.


 그럼 스페셜티 커피는 뭘까?  사전적인 정의로는 커핑 점수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의, 디펙트가 없는, 생산지의 특성이 잘 반영한, 커피의 개성이 잘 발현된 커피를 스페셜티 커피라고 한다. 좀 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풍미와 품질이 보증되는 커피라고도 할 수 있겠다.


 누가 키웠고 어디서 키웠으며 커피의 품종은 무엇인지, 어떠한 가공방식을 거쳤으며 어느 정도의 로스팅 단계를 거쳐 누가, 어떠한 방식으로 추출하였는지를 알 수 있는 커피가 스페셜티 커피이다.


커피 마메야


 개인적으로 스페셜티 커피가 뭘까. 생각해보면 잘 키워져서, 잘 볶아져서, 잘 추출되어서 컵에 담기고 그 컵에 담긴 커피가 지불한 금액에 만족할 수 있다면 스페셜티 커피라고 생각한다. 가게에 흐르는 음악부터 시작해 커피를 내려준 사람의 표정과 말투, 컵의 모양, 카페에 들어설 때의 기분, 흐르는 분위기, 창밖의 날씨까지 모두 다 포함해서 그 순간 느끼는 모든 감각의 합이 그날의 커피의 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스페셜티 커피는 하나의 종합예술이다.


 커피 맛은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맛이 없진 않았다고 치자. 근데 바리스타들은 친절했고 인테리어도 이쁘고 가게 분위기도 괜찮았다면 지불한 금액에 대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고도 본다.


 내가 블루보틀에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라 블루보틀은 스페셜티 커피에 입문하기 가장 문턱이 낮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블루보틀 신주쿠에는 진짜로 문턱이 없다. 아무리 카페가 바빠 보이더라도 진열된 커피 원두 앞에서 고민하고 있으면 바리스타가 다가와서 슬쩍 말을 걸 것이다. 뭔가 찾는 것이 있느냐고. 무엇이든 물어보시라고.

블루보틀 신주쿠


 당신이 페이커가 누구인지 모르고 도루가 뭔지 몰라도 그건 별 상관이 없다.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지 않은가. 아마 바리스타는 당신이 관심을 갖기만 한다면 스페셜티 커피가 뭔지, 블루보틀이 뭔지 당신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려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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