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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사 이목원 Aug 05. 2021

[나의애마] 태어난지 12년째입니다.

[나의애마태어난지 12년째입니다.

     

“저는 2010년 태어났습니다. 이 친구는 우리 가족과 한 식구가 되었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원하는 목적지를 무던하게 데려가 주었습니다. 그동안 달린 거리만 해도 22만 킬로미터가 넘네요. 매년 2만 킬로미터 이상 달린 셈입니다. 햇수로는 13살 나이가 되었네요. 

나의 애마 베라크루즈 얘기다. 그동안 사고 한번 없이 달려온 세월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이 녀석도 사람과 같이 서서히 늙어 가는 모습이 확연하게 보였다. 사소한 잔 고장이 표면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차량은 출퇴근을 아주 편리하게 해준다. 출근은 평균 20분 퇴근은 30분에서 35분이다. 개인 차량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며칠 전 퇴근길에 슈퍼마켓에 들려 저녁 먹거리를 장만하고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시동 후 차 조수석 쪽에서 윙, 윙, 윙, 하는 이상한 잡음이 들렸다. 분명 차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였다. 처음에는 라디오 잡음처럼 생각했으나 조수석 어딘가에서 소리가 계속 들렸다. 너무 귀에 거슬려 차에서 내려 살펴보았더니 오른쪽 백미러를 접었다 폈다 하는 것이 작동되지 않았다. 모터 돌아가는 소리만 요란하게 들린 것이다. 운전석에서 작동 버튼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조수석 백미러는 펴지질 않고 모터 소리만 들렸다. 일정 시간 모터 소리가 났다가 정지되기를 반복했다. 고장이었다.

어디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자연적으로 고장이 난 것이다. 차가 오래되다 보니 부품 하나하나가 서서히 교체 신호를 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품 하나씩 고장 나는 것을 보면서 마치 사람 몸과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차는 부품을 완제품으로 바꿀 수 있지만, 사람은 어떤 부위를 완제품으로 바꿀 수 없다는 차이가 있다.


차를 구입했던 시기는 2010년 8월 1년간 가족이 미국 연수를 마치고 얼마 되지 않는 시점이다. 어떻게 보면 아내 사별 후 내 인생에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신차가 있었다. 그동안 내 삶의 시련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살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힘들 때 고통을 위로해 주기 위해 머나먼 곳으로 데려다주기도 했고, 아내가 잠든 공원묘지, 장례식장, 부모님 병원, 장례식장 등 차량이 동행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차 구매 당시 아버지가 국가유공자여서 공동명의로 차량 등록을 했다. 특별소비세를 면제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년 자동차세도 면제받았다. 2018년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8년간 혜택을 누렸다. RV 차량이라 묵직하였지만, 파워와, 안정적인 주행능력은 탁월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탈 없이 왔던 차였는데 최근 1~2년부터 부품 고장이 잦아지고 있다.


차 드렁크 뒷문의 유압식 접이 장치가 고장 나면서 완전히 수동형이 되었다. 문을 열어도 손에 힘준 만큼만 밖에 열리지 않는다. 차량 외부를 봐도 긁힌 흔적들이 여러 곳에 보인다. 특히 조수석 앞쪽 범퍼 모서리는 긁힌 흔적이 유독 눈에 띈다. 차가 오래되다 보니 운전 중 정지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 때도 있다. 

부품 교체가 잦아지면서 차량 수명이 다 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고속도로 또는 출․퇴근 등 운전 중 차량이 정지하는 일이 없기 위해 예방 정비를 철저히 한다. 지난겨울 배터리도 교체했다. 최근에는 타이어 4개 전체를 교체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요즘 차량 엔진이나 부품 상태가 아주 양호하단 생각을 하게 된다. 10년 넘게 타면 배기관도 구멍이 나거나, 외부 도색이 퇴색되거나, 헤드 램프도 흐릿해지는 경우가 전혀 없다.

연식이 오래되어 가는 차를 보면서 우리 몸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너의 수명도 서서히 다 되어 가는구나. 외형적으로 잔 고장을 일으키는 것을 보며 그래도 지금까지 큰 고장 없이 달려온 차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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