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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사 이목원 Aug 31. 2021

[검정고시] 야호 드디어 합격이다.

[검정고시] 야호 드디어 합격이다.     

“우리 집 큰아들 제56회 공인회계사 제2차 시험 최종 합격, 고려대 00정책관리학부 2년(26세), 비전공자로 동차생 합격자 146명 안에 이름을 올렸네. 진짜 지독하게 공부했나 봐”

며칠 전, 잘 알고 지내는 친구로부터 아들이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고 하며 톡이 왔다. 

이 친구는 아들이 그동안 힘들게 공부 해왔던 과정을 옆에서 쭈욱 지켜봤기 때문에 누구보다 가슴 뿌듯하고 기쁜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 기쁨을 자랑하기 위해 톡을 보냈다고 생각했다. 공인회계사 시험이 쉽게 합격하는 거라면 절대 톡을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친구는 말한 ‘진짜 지독하게 공부했나 봐’라는 얘기에서 친구 아들이 해왔던 힘든 과정을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어제는 둘째 아이 고졸검정고시 발표일이었다.

합격하면 축하해 줘야 하니까 내일 알려 줄 수 있겠어. 둘째 아이에게 그 전날인 일요일에 합격 여부를 월요일 오전에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아이는 이미 합격할 거라는 신호를 나에게 여러 차례 보냈고, 내가 이렇게 부탁해도 묵묵부답이었다. 어제 오전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직접 물어보기도 뭐해서, 큰아이에게 합격했는지 물어보라고 했다. 

‘어 합격했네.’라는 짧은 답변이 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교육청 홈페이지에서 응시자 주민번호를 입력해서 큰아이가 직접 확인한 것이다.

속으로 야호 하는 환호의 함성이 터졌다. 친구의 아들은 공인회계사로 빡시게 공부해서 합격했다. 우리 아들은 그러한 과정이 없었다. 단순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을 잘 알지만, 순간 상반된 느낌에 아이러니한 기분이 들었다.     

합격할 수 있겠어? 당연하지, 시험 접수 이후 아들에게 이렇게 가끔씩 물었다. 시험일이 다가오는데도 공부하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걱정도 되었다. 그렇지만 애한테 잔소리처럼 들리게 한적은 한 번도 없었다.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마음을 비우고 비웠다. 올해 떨어지면 내년에 보면 되지. ‘뭐 걱정이야.’라고 생각하며 감정을 조절하고 생각을 바꾸는데 집중했다. 

집에 오면 항상 아이는 컴퓨터 책상에 앉아 있었다. 시험 접수 후 게임용 PC로 교체해 준 이유도 있었다. 컴퓨터 게임과 유튜브 등 컴퓨터에 더 몰입하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6월 검정고시 접수 이후 동네 독서실 1달 등록을 했다. 등록 후 손을 꼽아 보니 1달 동안 3, 4일밖에 가지 않았다. 그냥 독서실에 돈을 헌납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솔직히 공부에 관심을 두기보다 PC가 더 가까웠다는 느낌이었다. 

아이의 행동이 내가 생각한 것에 미치는 수준이 안 되었지만, 아이를 보면 ‘항상 네 편이다.’ ‘파이팅이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지금 내 감정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아이에게 용기화 힘을 주는 말 이외 다툼을 유발하는 언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독서실 등록 후 1주일 이상 가지 않아도 삭혀 내었다. 뻔히 그 돈이 없어지는 아픔을 내 안에서 쓰려 내려야 했다.

지난 시절 아이의 행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퇴근 후 가장 좋아하는 통닭을 사 주며 축하해 주었다. 아이는 합격했다는 사실에 외형적으로는 큰 기쁨을 표시하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었다. 

“충서 한테 얘기했어? ‘어 얘기했어,’ ‘뭐래?’ ‘문제가 쉬웠나 보내.’라는 말을 하던데.” 

충서는 가장 친한 친구다. 학교 중단 이후도 가끔씩 만난다. 작년에 아이 문제로 충서 어머니를 몇 차례 만나기도 했다. 이 친구는 미국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다. 공부도 잘한다.     

아이는 올해 수능시험을 본다고 했다. 9. 3일까지 시험접수라고 얘기했다. 같은 친구들보다 1년 일찍 시험을 보는 셈이다. 

인생에 정해진 길이 없다는 것을 아이가 걸어온 길을 통해 경험했다. 명문대학이 성공의 공식도 아니다. 이제는 아이에 맞는 진로 적성이 더 중요함을 느꼈다. 아이 양육을 직접 경험해 보면 그 과정이 참으로 힘든 여정임을 새삼 깨닫는다. 과정이 견디기 힘들지만, 지나고 나면 하나의 성과처럼 가슴에 행복이 스며든다.

둘째 아이가 앞으로 걸어갈 길은 파란만장하겠지만, 그 아이가 원하는 방향대로 갈 수 있게 최대한 지원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란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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