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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사 이목원 Sep 27. 2021

[호두수확] 호두나무에 말벌집이 있어요.

[호두수확] 호두나무에 말벌집이 있어요.


“이 작가님? 호두나무에 말벌집이 생겼어요. 네? 말벌집이 생겼다고요? 호두는 어때요? 호두 잎이 다 떨어져서 호두도 얼마 없어요. 빨리 따야 될 겁니다.” 

추석 전 주말농장 밭을 함께 하는 지인께서 얘기하면서 호두나무에 살고 있는 말벌집을 찍은 사직을 톡으로 보내 줬다. 사진을 확대해서 보니, 호두 나무 중간에 커다란 말벌집이 있었다. 


해발 600m 두메산골에서 자란 나는 말벌집이 낯설지 않았다. 어릴 때 친구들과 말벌집을 부수고 도망치며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시골집에 가면 가끔씩 말벌집을 볼 수 있었다. 호두 수확하는 큰 장대를 이용해서 말벌집을 제거하곤 했다. 발벌집이 땅바닥에 떨어지면, 벌들이 바글바글 운집한다. 벌집안에 에벌레가 있는데, 약으로 쓴다고 해서 술을 담았던 기억도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말벌이 두려운 존재, 위험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런 기억이 없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지네, 초파리, 말벌, 땅벌 등을 많이 보며 자랐고, 이를 제거하면서 자란 경험이 있어 그런지 말벌집, 벌레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호두나무 말벌집 사진을 보면서 지난날 말벌집에 대한 추억들이 생각났다. ‘두려움보다는 흥미진진한 게임이 되겠는걸’ 속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일요일인 어제 호두를 따러 주말농장으로 향했다. 더 이상 호두 따는 것을 지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주 호두를 수확하고 다음 주에는 고구마를 수확할 계획이었다. 밭둑에는 호두나무가 총 4그루가 있다. 2그루는 품종이 같고 2그루는 품종이 다르다. 말벌집이 있는 호두 나무는 제일 큰 나무로 수확이 가장 많다.

주말농장에 도착했다. 집에서 운전해서 40여 분 걸린다. 하늘에는 구름이 드리웠고, 바람은 살랑살랑 부는 것이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공기도 좋았고, 덥지 않은 날씨였다. 

우거진 고구마 밭이 눈에 들어왔다. 음... 고구마가 얼마나 잘 달렸을까? 궁금도 했다. 오늘의 주 목적은 고구마가 아니라 호두 수확이었기 때문에 호두를 따러 나무로 올라갔다.

호두나무에 대한 추억도 있다. 호두농사는 시골에 사시는 부모님의 주 수입원 중의 하나였다. 호두나무에 올라가서 장대로 털었던 경험이 많다. 나무에 올라가는 것에 두려움은 없다. 

장대로 호두를 털었다. 후두두두... 호두 떨어지는 소리가 정겹고, 뭔가 스트레스를 날아가게 하는 소리다. 호두를 털다가 힘들면 가끔 하늘을 쳐다본다. 맑은 공기에 이처럼 좋을 수 없다 하고 생각하며 호두를 털었다.

호두가 딸 것이 없었다. 말벌집이 없는 3그루를 먼저 털고, 마지막으로 말벌집이 있는 나무를 털었다. 말벌은 공격성은 있지만, 건드리지 않으면 쏘지 않는다. 말벌집과 먼 곳부터 장대로 털었다. 말벌집이 있는 가까이 까지 갔다. 장대로 말벌집을 떨어뜨리고 싶은 충동이 생각났지만, 참았다. 

올 겨울이 가기 전 제거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결국 말벌집 근처에 있는 호두 수확은 포기를 하고 나무를 내려왔다. 떨어진 것 다 모았더니, 작년 수확에 반도 안되었다.

4년 동안 수확했던 햇수로 본다면 제일 수확량이 적은 해다. 호두의 품질을 향상하고 정성을 기울여 재배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 생각한다. 밭에 심은 왕 대추도 수확했다. 단감나무, 대봉감 나무도 밭에 있지만, 감이 열렸다가 수확 전 다 떨어져 버렸다.

한편 양이 많지 않아서 호두 세척 작업과 후속일은 간단하게 마무리되었다. 호두 수확 작업을 통해 자연의 정취를 느끼며 현재 삶이 소중함을 알게 되고, 과거 시절도 회상하며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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