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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사 이목원 Sep 28. 2021

[주말 농부] 올해 첫 고구마 수확

[주말 농부] 올해 첫 고구마 수확     


“고구마 맛이 어때요? 아 많이 달아요. 아 그래요? 많이 캤어요? 아니요. 생각보다 많이 달리지 않았네요.” 

주말농장을 함께하는 지인이 지난주 토요일 고구마를 수확했다는 말을 듣고 물어봤다. 고구마를 언제 캐야 할지 생각이 깊어 가던 찰나에 지인 얘기를 듣고 고구마 수확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주말농장을 거의 가보지 못했다. 고구마가 어떻게 잘 여물었는지, 호두나무에 호두가 어느 정도 달렸는지 등 궁금했다. 고구마 모종을 함께 심었던 지인과 일정을 조율한 끝에 고구마 수확 작업은 다음 주 일요일 당일치기로 최종 마무리하기로 했다.

단지 지난주 일요일은 고구마 상태를 미리 확인하고 호두 수확을 하기 위해 겸사겸사 가게 되었다. 

“고구마 줄기로 반찬을 만들면 무지 맛있어요. 그러면 고구마 밭에 같이 가시죠. 무제한 따 가세요.” 고구마 줄기에 관심이 있는 두 여성분과 동행하게 되었다. 그중 한 분은 지인의 소개로 최근 알게 된 분이다.


주말농장 밭에 도착했다. 광활한 고구마밭이 눈앞에 펼쳐졌다. 내가 농사를 지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슴 뿌듯해 오는 행복이 전해졌다. 금년에는 주말농장을 같이하는 지인 덕분에 밭골에 제초제 한번 치지 않았다. 완전 무농약이다. 지인이 잡초 메트를 깔았기 때문이다. 지인분은 참깨, 고추, 가지, 알로에, 토마토, 들깨, 고구마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했다. 덕분에 다양한 농작물을 맛볼 수 있었다.

고구마 넝쿨은 생각보다 푸른빛이 조금 줄어든 느낌이었다. 수확 시기가 살짝 지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구마 수확 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고구마 넝쿨을 낫으로 자른다. 밭골 사이 도포된 잡초제거 메트를 제거한다. 비닐 제거 작업을 한다. 삼지창으로 고구마가 심어진 위치를 중심으로 30~35cm에 깊게 찌른다. 지렛대 원리를 이용하여 고구마 묻혀있는 공간을 추측하여 흙덩이를 지상으로 올린다. 고구마가 흙과 함께 지상으로 노출된다. 고구마를 수확한다.”

고구마는 캘 때 상처를 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상처가 나면 오래 보관하지 못한다. 시중에 파는 고구마는 세척 작업 후 약품 처리를 거쳐 나온 것이다.

고구마가 생각보다 많이 달리지는 않았다. 한 포기에 한 개도 달리지 않는 것도 나왔다. 고구마는 캘 때 흙 속에서 발갛게 보이는 고구마를 처음 볼 때 기쁨이 크다. 고구마 1개씩 수확할 때나 뿌리에 4~5개씩 달린 것을 통째로 뽑아 올렸을 때 행복한 기분이 든다.

고구마 수확을 하면서 고개를 드니, 고구마 순을 다듬는 아낙네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한 폭의 시골 풍경 같아서 카메라에 담았다. 시계를 보니 3시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고구마 수확 작업은 조금만 하고 마무리했다. 다음 주 작업하면 하루만 해도 충분히 다 캘 수 있을 것 같았다. 

금년에는 고구마 모종을 15단 구입했다. 모종값만 하더라도 15만 원이 넘게 들었다. 모종 구입비, 인건비, 소요된 시간을 생각한다면 고구마를 구입해서 먹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주말농사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자연과 함께 힐링할 수 있어 좋다. 삶의 지혜를 농사를 지으며 몸소 배우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뿌린 대로 거둔다.’ 내 삶의 신념처럼 된 문장은 고구마 농사를 지으면서 터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전에는 생각에 돌아다녔던 문장이라면, 농사를 지으면서 완전한 내 것이 되었다. 게으른 농부에게 수확의 기쁨을 절대 전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사뿐만 아니라 모든 세상 이치가 이 말을 통해 체화하고 있다. 

2017년 주말농장 밭을 구입한 후 고구마 농사만 4년째다. 내년에는 연작을 피해 다른 작물을 고민해야 한다. 다행히 함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지인분이 있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집에 와서 고구마를 찜통에 쪘다. 분이 많이 나서 그런지 익으면서 중간이 쩍쩍 갈라졌다. 사과, 김치와 환상궁합이다. 건강을 유지해 주는 자연식품 고구마, 한동안 아침 주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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