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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사 이목원 Nov 11. 2021

[귀인 만남] 16년간 쓰레기 산 옆에 사신 선교사님

[귀인 만남필리핀 마닐라, 16년간 쓰레기 산 옆에서 사신 선교사님

     

“길을 가다가 한 그루 나무를 보고도, 한 송이 꽃을 보고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도 신적 존재를 발견하고 의지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인간은 어떤 종교적 신앙을 지니지 않고 살기엔 너무나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더욱 느끼게 됩니다. 어떤 때는 한 인간으로서 내가 너무 연약한 게 아닌가. 그럴 때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종교적이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정호승 시인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 마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종교적이다’ 챕터에 나오는 말이다. 시인께서는 청년 시절에 성 어거스틴의 <참회록>을 읽다가 가슴속에 저절로 새겨진 말이라고 하며 지금까지 잊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어제 점심때 필리핀 마닐라 수도 인근 쓰레기 산 근처에서 16년간 선교활동을 하고 계시는 선교사님을 만났다. 대화를 나누면서 정호승 시인의 책에서 읽었던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종교적이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앞으로 남은 인생도 쓰레기 산 근처에서 선교활동을 하며 살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종교적 신념이 얼마나 크면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바꿀 수 있겠느냐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선진 문명의 편리함, 안락함을 포기하고, 우리나라 60, 70년대 삶을 살아가는 필리핀 현지 주민들과 여생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경외감과 여러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청춘아 가슴 뛰는 일을 찾아라’ 저자인 김해영, 첫아이가 딸이라 화가 난 아버지는 만취해 아이를 땅바닥에 내던졌다. 척추를 다친 그녀는 키가 134cm에서 멈췄다. 1990년 아프리카 보츠와나 굿 호프 직업전문학교로 날아갔다. 우여곡절 끝에 학교장이 됐고 이곳에서 14년 동안 학생들을 가리키며 선교활동을 했다. 그녀의 삶에는 종교적 신념이 있었다. 

종교는 그만큼 사람을 위대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선교사님은 전주, 교회에 목사로 목회 활동을 하셨다. 나이 40이 되었을 때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인지 깨달았다고 했다. 여생은 필리핀으로 선교활동을 하기로 했다고 하며 가게 된 배경을 이야기해 주셨다. 그 당시 어머니는 뇌 수술을 했고,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등 필리핀으로 가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수술 후 4년 뒤인 2009년 어머니는 필리핀을 방문했다. 자식을 알아보지 못했는데 완치되어 자식도 알아보고 정상인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한번 손상된 뇌세포는 재생되지 않은데, 이것은 종교적 기적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전라도 변산반도 부근에 살고 계시는 어머니는 지금도 건강하다고 얘기하셨다.

선교사님 부부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차 한국에 일시 귀국했다. 지난주 대전에서 지인 소개로 처음 뵙게 되었다.

‘신앙이나 진리는 누구에게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겪어서 체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앙과 진리는 항상 개인적인 영역이다. 진리는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곳, 아무도 넘어다볼 수 없는 곳에서 은밀히 체험된다. -법정 스님-

내가 집필한 책 ‘쫓기지 않는 50대를 사는 법’ 2장 6챕터에 ‘종교 생활은 노후의 정신을 치유하는 최고의 명약’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적으면서 법정 스님의 말을 인용한 적이 있다.

아내를 사별한 이후 독서하고 명상하며 종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다. 종교는 인간 삶의 정신적 지주는 분명한 것 같다. 기독교, 천주교 등 어떤 종교든 믿음이 있는 삶이 더 건강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인생 후반기에는 정신적 건강을 위해 더 필요하다고 본다.


김해영 ‘청춘아 가슴 뛰는 일을 찾아라.’ 유미 호건 ‘우리가 서로에게 선물이 된다면.’ 지나영 ‘마음이 흐르는 대로’

최근 읽었던 책도 공교롭게 기독교 신앙인들이었다. 3권의 책을 읽고 블로그 포스팅도 했다. 

최근 만났던 분도 기독교 분을 많이 만나고 있다. 삶은 내 마음이 흐르는 대로 삶을 사는 것이다. 좋은 분들에게는 좋은 향기가 난다. 종교적 색채를 떠나 어느 분이든 삶에 에너지를 주고 영향을 주는 사람이 좋다.

어제 만났던 선교사님도 삶에서 좋은 향기가 나고 배울 점이 많은 분이다. 책을 쓰라고 부탁드렸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흔적을 책으로 쓰신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필리핀 마닐라 쓰레기 산 부근에서 여생을 살아가시는 선교사님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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