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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사 이목원 Nov 12. 2021

[가을단풍] 집 뒤 베란다 무학산 가을 풍경

[가을단풍집 뒤 베란다 무학산 가을 풍경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사랑할수록 깊어가는 슬픔에 눈물은 향기로운 꿈이었나...”

집 뒤 베란다에서 가을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패티김의 노래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노래가 입안에서 흥얼흥얼 흘러나왔다.     

집에서 바라보는 가을 단풍이 최고다. 바로 앞은 무학산과 마주하고 있다. 창문을 열면 무학산의 맑은 공기가 유입되고 단풍이 통째로 집 안으로 들어온다. 환상적이다.

조금 멀리 눈을 돌리면 대우 트럼프 월드 아파트가 보이고 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위로 열차가 지나가는 장면이 눈앞에 보인다. 한편의 풍경 사진이다.      

작년 가을에 이사를 왔다. 지난번 살던 아파트를 팔고 전세로 왔다. 둘째 아이 고등학교가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사 후 얼마 안 되어 아이는 학교를 그만뒀다. 아이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사 후 혼란기를 겪었다.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낸 것 중에 하나도 바로 앞에 있는 무학산 덕분이다. 한 마디로 주변 환경이 너무 좋다. 밤에는 산바람이 불어오고 차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아이 스스로 자연을 통해 감정을 조절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가끔 사무실 일로 스트레스받고, 잘 풀리지 않은 일이 생길 때 홀로 숲속을 산책하곤 한다. 심호흡도 하고 복식호흡을 하며 걸으면, 세상 다 가진 것만큼 행복한 순간이다.     

 지난번 아파트는 답답한 구조였다면 이곳은 자연 속 한가운데 있는 기분이다. 창문을 열면 신선한 산바람이 유입되고 숲속 풍경이 보인다. 

봄에는 봄 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을 가을대로 느끼는 운치가 각각 다르다. 그중 가을 단풍은 너무 환상적이다. 차 한잔과 함께 조용히 넉 놓고 물끄러미 단풍을 바라보는 것 자체로 힐링이 된다.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이 3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은 가장 무의미하다.”

일본의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가 한 말이다.

강연에서, 글을 쓸 때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 강연하고 글을 쓰면 각인되고 체화 효과가 강하다. 세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이 바뀌면 자연 만나는 사람이 바뀐다. 이사는 가장 강력한 변화 중에 하나다.     

결혼 후 대구에서 이사 회수만 해도 정확히 10번째다. 인생도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지만, 집도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다. 영원히 살집처럼 생각지 않는다.

“만약 10년 이상 한집에 살았다면 그 사람은 변화하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늘 다니던 슈퍼, 동네 목욕탕 등 낯선 것이 거의 없어지기 때문이죠.”

장이지 대표님 브랜딩 포유 강연 때 했던 얘기다. 

이곳 아파트에서 아이 둘과 함께 산 지도 2년째가 된다. 공교롭게도 내년에 다시 정들었던 곳을 떠날 계획이다. 이사를 하게 되면 결혼 후 11번 이사하는 셈이다.

되돌아보니 지금 사는 아파트에서 아이도 바뀌었고, 나도 바뀌었다. 환경이 주는 효과는 그만큼 강력하다.     

눈을 감고 집 주변에 단풍을 음미하는 가운데 지인이 단풍 사진을 보내 주었다. “가을 단풍에 풍덩 빠져들 것 같습니다. 풍경이 너무 멋집니다.”라며 톡을 보냈다.

깊어가는 가을에 가을 단풍에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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