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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사 이목원 Nov 15. 2021

[김장김치] 누님이 담아 주는 김치

[김장김치] 누님이 담아 주는 김치

‘Do you like Gimchi.’ 지난주 아침 출근 시간, 영어 원어민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 김치를 좋아하느냐 하고 물은 적이 있었다. 대박’이라는 단어가 영국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등재된 사실을 알려 주었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단어가 영어권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그때 김치가 생각나서 영어로 대화했다. 

원어민 영어 선생은 왜 김치를 11월 12월에 담는지 물었다. 우리나라 60, 70년 시절은 모든 것이 풍족하지 않은 시기였다. 한 마디로 경제 부흥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시기다. 겨울철 딱히 먹을 반찬이 잘 없던 시기라 김치 담그는 일이 가정이나 교회, 군부대 등 필수 행사였다. 겨울철을 보내려면 김치 담그는 것은 필수 관문처럼 생각되는 시기였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김장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 요즈음 M・Z 세대들은 김치를 필수로 생각하지 않는다. 인스턴트식품, 가공식품 맛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슈퍼, 편의점, 온라인에는 가공식품, 식탐을 유발하는 음식들로 넘치고 있다. 당연, 김치 소비량은 적게 마련이다. 없던 시절에는 김치가 통용되었으나 먹을 것이 넘치는 시기에 김치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김치에는 많은 추억과 문화가 스며져 있다, 고등학교, 대학교 자취할 때 김치를 직접 담아 먹은 적도 있다. 학창 시절 시골 마당에는 김장독이 묻어져 있었다. 무는 집 근처 밭에 구덩이를 파고 묻어 두고 겨울 동안 먹기도 했다. 시골에도 김치냉장고가 들어오면서 김장독이 사라졌다. 눈을 감으면 지난 시절 어머니가 김치 담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세월이 흘러 김치 문화가 바뀌어 가고 같다. 외국인들도 김치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김치 문화가 퇴색되고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11, 12월은 여전히 김장하는 시기다. 제철 음식이 제일 맛이 있듯, 김치도 김장김치가 단연 최고 맛이다. 금방 만든 김치는 삶은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면 꿀맛이다.

”이번 주 올 수 있나. 김장한다. 와서 김치 가져가“ 지난주 중 누님께서 김치 가져가라고 전화가 왔다. 순간 너무 반가웠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매년 누님으로부터 김치를 받아먹는다. 다행히 주말에 특별한 스케줄이 없어 갈 수 있었다. 누님은 경북 풍기에 살고 있다. 대구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에서 40분 거리다.

풍기로 가는 길은 자동차 대학이 펼쳐진다. 자동차 대학은 자동차로 이동 중 강연 동영상을 듣는 일이다. 강연을 듣다 졸음이 오면 음악도 듣는다. 차장 밖에 가을 풍경은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이번 주가 지나면 단풍도 많이 떨어질 것 같았다. 

‘모차르트 세레나데 밤의 작은 음악’을 반복해서 들었다. 유튜브는 참 편리하다. 1시간 이상 반복되는 영상이 있었다. 모차르트 명곡 중에 이 음악이 내 가슴을 적시었다.

음악을 듣고 차창 밖의 만추의 풍경을 보며 운전하는 기분은 행복 그 자체였다. 머릿속이 맑아지며 행복이 스며들었다. 

음악을 듣고, 자동차 대학을 쉬지 않고 들으며 풍기까지 달렸다. 이미 누님께서 김장을 마치고 돼지고기를 삶고 있었다. 금방 담근 김장김치와 돼지고기를 먹었다. 맛이 환상적이었다.

누님도 벌써 60이 넘었다. 얼굴에 젊음보다 나잇살이 보인다. 어렴풋이 어머니 모습이 느껴지기도 했다. 누님 덕분에 김치뿐만 아니라 밑반찬 등 수시로 가져다 먹는다. 부모님, 형님, 큰 누님마저 저세상에 계신다. 남은 형제자매는 나와 누님 둘뿐이다. 유일한 혈육이라는 생각에 그 정이 더 깊다. 

김치를 하면 늘 약간의 수고비를 누님께 드리고 온다.

겨울철 필수 반찬, 김장김치를 가지고 대구로 돌아오는 마음은 편안했다. 

‘오늘 고모가 한 김치야.’ ‘먹어볼래.?’라고 둘째 아이에게 물었다. 반응이 없다. 첫째 아이는 김치를 먹지만, 둘째 아이는 거의 잘 먹지 않는다. 앞서 얘기했지만, 미래세대의 식생활 변화가 예측되었다.

김치가 필수 음식이 아닌 선택이 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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