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침묵이라는 세상에 잠깐 머물다가 큰 침묵의 세상으로 되돌아간다. 우주는 탄생 전 태초에 침묵이 있었다. 우주에는 거대한 침묵이 존재한다. 침묵이라는 힘은 강하다. 침묵은 삶의 의미를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재료다.
이 침묵을 죽음과 비교해서 아주 적절하게 잘 표했던 분이 ‘자기혁명’을 집필한 박경철 작가다.
말이 많은 것은 내가 부족한 것을 반증하는 것이요. 말을 줄이고 침묵한다는 것은 내공이 다져지는 것을 의미한다.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침묵하는 것은 내공이 쌓이지 않으면 어렵다. 박경철 작가가 얘기한 침묵을 통해 삶의 의미와 자세를 되돌아볼 수 있다.
“슬픔도 풍화되어 없어지고 그 절절하던 사랑도 없어진다. 내가 성공했네, 위대하다 하더라도 불과 50년 후면 흙 속으로 돌아간다.” ‘책은 도끼다.’를 집필한 박웅현 작가가 얘기했다.
슬픔만 풍화되어 없어질까? 사랑, 사람, 등 관계를 유지했던 유, 무형의 모든 것은 세월 속으로 흔적을 감추며 다 사라진다. 지나고 나면 다 한때이고, 한순간이다. 아내를 포함해서 내 가족 5명은 이미 저세상에 가 있다. 슬픔이 바다를 이루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슴 저며오는 상처와 고통의 흔적도 세월 따라 용해되어 메마른 슬픔과 아픔으로 전도되고 있다. 세월에 풍화되어 없어지지 않는 것은 아무도 없다. 한때 죽고 싶을 만큼 절절했던 사랑도 지나고 나면 한순간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한순간이다. 부와 명예를 아무리 누린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자연 속으로 되돌아간다. 지난 모든 것이 가슴속에 삶에 향기로 피어 올라온다.
우리는 예외 없이 죽는다. 죽음은 그만큼 삶을 더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재료다. 죽음은 삶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30년 전 공무원을 시작했다. 결혼 후 신혼의 단꿈에서 부모님을 포함해 온 가족이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된다. 그때와 지금은 참 많은 것을 잃었고 얻었다. 앞으로 30년 후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80이 넘는다. 그때 생존해 있을지 없을지 신만이 알 수 있다.
한근태 박사는 ‘누군가 당신에게 지금 죽어도 후회 없이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라고 했다. 만약 후회가 된다면 현재 생활을 바꾸라고 했다. 내 삶을 되돌아보기 위해 ‘시간을 축으로 하는 질문을 수시로 해보라고’ 한근태 박사는 얘기한다.
벚꽃이 만개했다. 대구는 도심지는 거의 벚꽃이 막바지다. 이번 주가 지나면 벚꽃은 다 떨어질 것 같다. 벚꽃의 개화 기간은 아주 짧다. 아침마다 집 앞에 핀 벚꽃을 1주일째 본다. 피기 전부터 새벽 운동을 할 때 봤던 것이다. 어제는 문득 집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DSLR 카메라를 들고 찍으러 가고 싶었다. 빛이 벚꽃에 투영되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모습이 그려졌다.
특히 아침 햇살을 머금은 꽃들은 그 힘이 강하게 느껴진다. 꽃의 기운이 햇볕을 받으면 발산한다. 역광을 받은 상태에서 찍는 사진은 특히 아름답다.
그런 벚꽃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날씨와 시간이 허락해 주질 않았다. 그냥 생각만 하고 지나갔다. 매년 보던 벚꽃이 어느 순간 내 삶과 연결되어 가슴속으로 다가왔다.
출퇴근길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벚꽃을 보았다. 우와! 하는 감탄 말보다는 아름답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매년 봤던 벚꽃이지만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가슴 설레는 기분은 없다. 아름답고 마음이 진정된 다는 느낌 정도다.
쇠털같이 많은 날이 우리 인생은 절대 아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쏜살같다. 벚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며 벚꽃의 일생이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은 생각을 해 보았다. 박경철 작가가 얘기했던 ‘큰 침묵의 세계로 가는 것과’, 박웅현 작가가 얘기했던 ‘50년 뒤면 모두 흙 속으로 돌아가는 것도’ 결국 죽음을 얘기하는 것이다.
꽃이 피고 지듯, 사람도 꽃잎처럼 떨어져 자연 속으로 사라진다.
이제 완연한 봄이다. 들판에 꽃이 피고 나뭇가지에도 싹이 돋아난다. 꽃이 지고 가을이면 나뭇잎도 떨어질 것이다. 꽃과 나뭇잎은 시차만 다를 뿐 다 떨어진다. 자연을 이치를 보며 초연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내 삶의 잔고는 알 수 없지만, 감사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배웠다. 그저 그런 삶의 의미를 마음속에 다지고 행동하고 싶다. 벚꽃이 피고 떨어지는 것을 보며 삶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