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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사 이목원 Dec 06. 2021

[연명치료 여부] 건강할 때 가족에게 미리 얘기해야

[연명치료 여부] 건강할 때 가족에게 미리 얘기해야 


“사람들의 한평생 의료비 중 4분의 1이 마지막 1년에 지출되며, 그중 절반 이상은 마지막 3개월에 집중된다.”

며칠 전 매일경제신문 칼럼에 나온 말이 가슴속에 다가왔다. 마지막 1년을 더 살기 위해 한평생 의료비의 4분의 1이 지출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사실 사는 것보다 연명이라는 얘기가 더 맞는 말이다. 2018년 어머니가 전 심근 경색으로 쓰러지셨다. 의식도 없이 한 달 반 이상 병원에서 지내다 돌아가셨다. 이때 치료비만 해도 천만 원이 훌쩍 넘었다. 심근 경색 전만 하더라도 이미 병원은 매주 다니곤 했다. 치료비가 늘어난다는 것은 어머니가 쇠약해지는 것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2018년 존엄사법 시행 후 금년 10월까지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누적 1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2050년에는 1,900만 명을 넘을 전망이다. 2020년 노인 의료비는 국내 총생산(GDP)의 2.5%였다. 2021년 건강보험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연명치료 자제 노력이 없으면 2030년 노인 의료비는 2020년 국내 총생산 대비 6%, 2060년에는 12~16%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했다.

신문 칼럼에는 자신의 죽음을 미리 성찰하라고 했다. 이는 불필요한 의료 행위로 인한 가족과 사회의 부담을 사전 의향서 작성 등으로 덜어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2003년 형님, 2008년 큰 누님, 2010년 아내, 2014년, 아버지 2018년 어머니 가족 5명을 떠나보냈다. 가족의 죽음을 많이 경험하면서 죽음은 내 옆에 가까이 있음을 누구보다 절감했다. 내가 언젠가는 죽을 수 있다는 막연함이 아니라 지금 당장 죽을 수 있다는 절박감이다.

불교에서는 1초를 이생과 저승을 나눈다고 한다. 저세상으로 간 가족을 보며 1초 뒤를 되돌릴 수 없다는 처절한 깨달음을 얻었다.


“요즘은 입관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많이 있다. 죽음을 간접으로 경험하면서 인생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이곳에 가면 먼저 체험 신청서를 적고 영정사진을 찍는다. 본인의 묘비명도 적어 본다.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관에 대한 강의를 듣는다. 유서도 적어 본다. 마지막으로 수의를 입고 관에 들어가서 5~10분 동안 누워 있는다. 누워 있는 동안 죽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 오만가지 생각이 겹치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생각할 것이다.” -쫓기지 않는 50대를 사는 법 39쪽-


내가 1년밖에 살지 못한다면 후회하지 않게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이 아니라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문득 한근태 박사의 책에서 던진 질문이 떠올랐다. 아무리 잘 살아도 죽는 순간 후회는 생긴다. 하지만, 생의 마지막 순간에 ‘껄껄걸’ 하며 후회하는 비율을 줄이기 위해서다.

한근태 박사의 질문은 삶의 긴장 상태를 높게 만들 수 있어 좋다. 가끔 나에게 스스로 질문을 한다. 허튼 시간을 줄이며 살 수 있게 자극을 주는 효과도 있다.


연명치료에 대해 생각해 봤다. 불의의 사고 또는 불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이 칼럼을 읽고 두 아이에게 미리 얘기해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연명치료 거부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부모님 모두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로 보내다 돌아가신 것을 봤다. 절대 이런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았다. 오랫동안 생각한 후의 결정이다.

평소 건강관리에 대해 꾸준히 실천해 오고 있다. 인생 2막 웰빙, 웰다잉이 주목적이다. 아무리 건강관리를 한다 해도 목숨은 운이 따르고 신이 결정하는 일이다.

연명치료 여부 결정, 죽음을 통해 삶을 더 내밀하게 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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