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억 원, 기부 천사] 키다리 아저씨 10년 만에 세상에 얼굴 비춰
지난주 조선일보에는 ‘10년 만에 얼굴 드러낸 대구 키다리 아저씨’라는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됐다. 바로 아래 큰 제목으로 ‘돈 많이 번다해도 죽을 때 못 가져가’라는 제목도 눈에 보였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총 10억 3,500여만 원을 기부했다.
그동안 이분은 대구 지역사회 키다리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2020년 12월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 기부를 끝으로 익명 기부는 그만두기로 했다는 뉴스도 본 적이 있다. 얼굴도 모르는 키다리 아저씨의 존재가 천사처럼 느껴졌다.
지난 1월 기부 천사 키다리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블로그 포스팅 한 적도 있었다. 키다리 아저씨가 세상에 영원히 알려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신문에 얼굴과 신분이 공개되어 묘한 감정이 가슴에 스며들었다.
키다리 아저씨는 대구에서 전기 관련 중소기업 운영하는 박무근(73)대표다. 올해 73세다. 2020년 12월 기점으로 익명 기부는 끝이 났지만, 기부의 행동은 끝이 아니었다. 금년 2월 박 씨는 그의 아내 긴 수금(70) 씨와 함께 2억 222만 원을 기부하면서 대구지역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이다. 그동안 박 씨 부부가 기부한 금액은 모두 20억 원이 넘는다.
‘돈 많이 번다해도 죽을 때 못 가져가’ 박 씨가 언론사와 인터뷰했을 때 했던 말이다. 참으로 평범하지만, 의미 있는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들어왔던 말도 간과하면서 살아간다.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 될수록 돈이 지배하고 돈의 위력이 실감되는 세상이다. 돈이면 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세상은 급변하게 바뀌어 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전해 주는 사랑이다. 박 씨가 기부를 실천하게 된 것이 어떤 연유일까 사뭇 궁금했다. 타고난 성품과 사회생활을 하며 깨달음을 통해 실천이 확고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내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남을 도와주고 싶은 이타적인 마음이 마음 한구석에 늘 자리 잡고 있다. 내 마음의 방에는 이기적인 방 면적이 훨씬 크게 차지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이런 기사를 읽게 되면 이타심의 마음의 방을 넓혀가야 한다는 마음의 힘이 더 크게 다가온다. 최근에는 코칭 수업을 통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삶의 가치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시간도 있었다.
이타심을 기르는 것도 내가 살아가면서 가치 실현의 목표 중 하나가 되었다. 인간의 가장 큰 행복은 사랑에서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성공 지향적 마음과 이웃 사랑이라는 이타적 마음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안겨주는 숙제다. 그러나 마음의 무게는 사랑으로 기운다. 앞으로 내 삶에는 사랑의 실천 폭을 넓이는 일만 남았다.
우리는 누구나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간과하며 살아간다. 죽음은 늘 내 옆에 동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박 씨가 인터뷰에서 얘기했던 말을 실천하며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남에게 베푸는 것도 베풂의 근육이 늘어나야 가능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되는 것이 있다. 내일 죽을 것만큼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되지 않을까? 2020년부터 지난 3월까지 8번의 헌혈을 했다. 헌혈도 습관이 되듯, 베풂도 습관처럼 넓혀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 또한 의식의 전환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내 수입의 10% 이상을 타인을 위해 배 풀어 보자라고 마음에서 속삭이지만, 소리 없는 메아리다. 적어도 이런 기사를 읽게 되면 내 마음에 베풀겠다는 생각이 더욱 넓어진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게 됐다.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 기부 천사인 키다리 아저씨 삶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