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 고구마농사/주말농부/농사철/생애 최초 파전
“토요일 경운기 로터리 치는데, 밭에 올 수 있겠어요? 아 토요 일요?도저히 시간이 안 나는데요. 일요일 가겠습니다.”
지난주 주말농장을 함께 하는 분이 전화가 와서 토요일 밭에 간다고 했다. 공교롭게 그날 아시아 코치 센터의 코칭 수업이 종일 있는 바람에 불가능했다.
산들산들 봄바람이 차창 안으로 들어온다. 처 넘어 멀리 보이는 산 색깔이 연두색으로 바뀌었다. 주말농장으로 가는 차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불과 한 달 전 풍경과는 완전히 바뀌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온 산이 초록색으로 바뀔 것 같았다. 거리 두기가 완전히 해제되기 하루 전 팔공산 주변 식당도 활기를 찾은 것 같다. 차량이 빼곡하게 보였다. 주말농장은 집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다.
오늘 작업할 것은 밭 골을 만들고 비닐을 덮는 일이다. 함께 일하기로 약속했던 분이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혼자 비닐 덮는 작업을 해야 했다. 밭에 도착했다. 로터리 작업을 잘 해 놓고 밭골까지 타 놓아서 삽으로 살짝만 정리하면 바로 비닐을 덮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자 비닐을 덮는 작업은 처음이다. 삽으로 흙을 덮어 가며 작업을 하니 속도는 덜 났지만, 비닐 덮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벌써 주말 농사를 지은 지도 5년째가 된다. 2016년 경매 공부를 한 후 2017년에 경매로 주말농장을 취득했다. 경매를 배우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2018년 첫 농사를 지을 때, 어머니께서 밭에 왔다. 평생 농사를 지으셨던 어머니는 밭에 오니 엄청 즐거워하셨다.그해 가을 어머니는 질환으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고구마 수확의 기쁨도 보지 못했다. 첫해에는 감나무, 대추나무 등 유실수도 심었다. 고구마도 100박스 정도를 지인들에게 팔 정도로 농사를 많이 지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이렇게 많은 농사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린 시절부터 40대 넘어까지 시골 깡촌의 부모님 일손을 거들었던 경험 때문이다. 그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고구마 100박스 수확은 불가능했다.낫으로 풀 베는 작업, 삽질, 괭이질, 도끼질, 경운기 로터리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농사일은 다 해봤다. 심지어 모내기할 때 손으로 직접 모를 심는 작업도 오랫동안 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삶은 지혜는 흙에서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낫질, 삽질하는 폼만 봐도 일을 해 봤던 사람인지 아닌지 단 번에 알 수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비닐 덮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보니, 함께 농사짓는 지인이 늦은 점심을 먹고 밭에 왔다. 지인분이 비닐 작업을 도와주었다. 덕분에 비닐 덮는 작업을 일찍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인분은 비닐하우스에 수박도 심었다. 밭 둑 호두나무 아래 표고버섯 종균을 넣은 나무도 같다 놓았다. 당귀와 상추도 심어 놓았다. 작년 겨울에 파종한 마늘과 양파가 아주 많이 자랐다.
‘쪽파 좀 드릴까요.’ 마늘 밭 한쪽 훌쩍 자란 쪽파가 아주 싱싱해 보였다. 지인분이 농사지은 쪽파를 얻었다. ‘여기에 재배 중인 것 다 따 드시면 됩니다.’라고 지인이 얘기했다. 집에서 거리는 40분이지만 자주 오지를 못했다. 지인분은 작년에도 방울토마토, 고추, 가지, 호박 등 많은 농작물을 재배했지만,바빠서 많이 따 먹지를 못했다.
고구마는 3~4년 연작을 했더니 수확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발견했다. 다행히 이곳은 작년에 고추, 방울 토마토 등을 심었던 자리다. 5월 초쯤‘꿀 고구마’ 모종을 사서 심을 계획이다. 밭 옆 일부 공간에는 옥수수를 심을 계획이다.
일을 마치고 밭둑에 있는 두릅, 오가피 순을 잘라 집으로 돌아왔다.
농장에서 가져온 쪽파로 파전을 부치기 위해 유튜브에서 파전 잘 부티는 법을 봤다. 아이가 일전에 파전을 먹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농장에서 쪽파를 가져온 이유도 서툴지만 아이에게 파전을 한번 부처 주고 싶은 생각 때문이다. 쪽파를 다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릴 때 고추장 쪽파 무침을 즐겨 먹었던 기억이 났다. 기름을 두르고 생애 최초 파전을 부쳤다. 유튜브에는 해물파전이 많이 나왔다. 쪽파만으로 하는 것은 거의 없었다. 당근을 잘게 썰어 밀가루 반죽에 넣고, 계란은 따로 풀어 파전 위에 조금씩 뿌렸다. 드디어 첫 파전 한 장이 완성되어 아이에게 줬다. 맛이 있다고 했다. 순간 기뻤다. 행복한 마음이 솟아났다. 아이가 이 순간을 ‘나중에 절대 잊지 않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파전 한 장을 더 부쳐 아이들에게 줬다.
가지고 온 오가피 순, 두릅 순을 냄비에 데쳤다. 쪽파를 다듬고 파전을 부치는 등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감사하고 행복했다. 절대 잊혀 지지 않는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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