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하루] 아이와 해운대 피시방 왔어요.

by 포사 이목원

[최고의 하루] 아이와 해운대 피시방 왔어요.


여행은 낯섦, 그리움, 영원한 이별이다. 풍경도 지나가고 사람도 지나가고 모든 것은 더 이상 머물러 있지 않는다. 김화영 작가가 얘기했던 여행에 대한 얘기가 떠올랐다. 여행은 일상에서의 탈출이다. 호텔 룸에 흰 침대 가운을 보며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었다. 여행은 일상의 묵은 찌꺼기를 훌훌 털어내고 벗어나는 일이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에서 얘기했던 문장도 어렴풋이 떠올랐다.

2막 3일간 해운대로 아이와 떠나는 여행길에서 두 작가가 얘기한 여행을 생각해 보았다. 해운대가 낯설지는 않다. 자주 오다 보니 여행의 낯섦은 줄어들었다. 작년 8월 하계휴가를 두 아이와 함께 이곳 해운대에서 보낸 적이 있다. 자주 오다 보니 해운대는 포근한 엄마 품처럼 느껴진다. 아늑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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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방, 킹 베드로 예약하셨네요. 아! 싱글 베드로 주시면 안 되겠어요? ‘잠시만요.’ ‘퀸 베드와 싱글베드 있는 방인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좋습니다.’ ‘그러면 바닷가로 해서 싱글, 퀸 베드 방으로 드리겠습니다.’

로비에서 받은 방 번호를 보니 515호다. 음력 내 생일과 똑같았다. 호텔 방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해운대 장엄한 바닷가가 눈앞에 펼쳐졌다. 우와 대박~~ 순간 함성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싱그런 5월의 마지막 햇살, 호텔방에서 바라본 해운대 비치의 풍경은 정말 숨이 멎을 정도로 장관을 연출하였다. 이래서 ‘사람들은 돈을 더 주고라도 뷰가 보이는 방을 선호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멀리 해운대의 아이콘인 LCT 건물의 웅장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건물이 해운대를 살려준다고나 할까. 외국의 유명 도시 해변의 아름다운 모습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방 안에서 바닷가를 한참 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러던 중 백사장에 자세히 보니 외국인으로 보이는 남자 1명과 여자 1명이 수영복을 입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20여 미터 간격으로 누워 있는 외국인의 평화로운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국제화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도 외국인들이 비치에서 일광욕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5M 실내수영장에서 바라보는 해운대 해변의 풍경은 장관이었다. 웨스턴 조선호텔을 예약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수영장이다. 바다를 보며 즐기는 수영은 상상 그 이상의 흥분이 있다. 적어도 수영을 즐기는 마니아 입장에서는 이곳 수영장은 정말 최고의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호텔에 딸린 수영장은 그만큼 나에게 주는 매력은 크다.

오후 3시경 투숙해서 5시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하다 아이와 함께 수영장을 갔다. 파노라마같이 펼쳐지는 뷰를 보며 함께 사진도 찍었다. 평소 수영장에 가면 늘 해 오던 대로 25M 레인을 10바퀴씩 두 세트를 했다. 접형, 백형, 평형을 교대로 해서 4바퀴 돌았다. 아이도 간간이 25M 레인을 자유형으로 돌았다. 아이는 초등학교 시절 잠시 수영을 배웠다. 그때 잠시 배웠던 것이 수영을 조금이라도 가능하게 한 것 같다. ‘계속 배웠다면 훨씬 좋았을 건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아이는 더 이상 수영을 배우고자 하는 욕심이 없어 중단했기 때문이다. 수영장에서 아이와 함께한 시간은 즐겁고 행복했다.

아들 내일 한 번 더 올까? ‘어 알았어.’ 아이는 아주 다정다감하게 말한다. 물으면 안 온다고 얘기할 것 같았는데 다시 온다고 얘기하니 마음이 무척 기뻤다.

“아빠가 PC방 갈수 있겠어? 가서 뭐 하게. 유튜브 보면 되지 뭐, 아이가 묻는 말에 얼떨결에 유튜브 얘기를 했다. 내가 알아서 할게.”

사실 아이와 함께 게임을 하면 가장 친밀도가 높아지겠지만, 나는 게임 자체가 흥미가 없다. 아이와 피시방 간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가는 것 자체가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대신 저녁시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잠시 동안 내려놓았다.

피시방을 가더라도 저녁은 먹어야 했다. 시간이 보니 벌써 7시 가까이 되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해운대 시장에 있는 식당을 가기로 한 것을 포기하고 호텔 근처로 바꾸었다. 수영을 하고 나니 고기가 생각났다. 이번 주 있을 바디프로필 촬영도 있고 몸 근육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고기가 필요했다. 아이에게 특별한 것을 사 주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식당 입구에 가격표를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여행지에서 ‘돈에 너무 궁색을 떠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도식당’ 한우 등심 150g에 42,000원이다. 헉~~ 입이 떡 벌어졌다. 평생 이렇게 먹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이가 고기 맛을 보더니 ‘와 정말 맛이 있네’라고 하며 맛깔스럽게 먹는다.

사진 좀 찍어 주시겠어요? 고기를 구워주는 아주머니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20년 뒤 이곳을 기억하겠지.’ 고기를 먹다가 문득 아이가 의미 있는 말을 한다. 평소 이런 얘기를 한 마디도 하지 않던 얘였는데... 역시 뭔가 기억에 남을 소중한 추억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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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마린시티,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약 1킬로 거리에 위치해 있는 것 같았다. 지난여름 이곳에 왔을 때 아이가 갔었던 피시방을 찾아갔다. 아이는 집에서 가지고 온 전기 자전거를 탔고 나는 옆에서 살살 뛰어갔다. 홈 플러스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이 근처 피시방이 있었던 것 같았다.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마린시티 상가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곳에 있었다.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금요일 저녁처럼 사람들이 붐빈다. 마린 피시 카페는 4층에 있었다. 꿈에 그리던 피시방을 아이와 함께 왔다. 들어서는 순간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을 것 같았다.

아이는 능수능란(?) 하게 무인 결재 기기에서 피시방 사용권을 결재하다. 비회원은 시간당 2천 원이다. 아이는 작년 여름 이곳에 결재한 후 남아 잇는 포인트가 있었던 것 같다. 따로 결재한 것 없이 아이와 나는 나란히 앉았다. 앉는 순간 최적의 환경이 느껴졌다. 정말 쾌적하고 편안했다. 환기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것이 마치 카시 노장 분위기처럼 느껴졌다. 아이는 물 만난 고기처럼 아주 즐거워하며 게임에 몰입했다. 아이가 피시방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1시간 30분 정도를 함께 하고 9시 30분경 피시방을 나왔다. 마린시티 해안은 춥지도 않고 상쾌했다. 아이는 전기자전거를 탔고, 나는 가볍게 뛰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여행 첫째 날은 정말 잊지 못할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피시방을 함께 갔던 것 자체만으로도 상징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내 사전에 있을 수 없는 일을 한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아이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 아이에게 꼰대처럼 비치는 얘기는 일절 하지 않는다. 코칭을 배우고 있기에 아이의 마음에 다가가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 ‘청소년기의 방황은 누구나 한다.’라고 말한다. 우리 아이도 그런 방황을 빨리 끝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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