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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사 이목원 Jun 02. 2021

[휴가2일차] 아이는 피시방, 나는 호캉스

[휴가2일차아이는 피시방나는 호캉스

     

평소 해오던 것과 마찬가지로 새벽 4시 기상 후 명상을 하고 블로그 포스팅할 글을 썼다. 5시 30분경 정호승 시인이 집필한 ‘내 인생의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책의 내용 중 한 챕터를 낭독해서 오픈 채팅방 5곳에 올렸다. 시간을 보니 새벽 5시 50분이다. 커튼을 열고 숙소에서 바다를 보니 벌써 날은 밝았다. 저 멀리 LCT 건물 사이로 태양이 떠올랐다. 일출이 장관이었다. 해운대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휴가 둘째 날 모습이다.

서둘러 반바지, 반소매로 갈아입고 조깅을 하러 나갔다. 새벽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스타일대로 산책과 조깅 등을 즐기고 있었다. 백사장 중앙쯤 다다르자 모래조각품을 전시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최고의 행복한 순간이다. 내가 꿈꿔 왔고, 내가 생각해 왔던 해운대 앞바다를 달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평소 명상을 할 때 퇴직 후 해운대 LCT 건물에서 사는 모습을 상상했다. 꿈이 현실이 될 날을 그려 본다. 조깅은 호텔을 출발해 해운대 백사장 도로를 따라 LCT 건물 앞까지 갔다가 동백 섬 한 바퀴를 돌았다. 30여 분간 총 4.4KM를 달렸다. 

아침은 뭐 먹을까? 아이는 평소 보다 빨리 일어났다. 호텔 뷔페와 첫날 저녁에 먹었던 대도식당을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대도식당에 가기로 결정했다. 아침식사를 7시부터 한다고 들었고, 조식 메뉴가 다양하게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호텔 뷔페는 1인당 4만 5천 원이다. 싼 가격이 아니다. 이렇게 해서 아이는 육개장 나는 한우 국밥을 시켰다. 조미료 맛이 거의 나지 않았다.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아침 한 끼를 먹었는데 점심은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아침식사를 하고 호텔 방으로 돌아오니 잠이 쏟아진다. 휴가는 릴랙스 한 것이 기본, 아무 생각 없이 잠을 잤다.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몸이 개운해졌다. 이제 본격적인 호캉스를 즐기는 순간이 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이는 피시방을 가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응 갔다 와.’ 아이가 원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휴식이라 생각해서 피시방을 간다고 할 때 반대하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11시 30분경 때쯤 된 것 같았다.

“이곳을 이용하시려면 이그제큐티브로 룸 타입을 바꾸셔야 합니다. 별도 비용을 내고 입장할 수 없나요. 네, 아쉽지만 그렇게는 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피시방으로 간 후 호텔 2층 웨스턴 클럽 하우스에 책을 읽으려고 내려갔더니 입장이 불가하다는 얘기를 한다. 알고 보니 내가 예약한 룸 타입에 이곳이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다.

로비에 가서 이그제큐티브 이용 가격을 물어보았더니 1인당 84,700원이다. 호텔 조식 1회 그리고 2층 웨스턴 클럽 서비스를 회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그 외 사우나, 해피아워 서비스도 있었다.

내가 가장 큰 목적은 좋은 분위기에서 독서를 하는 것이다. 곰곰 생각해 보니 웨스턴 조선호텔 2층만큼 좋은 뷰가 있는 곳도 없거니와 이동할 때 소비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이곳이 최적의 장소라는 결론을 내렸다. 

고객님 미팅룸은 2시간을 이용할 수 있는데 예약해 드릴까요? 내 부탁드립니다. 2층 웨스턴 클럽 서비스에는 8평 남짓한 별도 미팅룸이 있었다. 테이블이 3개가 있었다. 총 12명 정도는 충분히 회의도 하고 입실이 가능한 별도 공간이었다. 미팅룸을 통으로 전세를 낸 것이다. 평일 화요일이라 아무도 없었다. 별도 요금을 지불하고 온 것치고는 너무 좋은 성과라 생각했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인스타 피딩 할 동영상, 사진도 찍었다. 2시간 이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3시간 가까이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웬디 우드가 집필한 해빗을 읽었다. 읽으면서 중요한 것은 노트에 메모를 했다. 참으로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아들, 수영장 가자.’ 2층 미팅 룸에서 호텔방으로 돌아오니 피시방에 갔던 아이는 와 있었다. 간단하게 챙겨서 수영장으로 갔다. 오후 시간인데도 수영장에는 한 팀밖에 없었다. 너무 조용했다. 수영장 야외 테라스에서 사진도 찍었다. 아이에게 부탁해서 자유형, 접형 동영상도 찍었다. 수영도 하고 사진과 동영상도 찍으며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객실로 돌아와 잠시 쉬다 보니 어느 듯 기성준 대표님과 약속시간이 다 되어 갔다. 저녁 6시 10분 보기로 되어 있었는데 6시가 조금 안되어 전화가 온 것이다.

아이와 서둘러서 LCT 건물로 향했다. 호텔에서 보면 해운대 백사장 동쪽 끝자락에 있다. 아이는 자전거를 탔고, 나는 가볍게 뛰어갔다. 기성준 대표님과, 이슬아 작가와 LCT 건물 99층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되어있었다. 잠시 뒤 이슬아 작가님이 왔다. 1층에서 레스토랑 저녁 메뉴를 선택한 후 곧바로 100층까지 논스톱으로 올라갔다. 100층 전망대에서 부산 시내 전체를 조망했다. 장관이었다. 계단을 따라 99층을 내려오니 레스토랑이 있었다. 99층에서 식사를 하고 아래층에서 블랙업 커피점에서 차 한 잔을 마셨다. 아이는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하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행 2일째 하루가 알차게 마무리된 것 같다. 빡빡하지도 않는 빈틈 없이(?) 보낸 자신에게 감사하다. 호텔에서 수영, 독서 등, 내가 원하는 호캉스를 즐기며 보낸 날이었다. 휴가 2일째가 지났는데 사무실 일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망각의 동물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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