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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사 이목원 Jun 18. 2021

[고졸검정고시] 합격할 수 있겠어. 당연하지.

[고졸검정고시] 합격할 수 있겠어. 당연하지.


“아버님 학생증에는 주민번호 뒤 자리가 나와 있지 않아 신분 확인이 안 됩니다. 죄송하지만 서류를 발급받으려면 여권이나 가까운 동사무소에 가셔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 오셔야 합니다.” 

둘째 아이 검정고시 서류접수를 위해 대구광역시 교육청 민원실에 재적 증명서 발급을 받으러 갔는데 직원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한다.

직원 말을 들은 아이는 답답해한다. ‘집에 있는 여권을 가지고 올 걸 하며 아이는 얘기한다.’ 여권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나서 사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일일이 얘기는 하지 않고 곧바로 인근 동사무소로 향했다.

검정고시 서류접수에 필요한 구비서류가 재적 증명서다. 졸업 증명서가 아닌 재적 증명서라는 딱지가 아이에게 붙어 있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다. 이건 나의 생각이지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교육청을 나와 가까운 동사무소에 가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았다. 교육청 민원실에서 재적 증명서를 발급받아 접수장소인 본관 지하 1층으로 갔다.

‘아버님 아이 신분 확인이 안 되어 접수가 불가합니다.’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된 듯한 젊은 여자분이 얘기했다.


이런 불상사를 대비해서 오기 전 전화로 문의를 했었다. 전화 문의할 때는 일절 그런 얘기가 없었는데, 다시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현재 상황을 따져서 될 문제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 화를 내면 내만 손해라는 것을 생각하고 다시 동사무소로 향했다. 동사무소에 가면 청소년증 발급 신청 확인서를 교부해 준다고 아르바이트생이 얘기했기 때문이다.

결국 검정고시 서류접수를 위해 두 번씩이나 동사무소에 갔다 오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아이에게는 공식적인 신분 확인이 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여권도 작년에 유효기간이 만료되었고, 학교를 다니지 않아 학생증도 의미가 없었다. 미성년자에게는 청소년증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이제야 발급을 받게 된 것이다. 동사무소 직원 얘기가 청소년증이 나올 때까지 약 3주 정도 소요된다고 하며 ‘발급 신청 확인서’를 교부해 주었다.

중졸·고졸 검정고시 접수장소는 교육청 본관 지하에 있었다.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놀랐다. 많은 학생들이 접수하러 온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여학생이었고, 남학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우리 아이처럼 학교 부적응으로 그만둔 걸까, 아니면 어떤 이유로 검정고시를 치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내 사라졌다.

검정고시는 과거에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 다니기 어려운 학생들이 가는 곳이었다. 내가 어릴 때 주변에는 검정고시 합격하고 대입 시험을 치르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검정고시는 가정 형편상 학교를 못 다녀 치는 사람보다 학교 부적응자 또는 다른 사유로 응시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고졸 응시 접수 서류 용지를 받아 보조요원의 도움을 받아 아이 자필로 응시서류 작성을 했다. 자세히 보니 서류접수 공간은 ‘서류 양식 교부 창구’ ‘서류작성 구역’, ‘최종 접수창구’ 3개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응시자 유의 사항을 잘 읽어 보시고요. 이제 서류접수가 다 끝났습니다.”

직원이 응시원서 접수증과 응시자 유의 사항 등종이를 건네주며 얘기했다.


“2021년도 제2회 중졸·고졸 검정고시 응시자 유의사항, 시험 장소 공고는 7. 30(금) 10시, 시험 일시는 8.11(수) 9시부터 오후 3시 30분, 합격자 발표는 8.30(월) 10시. 합격자 결정은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 취득 시 합격으로 인증되며 전 과목 평균이 60점 이상이라 하더라도 결시 과목이 있을 경우는 불합격 처리된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단에는 도시락을 지참하라는 안내문도 있었다. 직원이 준 유의사항 용지를 보며 필요한 곳만 대충 읽었다.


“합격할 수 있겠어. 당연하지. 아이는 시원시원하게 대답한다. 더 이상 시험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고 교육청을 나왔다. 작년 10월 아이가 학교를 중단 후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시련을 통한 내 안의 잠자고 있던 아이의 사랑을 발견한 것이 최대 성과였다. 시련이 없었다면 결코 깨닫지 못할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서 큰아이에게 검정고시 난이도에 대해 살짝 물어봤다. 아이의 시원한 말은 있었지만, 솔직히 검정고시 합격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시험이 쉽게 나오기 때문에 합격할 거라고 큰아이가 얘기한다. 큰아이 말을 듣고 마음에 불안이 조금은 사라졌다. 둘째 아이도 나름대로 생각하며 준비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번 떨어지면 다시 보면 되는 것이고, 불안해하거나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마음을 크게 생각했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학교를 중단한 것도, 검정고시를 보는 것도, 지금 펼쳐지는 모든 상황이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단지 어른의 시각에서 보면 걱정과 불안함이 있을 뿐이다.

많은 것을 내려놓았지만, 서류접수를 하면서 아이에 대한 바램과 내 욕망의 사슬이 다시 올라오는 것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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