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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 쓰는 보디빌더 Nov 21. 2019

쉴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감기에 걸렸을 때 운동을 어떡하면 좋을까?


 입과 목이 연결되는 부분이 까끌까끌하니 사포 같고, 머리는 무겁고, 옴 몸에서 열을 내뿜는다. 그러면 종합감기약 하나 먹고, 핸드폰도 무음으로 하고는 다음 날 아침까지 잔다. 감기는 자주 걸리지 않지만 걸리면 무조건 목감기로 시작해 몸살로 온다. 엊그제 만난 사촌언니의 3살 배기 딸이 변성기 남자애 목소리 마냥 걸걸했다. 아기니까 나는 안 옮겠지 한 것이 실수였다. 바이러스는 나이에 상관없이 면역이 약해지면 온다. 당연히 조심했어야 했다. 바이러스가 어린 게 아닌데, 기생하고 있는 생명체가 어리다고 방심해버렸다.  

  

 차라리 열이 나고, 움직일 수 없는 감기몸살이면 깔끔하게 쉴 텐데, 이렇게 애매하면 운동을 갈까 말까 한참 고민하게 된다. 아프면 쉬어야지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사실 감기에는 운동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예전에 한의사 선생님과 이비인후과 전문의 선생님을 회원으로 담당한 적이 있다. 그때 감기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한의사 선생님 왈, 감기에 걸리면 몸에서는 열을 계속 내뿜는다.


열은 바이러스를 죽이고, 면역체계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의원에서 주는 감기약은 바이러스를 없애는 역할이 아니라 우리 몸이 열을 내뿜을 수 있게 돕는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쌍화차 안에 들어가는 약재들도 열을 돋우는 성질을 갖는다.    


 반면 이비인후과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양 의학은 바이러스를 없애는 것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나처럼 편도가 붓고 염증이 생기는 사람들은, 엄밀히 말해서 편도가 굉장히 자기 일을 잘하는 거라고 했다. 편도는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물과 공기들 속에 들어있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문지기’다. 평소에는 문지기가 강하니 바이러스가 싸우지도 못하고 사라지지만, 면역이 약해지면 문지기가 힘에 부쳐 더 용을 쓰고, 예민해져서 아픈 것을 느끼는 거라 했다. 힘든 편도를 위해 직접 도와주는 약을 처방하신다고 하셨다.    


 전문적으로 말해줘도 이해하지 못할 테니 최대한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셨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굉장히 쉽게 와 닿아서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친절한 설명이 끝난 후 두 분은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질문을 하셨다. “우리 같은 의사들은 면역이 약해지면 푹 쉬라고 하고, 적절한 약을 처방합니다. 선생님은 어떤 처방을 하시나요?”    


 나는 의학적인 것은 모르지만 아플 때 운동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처방은 안다며 신나서 이야기했다. ‘열, 구토 감, 어지럼증’을 제외한 코 막힘, 기침, 가벼운 두통에는 운동이 도움이 된다. 감기는 보통 몸의 면역이 약해졌을 때 호흡기나 근육계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보고서 ‘운동 강도가 산화적 스트레스와 항산화 효소 및 면역기능에 미치는 영향’(전태원. 2004)에 따르면 중강도 운동(심박수 수준 130~150)을 30분 내외, 즉 함께 운동하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운동하는 것은 운동 끝난 후 부작용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무거운 무게의 근력운동은 확실히 무리겠지만 약한 강도의 조깅, 스트레칭은 몸의 혈액순환을 돕고 약간의 숨 가쁨으로 인체 내부의 공기 순환도 좋아져 산소공급 또한 원활해진다. 무엇보다 한의학에서 말하듯이 몸에서 열이 나게 되므로 면역력 활성화와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준다. 다만 운동 직후는 면역체계가 억제되는 경향이 있다고 하니, 샤워하고 난 후 찬 기운을 바로 맞지 않는 것과 청결에만 주의하면 좋겠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몸이 움츠러들고, 감기에 노출되는 사람들이 많다. 자연환경의 기온 차가 커지면서 몸이 적응하다가 생긴 부작용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좋은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열이 나거나 어지럽지만 않다면 가벼운 운동으로 모두가 건강하게 겨울을 맞이했으면 한다. 글을 쓰고 보니 이번 감기는 운동을 가도 될 정도의 감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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