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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Feb 09. 2020

#37. 잠깐, 금문교는 위에서도 한 번 보고 가야지

[7일차_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아래에 위치한 뷰 포인트에서 차를 돌려 금문교를 건넜다. 정말 와보고 싶던 이 다리를 운전해서 건너는 그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딱 그만큼이었다. 그저 자동차와 사람들이 지나다니도록 한 다리의 역할을 할 뿐이었다. 앞 뒤로 차들이 빼곡하여 멈출 수도, 잠시 차를 세우고 분위기를 만끽할 수도 없다. 다리에 들어서면 건너편 다리 끝까지 가서야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나는 금문교를 교통로로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자체의 모양으로, 역할로, 랜드마크로서의 금문교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금문교를 건너 소살리토로 가는 길이었지만, 중간 출입로로 빠져나가기로 했다. 일방통행의 좁은 도로가 나타났다. 터널을 지나고 좁은 시골 산길을 지나 운전해 나갔다. 자동차는 점점 언덕 위로 올라갔다. 휴대폰 신호가 터졌다 안 터졌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언덕의 맨 꼭대기에 올랐을 때 널찍한 주차장이 보였다.

저 멀리 금문교의 윗부분이 살짝 보였다. '아래에서도 한 번 봤으니, 위에서도 한 번 봐야지'하는 마음으로 들른 곳이다. 길이 험하지 않고 산책로처럼 언덕을 따라 조성되어 있었다.

옆으로는 금문교의 끝쪽, 소살리토 쪽 부분이 보였다. 역시 많은 차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이 보였고, 먼 쪽으로는 소살리토와 오클랜드 지역의 아름다운 모습이 함께 펼쳐졌다. 높은 곳이라 그런지 생각보다는 바람이 많이 불었다. 날이 춥지는 않아서 바람 자체가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금문교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에 온 듯했다. 금문교 구조물 사이사이로 샌프란시스코의 여러 빌딩들이 비쳐 보이는 것이 좋았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이런 경치를 최대한 잘 관람할 수 있는 뷰 포인트 하나만큼은 정말 잘 찾아다닌다는 생각을 했다. 덕분에 사진도 잘 찍고, 오래 기억에 남을 멋진 광경도 많이 만나게 되었던 것 같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훨씬 더 웅장했던 금문교다. 엄청나게 강한 힘으로 양쪽에서 다리를 지지하고 있기에 금문교가 무너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어떤 전문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각종 재난 영화에서 금문교가 무너지는 장면을 넣는다는 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재난'을 표현하려고 한다고 말이다. 그 말이 이제야 공감되기 시작했다. 건축이나 힘의 법칙은 잘 모르겠지만 튼튼하다는 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답게 큰 배들이 자주 지나다닌다. 다리의 아래, 다리 횡단, 다리의 위쪽 언덕을 모두 경험했음에도 배를 타고 지나가는 다리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 상상으로만 남겨두는 것이 훨씬 아름다울 것이라 합리화를 하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거대한 면적에 비하면 금문교 하나는 정말 미미한 존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금문교가 만들어내는 존재감은 샌프란시스코의 그 어떤 랜드마크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밋밋한 음식에 참기름 한 두 방울로 생기를 불어넣어 완성도를 높이듯, 샌프란시스코라는 잘 만들어진 음식 같은 도시에 금문교가 더해져 완벽하게 맞추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We have only the time. Choose how to spend it wisely.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몇 번을 생각해도 옳은 말을 하는 이 소파는 왜 금문교를 바라보는 높은 언덕에 위치하고 있는 걸까. 소파에 앉아 잠시 동안 생각을 했다. 여행 주간이 생각났다. 여행의 마지막 날 지난 일정들을 되돌아보았더니 현명하게 잘 지내온 것일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시간에 쫓겨 놓치고 지나간 것들, 바쁘게 지나 보냈던 수많은 것들이 아쉽게 느껴졌다.


지혜로운 선택으로 남은 몇 시간이지만 열심히 채워보기로 다짐했다. 금문교가 샌프란시스코에 완성도와 만족도를 높여준 것처럼, 남은 몇 시간이 이번 일주일간의 여행을 완성시켜주는 만족스러운 기억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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