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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Feb 10. 2020

#39. 붉게 노을 진 소살리토와의 작별인사

[7일차_소살리토]

소살리토의 한 쇼핑센터에서 한가로이 쇼핑을 했다. 주로 한국에 가지고 갈 간단한 선물들을 구입했다. 개인적으로도 사고 싶은 물건들이 참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구매할 수 없거나, 해외 직구로만 구매해야 하는 물건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전시되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사고 싶어서 이리저리 합리화시켜볼 궁리도 했지만, 잘 참아냈다.


여유를 부리겠다는 다짐을 하고 쇼핑몰에 와서일까, 정말 시간이 한참 지나있었다.

어느덧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보며 샌프란시스코로 다시 넘어가야 했다. 이제 렌터카 반납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기름을 가득 주유해야 한다. 렌터카를 빌릴 때 옵션을 선택할 수 있었다. 반납할 때 기름을 직접 주유소에서 가득 채워 올 것인지, 아니면 돈을 더 내고 주유소를 들르지 않고 바로 반납을 할 것인지 말이다. 나는 당연히 기름을 넣어서 가는 옵션을 선택했다. 가격도 그 편이 더 저렴했고,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일이 크게 어렵거나 부담되는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름이 완전 텅 비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득 채우는데 5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다. 요세미티에서부터 샌프란시스코까지 3일째 기름을 넣지 않고도 잘 달려왔는데도 말이다. 정확한 수치로 이야기해본다면 우리나라보다는 저렴하다. 그러나 엄청나게 저렴하다고 말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1갤런에 대략 4달러 정도 하는데, 1갤런이 3.7리터 정도 된다고 한다. 그렇게 계산해보면 대략 1리터에는 1달러 조금 넘는 금액이 나오게 된다. 엄청나게 저렴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기름을 넣기에 부담되지 않아서 렌터카 여행이 가능했던 것 같다.

이제 소살리토를 정말 떠난다. 소살리토를 가득 채운 언덕 위의 집들을 사이사이 지나가며 마음속으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푹 빠져버릴 만큼 만족스러웠던 장소였다. 소살리토는 정말 언젠가 다시 한번 긴 시간을 투자해서 꼭 방문할 것이다.

소살리토 관문을 벗어나자 기다렸다는 듯 샌프란시스코의 빌딩 숲이 나타났다. 해는 점점 저물어가고 본격적인 노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마침 차는 금문교에 다다랐고, 금문교를 지나면서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었다.

붉은 다리를 건너며 맞이하는 노을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저 빛의 색이 달라졌을 뿐인데, 아까 금문교를 건너갈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다. 다리를 걸어서 건너던 여러 사람들은 노을 지는 쪽을 배경으로 저마다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운전만 아니었다면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머무르고 싶었다.


찰나의 아름다움을 뽐내던 노을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번 미국 여행에서 만나는 마지막 태양이 저물어갔다. 마지막 미국의 저녁, 남은 시간을 제대로 즐기며 여행을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두워진 하늘을 반기는 듯, 희미하던 고층 빌딩들은 저마다의 따뜻한 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샌프란시스코는 다시 조금 더 따스하고 밝아졌다. 이번 여행에서 빌딩 숲 속으로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야경 속에서는 야경 전체를 볼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뾰족한 빌딩들이 만들어내는 빛의 어울림을 바깥에서 충분히 볼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공항으로 향하기 전, 이제 마지막 식사를 하려고 한다. 미국에 오면 꼭 가보고 싶다고 했던 그 '오이스터 바'다. 마지막 식사를 한껏 기대하며 남은 몇 마일을 더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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