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몸이 너무 아프다.

by Trey

나도 사람인지라 몸이 종종 아플 때가 있다. 나는 평소 기관지가 좋지 않아서 감기나 기침을 달고 사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쉽게 컨디션이 안좋아지고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거기에 아이들과의 이런저런 일이 겹치게 될 때면 정말 한 시간 두 시간 버티는 것이 힘들 정도다.


정말 심하게 아프지 않는 이상 학교에 가야한다. 아니 사실 지금까지 독감에 걸렸을 때 빼고는 모두 학교에 출근을 했다. 독감에 걸렸을 때는 사실 아프지 않았는데,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에 가지 못했다. 독감에 걸렸을 때보다 더욱 몸이 아프고 녹아내리는 것 같은 통증이 있었을 때는 약을 먹고서 출근을 했었다.


이렇게 어쨌든 학교에 가서 나에게 주어진 수업을 해내야 하는 상황이기에 학교에 가면 딱히 아픈 티를 내지 않는다. 표정으로, 식은땀으로, 목소리에서 힘듦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되도록이면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려고 한다. 그게 가능하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할 때가 많다. 어느 날은 목소리가 정말 나오지 않았다. 목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따뜻한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학교에 가서 아이들한테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글씨를 써가며, TV 화면에 타자를 쳐가며,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말을 해야 하는 그 순간은 곧 찾아온다. 집에서 그리고 출근길에는 목소리가 두갈래 아니 세갈래로 갈라지는 현상을 보였었는데 수업을 해야 하니 목소리가 돌아왔다. 물론 알고 있었다. 언젠가 목감기가 다 나았을 그 때의 컨디션을 오늘의 내가 미리 당겨 쓴 것이라는 것을. 그만큼 내 회복은 늦어질 것이라는 것을.


요즘 컨디션이 최악이다. 당연히 감기가 찾아왔고, 여러 일이 겹쳐 힘든 시기다. 나도 몰랐던 다른 학년의 행사를 알게 되어 준비를 해 주어야 했고, 3일에 걸쳐서 아이들과 생존수영 수업을 다녀오고 있다. 일주일 내내 아침 일찍 출근해서 캠페인 활동을 촬영해야 했고, 1층부터 5층사이를 매일 뛰어다녀야 했다. 내일과 모레 주말에는 학교에 어김없이 나가서 영상을 모두 편집해야 하며 월요일에 아침 방송으로 내보내야 한다. 그리고 다음 주는 학부모 상담주간이 예정되어 있다. 그러는 와중에 민방위 화재대피 훈련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그 방송까지도 준비하고 실시해야 한다. 이런 일들 사이 사이에 끼어있는 아이들의 다툼과 상담과 고민거리 나눔은 보너스다.


이 바쁜 상황에서 내가 아플 틈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머리 속으로는 ‘에라 모르겠다’며 맘 편히 한 일주일 병가를 내고 푹 쉬면서 회복하고 싶다는 생각을 백번도 넘게 했을 것이다. 꿈 같은 이야기다. 결국은 누군가 나 대신 저 모든 일을 해야한다. 누가 나 대신 저 일을 하게 될지 마저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선택을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저 주말을 보내면서 자연스레 컨디션과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내 몸 상태를 망가뜨려놓은 힘든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컨디션의 회복을 기다린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답은 정해져 있고 나는 그대로 선택만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지금 이 글을 쓴다. 얼른 글을 마무리짓고 약을 먹고 쉬어야겠다. 조금 더 나은 컨디션으로 내일의 아이들을 만나러 갈 수 있길 바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8. 상벌제? 다들 겪어보셨잖아요